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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할리우드 입성'에 관한 쩨쩨한 궁금증 네가지

이혜린 입력 2008. 04. 22. 10:57 수정 2008. 04.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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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비가 3000억원짜리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 사실상 전 세계 영화계에 얼굴을 알린다. 동양인이라 왜곡된 역할도 아니고, 비중도 크며, 꽤 멋진 배역이다.

국내에서 가수와 연기자로 톱스타 자리에 오른 비는 지난해 미국 공연이 포함된 월드투어로 점차 '월드스타'에 가까이 다가서더니, 이번 영화로 확실한 기초 다지기에 나섰다.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성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는데, 그는 벌써 '스피드 레이서' 감독인 워쇼스키 남매의 차기작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상태. 이들 감독은 10년이나 계획해온 거대 프로젝트의 주연 자리에 비를 올려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쯤에서 비와 '스피드 레이서'가 어떠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8일 열린 세계최초 시사회와 비와의 인터뷰를 종합, 아직도 '정말?' '설마'라는 '촌스러운' 반응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본다. 물론 대부분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 비가 영어를 잘해?

한국에서 나고 자라 국내 활동에 전념해온 비가 갑자기 할리우드 영화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던 건 바로 그의 영어실력이다. 모든 대사를 영어로 100% 소화해야 하는 작품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겠냐는 것.

그러나 시사회가 끝나고 객석에서는 비의 자연스러운 대사처리에 박수를 보내는 반응이 많았다. 아주 길고 어려운 대사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가 첫 영어 영화에 도전한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비는 이같은 성과의 비결을 '솔직함'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부터 솔직히 '나 지금 영어 공부 중인데, 어법에 맞지 않는 거 있으면 말해줘'라고 확실히 했다. 그러니 동료배우들도 내 어법을 바로잡아 주고, 내 장면 모니터를 더 꼼꼼히 해주더라"고 회상했다.

그의 영어 공부 비법은 혼자 중얼대기. 그는 "커피숍에 앉아서 영어로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하는 게 버릇이 됐다"며 "아직 생활영어 수준이지만 내년 쯤에는 공식석상에서도 영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태조 토고칸? 일본인 역할 아니야?

아직은 할리우드 영화 속 동양인은 일본인이거나 중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영화는 일본 만화 '마하 고고'를 원작으로 한 것이라 비가 맡은 태조 토고칸이 일본인이라는 추측도 많았다. 어느 나라 사람 역할이든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국을 보다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없진 않았다.

시사 결과 영화는 태조 토고칸의 국적을 모호하게 처리, 이같은 문제에서 한발짝 벗어났다. 토고칸의 아버지는 중국 사람 같고, 여동생은 일본 사람 같다. 사무실에 회사명은 한글로 표기돼 있다. 영화 속 한글은 비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결과. 비는 "태조 토고칸은 그냥 에이시안 어메리칸"이라고 못박았다.

# 할리우드 배우와 시스템, 잘 적응했을까?

혈혈단신까진 아니겠지만, 그 낯선 곳에서 혼자 부딪혀야 할 부분은 꽤 많았을 법하다. 비 역시 처음에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동양인에게 조금, 잘 대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고 걱정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세트, 감독, 배우들보며 '우와' 감탄하기 바빴던 비는 '티내면 안 된다'는 생각 하에 독하게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단 한번의 NG도, 지적도 없었다고. 배우들도 너무나 착해서 잘 어울렸단다.

비는 "거의 모든 것이 그린 스크린으로 처리됐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허공을 보고 대사를 해야 하는 게 곤혹스러웠는데, 두번째부터는 적응이 돼서 오히려 더 재밌었다"고 뛰어난 적응력(?)을 자랑했다.

배우들과도 예상보다 훨씬 더 스스럼없이 지냈다. 비는 "내가 에밀 허쉬에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이때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모니터를 하며 '정말 잘했다'고 환호해줬던 게 아직 기억이 난다"면서 "또 내가 어렸을 때 그토록 좋아했던 수잔 서랜든이 내 연기를 칭찬 해줬는데 정말 꿈만 같았다. 나중엔 유투브에서 내 공연 동영상을 봤다고 사인CD도 받아가더라. 이후에 '네 할리우드 진출을 축하한다'는 편지도 보내줬는데,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또 "영어 공부할때 '로스트' '프리즌 브레이크' '안투라지'를 많이 봤는데 '로스트'의 주인공인 매튜 폭스를 보게 된 것도 정말 좋았다. 몸도 좋고 멋있었고, 내가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NG 한 번 안 낸 비가 차기작 주인공으로도 손색 없어 보였을만도 하다. 비는 한국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베를린 내 한국음식점에 감독들을 초대해 불고기와 김치를 대접했고, 이 자리에서 워쇼스키 형제는 "너 정말 열심히 하더라. 10년동안 준비해온 게 있는데 네가 해볼래?"라고 했다.

비는 "좋죠. 주인공이 누군데요?"라고 물었고, 감독은 "바로 너"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다음달부터 촬영에 들어갈 '닌자 어쌔신'에서는 비가 하고 싶었던 본격적인 액션 연기와 슬픈 멜로도 엿볼 수 있다.

# 정말, 비중이 많아?

영화에서 태조 토고칸은 주인공의 처지를 들었다놨다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단순한 주인공의 친구나 악역이 아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뒤에 숨겨진 사연이 더 궁금한 미스테리한 역할. 비는 다혈질처럼 화내는 장면, 승부를 앞두고 괴로워하는 장면, 순수하게 환호하는 장면 등을 소화해내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당초 스크립트 상에서는 비중이 더 작았으나 비의 노력으로 조금 더 늘어났다. 얼마나 열심히 했기에 감독들이 비중을 늘여줬을까 하는 부분은 비의 평소 성실함을 잘 안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목. 배우들에게 밀릴까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촬영에 임한 그는 그 두꺼운 레이싱 복을 입고 35도의 날씨를 견디면서도 물 한번 찾지 않고 5분도 쉬지 않고 '한국인은 원래 이래'하는 것을 보여줬다.

블럭버스터의 관례상이긴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의 3편까지 계약을 해둔 비는 앞으로 태조 토고칸의 뒷 이야기를 더 풀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실 후반부에 몇몇 설정들이 왜 그러한지 많이 궁금하다. 뭔가 그 다음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주더라"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영화는 온라인 게임 '카트 라이더'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신나게 몰입해 즐길수 있다는 평가.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컴퓨터 그래픽 안에서 핸들 하나 잡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낸 비의 모습은 오는 5월8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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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기자 rinny@newsva.co.kr 사진 박성기 기자<ⓒ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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