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님아, 그 강을..' 진모영 감독 "습관처럼 서로 배려했던 부부"

손석희 입력 2014. 12. 15. 22:05 수정 2014. 12. 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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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 1위를 한 이 영화를 두고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여기서 골리앗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와 <엑소더스> 이런 정도의 영화이고, 다윗은 앞서 소개해드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입니다. 90대 노부부 이야기, 그것도 다큐멘터리 영화에 20대 젊은이들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품을 만든 진모영 감독과 잠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진모영/영화감독 : 반갑습니다.]

[앵커]

축하드리겠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네, 고맙습니다.]

[앵커]

100만이 넘어섰는데요. 아까 제가 잠깐 말씀드렸지만 다른 상업영화의 1000만하고 비교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동의하십니까?

[진모영/영화감독 : 네, 그렇습니다. 다큐멘터리가 1만, 2만을 넘어서기가 힘들죠. 극장에 가서 안 보니까요. 그런데 저희들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앵커]

예전에 워낭소리가 한 300만 가까이 293만. 다큐영화, 독립영화 가지고 이렇게 경쟁 붙여서 죄송한데요. 넘어설 것 같습니까?

[진모영/영화감독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정답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독립영화는 1만명, 2만명이면 굉장히 히트했다고 하잖아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느냐고 뻔한 질문을 우선 드려보겠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요즘 시대가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시대죠. 저희 영화는 다른 것보다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부, 연인 커플. 이 관계에 있어서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확장되면 가족에 대한 사랑이죠. 불안정하고 힘들 때일수록 가족을 중심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 그것이 저희 영화에서 보여져서 거기에 공감을 하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 두 분이. 물론 한 분은 세상을 뜨셨습니다마는, 처음에 잘 받아들이시던가요, 감독님을.

[진모영/영화감독 : 그 전에 이분들이 KBS 인간극장에도 나오셨고 SBS…]

[앵커]

한 3년 전에 나오셨죠.

[진모영/영화감독 :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는 아주 편안하게 대하셨어요. 자연스럽고 카메라에도 어색해하지 않으시고.]

[앵커]

지금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복도 저렇게 커플로 해 입으시고. 그래서 보는 분들 가운데서는 혹시 감독의 어떤 연출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아닌 의심하는 분들도 계실 법한데,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진모영/영화감독 : 관객들이 제일 궁금해하셨어요. 감독이 한복을 사줬느냐. 그 집에 엄청나게 쌓여 있거든요, 한복이. 그런데 저희들도 보면서 의아한 부분들이 있었죠. 그래서 촬영 초기에는 그냥 카메라 안 들고 가서 지켜보기도 하고 불쑥 찾아가 보기도 하고. 저희도 검증했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시종일관 같으셨고요. 한복은, 저분들이 한복을 입고 시골의 5일장을 늘 나가서 지역신문의 카메라에 찍히게 되면서 중앙미디어에 알려지게 됐죠. 그리고 끝내는 저희 작품에도 출연하게 되신 거고요.]

[앵커]

그렇군요. 할머님께서는 이 영화를 당연히 보셨겠죠.

[진모영/영화감독 : 네.]

[앵커]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진모영/영화감독 : 90평생 처음 극장에 가신 것이었어요. 할아버지 가시고.]

[앵커]

그전에 한 번도 극장에 안 가셨나요?

[진모영/영화감독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 프리미어를 했는데 그때 할머니 모시고 와서 할머니가 보셨어요. 좋아하셨고요. 할아버지께서 같이 봤으면 좋았을 것을 그 생각이 제일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앵커]

촬영 시작하셨을 때에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리라고는 상상을 안 하셨을 거 아닙니까?

[진모영/영화감독 : 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 건강하셨고요. 그런데 중간에 저희 촬영하면서 그다음에 저희가 2012년 9월부터 촬영을 했는데 2013년 11월까지 했어요. 여름 지나면서 아프기 시작했고 할아버지가 가셨는데요. 저희들도 물리적인 것들이야 모든 촬영이 힘든데요. 저희들이 제일 가슴이 아팠던 건 저희 보면 늘 반가워해 주시고 떠날 때까지 손 흔들었던 그분이 가는 걸 끝까지 촬영하는 것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앵커]

상당히 힘든 그런 시기였을 것 같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그렇습니다.]

[앵커]

할머님께도 그렇고 또 촬영하시는 제작진도 그렇고. 그런데 영화에서는 사실은 그 장면이 뭐랄까요.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담담하게 그려졌다고 할까요.

[진모영/영화감독 : 죽음에 관한 장면들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두 컷을 쓰고 말았는데요. 저희들은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위대한 사랑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할아버지가 아프고 돌아가시는 장면을 눈물로, 그런 부분들로 희석하거나 또 그렇게 해서 관객들을 끌 생각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 사랑에만 집중하게 하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앵커]

아마 그런 면에서 또 관객들이 크게 공감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거기에서 과잉되게 표현하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그런 장면들이 아니었던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 두 분은 원래 젊으셨을 때부터 그렇게 실제로 사이가 좋으셨습니까?

[진모영/영화감독 : 제가 보기에는 이 부부가 저희 카메라나 혹은 다른 카메라 때문에 하신 게 아니고 76년 그 부부생활에 거의 습관처럼 서로를 배려했던 그것들이 마지막 과정에서도 저희한테 담긴 거라고 생각을 해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앵커]

왜 요즘 들어서 가끔 여론조사 같은 거 나오지 않습니까? 나이 들어서 필요한 게 무엇인가 그러면 남자들한테는 부인이 필요하고 부인들한테는 돈이 필요하다, 뭐 이런 요즘 세태.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시겠지만 속마음들은. 그런데 그런 조사 결과도 나오고 해서. 그리고 대개 그렇지 않습니까? 부부들이 나중에 되면 남자들은 흔히 얘기하는 식으로 쪼그라들고 여자분들은 더 등등해진다. 그래서 혹시 이분들도 젊었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이렇게 나이 드셔서의 모습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하는 것 같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할머님께서 유일하게 불만을 가진 건 할아버지께서 굉장히 장난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화면에서 보셨던, 영화에서 보셨던 것들은 굉장히 순화된 거죠. 젊으셨을 때는 늘 집에 숨어서 놀래키거나 뱀 같은 거 잡아오셔서 놀래키기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늘 귀여운 복수를 꿈꾸시고 영화에서도 물로 물장난을 치시는 그런 장면들이 나오는 거죠.]

[앵커]

질문을 드리고 나니까 제가 매우 세속적인, 속세적인 질문만 한 것 같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한 400시간 정도 촬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촬영한 사람들도 힘들었겠지만 촬영 당한 사람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그런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개 편집을 하면 제작자 입장에서 그러니까 감독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민하잖아요. 다 버리고 싶지 않은데. 관객들에게 400시간을 보여드릴 수는 없는 거고. 상당 부분 대부분을 쳐내셨는데 버려진 장면 중에 정말 이 장면만큼은 끝까지 버리고 싶지 않았다, 어떤 게 있었을까요?

[진모영/영화감독 : 그런 생각을 합니다. 버린 것에는 미련을 갖지 않겠다. 잊었습니다.]

[앵커]

너무 단호하게 또한 근엄하게 말씀하시니까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뭐한데.

[진모영/영화감독 :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사실은.]

[앵커]

반어법을 쓰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아낀다고.

[진모영/영화감독 : 이분들을 표현하는 데 86분을 썼는데요. 사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나 거꾸로 제가 해석하기로는 그 버린 장면들이 사실은 다 버리고 싶지 않았던 장면들이라고 해석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거겠죠. 많은 분들이 옷을 태우는 장면을 굉장히 좀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아프고 병석에 누웠을 때 어느 날, 비 오는 날 할아버지 헌 옷들을 가져가서 부엌에서 태우면서 혼잣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가서 좋은 자리 잡아놓고 데리러 오면 같이 손잡고 가자. 거기서 더 좋게 살자, 이 이야기를 할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분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생이 끝나는 것이라기보다도 사랑의 한 과정으로 봤을 때는 사랑의 완성, 혹은 영원한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 그런 느낌을 할머니께서 보여주셨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분들의 삶과 사랑, 이별이 조금 더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앵커]

그런데 역시 또 걱정하는 목소리도 한편에서 많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오늘 진 감독님 모시고 얘기 나누기 전에도 섭외를 부탁을 드릴 때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모셔서 얘기하는 것이 물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하는 것은 좋을 수도 있는데, 반대로 또 역효과도 많이 났었거든요. 옛날에 영자의 일화도 있고 또 워낭의 주인공 할아버지도 굉장히 언론의 시달림도 많이 받고 그랬다고 해서 그런 부분을 함께 걱정을 해야 되겠죠.

[진모영/영화감독 : 사실은 너무 고마운 질문입니다. 저희들이 가장 우려하고 공포스러운 부분들은 할머니의 남은 생이 너무나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그러니까 언론도 찾아가서 자꾸 취재하려고 한다든지 관객이나 국민들도 위로해 주겠다고 찾아간다든지 그렇게 했을 때는 이 할머니의 생이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 제작진에서도 처음부터 저희가 할머니를 앞에 나서서 해 주시면 훨씬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도 있지만 그건 처음부터 포기하겠다고 했고 가족분들도 동의하시고 어떤 분들도 집에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꼭 부탁하셨습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지켜주시리라고 믿고요. 진 감독께 한 가지만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하고 끝내놓고 본인이 배운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진모영/영화감독 : 저는 할아버지의 행동이, 물론 서로에게 마찬가지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불러들였다고 생각을 해요. 할아버지께서 아주 단순하게 식사를 하실 때 한 번도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안 하셨다고, 평생에. 다만 맛있으면 많이 드시고 맛없으면 조금 먹으면 되는 것. 이런 밥상에 대한 철학을 보이셨는데 그걸 남자들이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약간은 때로는 가벼운 질문도 드리려고 했는데 시종일관 진지하게 답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접근하고 싶었던 것도 이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뭐랄까요. 이 두 분의 삶이 아무런 후회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삶이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접근해 보려 했던 거고요. 진 감독님, 고맙습니다.

[진모영/영화감독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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