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가슴이 뛰어서 웃었고, 슬퍼서 울었다"(인터뷰)

장아름 기자 2016. 3. 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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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김소현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8년 간 아역으로 성실하게 연기자로서 경험을 다져온 어린 배우에게 일찍이 한계와 마주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리라 짐작됐다. 가장 연기가 힘들었던 때로 드라마 '보고싶다' 당시를 꼽으며 "가짜로 우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면 눈물이 나겠지'가 아니라 진짜로 눈물이 나는, 캐릭터에 진짜로 공감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당시의 고민을 떠올리기도 했다.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순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그런 김소현에게 변화의 전환점이 돼 준 작품은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였고, 그 변화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작품은 영화 '순정'이었다. "정말 느껴서 우는 법을 알게 됐고, 현실이 와닿는 순간 절망을 느끼고 진짜 눈물을 흘리게 됐다"면서 "가슴이 뛰어서 웃었고, 슬퍼서 울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나이에 일찍이 현장의 예민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감내하면서 터득한 과정은 아역 출신 배우의 영민한 연기라기 보다, 진심의 연기에 가까웠다.

김소현은 '순정'을 통해 '누군가의 첫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지 않았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수옥이가 모두의 가슴 속에 아련하게 자리잡은 소중한 친구이고 싶었고, 남모를 고민과 아픈 속내를 애써 숨기면서 친구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17세 소녀이고 싶었다. '순수한 감정'을 뜻하는 '순정'의 제목과도 유사한 성정으로 영화에 접근하고자 했던 배우의 진심이다.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소현의 바람, 그리고 그 모든 총체적인 과정이 '순정'이후의 모습을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다.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순정' 수옥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Q.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이다. '순정'의 수옥이 역시 남모를 아픔이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김소현이 어떤 이유 때문에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아역을 연기하다보면 인물에게 큰 시련이 꼭 하나씩 있다. 그게 변환점이 돼서 성인으로 넘어가지 않나. 감독님 대부분이 제게 눈이 슬퍼 보인다고 하시더라. 그게 어떻게 보면 역할에 캐스팅된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이제 조금씩 밝은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내 안에도 그런 밝은 모습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걸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다.

Q. 이은희 감독은 스케줄이 힘든 김소현을 꼭 캐스팅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일부러 '후아유-학교 2015' 촬영이 끝날 때까지 김소현의 답을 기다렸다고 하더라. 김소현을 반드시 캐스팅하고 싶어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A. 어느 정도 수옥이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 나이도 같다 보니까 캐스팅해주신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고민과 걱정을 나 혼자 지고 가려는 점에서 수옥이와 접점이 많았다. 친구들도 더 보듬어주려는 점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었다. 수옥이를 연기하면서도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연기는 쉽지 않았지만. (웃음)

Q. 김소현에게도 '순정'은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배우로서도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을 것이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도 컸을 것 같다. A. 지금까지 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전에는 열일곱, 열여덟다운 보여드리려고 했다면, 김소현이 갖고 있는 모습과 캐릭터의 접점을 만들어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연스러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기라기 보다 바람과 공기를 자연스럽게, 편하게 맞는 수옥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다.

Q.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의 의미는. A. 내가 갖고 있는 것,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드리면 되니까. 머리로 생각해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라 계산 없이 마음으로 느낀 것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가슴이 뛰어서 웃었고 슬퍼서 울었고 모든 신을 진심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 모든 걸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순정' 수옥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Q.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첫사랑 캐릭터로 그려지기 쉬운 캐릭터다. 김소현이 연기한 수옥은 그런 전형성에 가깝기 보다는 관객들에게도 순수했던 시절의 친구로 남게 되더라. A. 수옥이는 전혀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첫사랑이 단순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했는데 이 캐릭터 만이 갖고 있는 다른 면이 있었다. 수옥이가 생각이 참 많은 친구라서 그렇더라. 혼자 고민하고 속앓이를 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초반에 밝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하면서도 한 번도 다리가 아프다고 한 적도 없고 자신을 돌봐주는 친구들에게 늘 고마워하는 친구다. 그러다 다리 관련해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와닿기 시작하면서 참아왔던 감정이 터지는 거다. 극적인 변화가 나도 어려웠지만 주변 인물부터 접근해서 수옥이를 이해하고 가려 했다. 수옥이는 늘 거기에 있을 것 같은 존재, 항상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존재, 정말 모든 친구들 마음에 깊게 자리잡은 존재였던 거다.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수옥이가 꼭 그렇게 그려져야, 수옥이의 내면이 그렇게 쌓여야 그 이후의 모든 것이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Q. 수옥이라는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A. 수옥이가 지나치게 성숙하다는 생각을 나 역시도 했지만 나도 나이에 비해 성숙한 게 있어서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 버거운 느낌도 있었다. 자신도 힘들면서 내색하지 않고 웃는 모습이 대단했다. 다리가 아프지만 여전히 업히는 게 미안하다는 마음도 갖는다. 친구들의 희생과 배려를 절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친구이기도 했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역할을 처음 해봤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실제로 연기할 때 정말 다리가 아프더라. 골반 자체가 틀어지니까 통증이 왔다. 그때 진짜 수옥이 생각이 났다. 난 이렇게 잠깐 아픈데 이렇게 평생 지내온 수옥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다. 수옥이는 정말 다른 여자 아이들과는 달랐으면 했다. 여자들이 봐도 정말 예쁘고 좋은 친구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Q. 범실(도경수 분)과의 러브라인도 아쉽다. 영화를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쌍방의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도 했기 때문에 관객들로서는 아쉽다는 이야기도 많다. A. 솔직히 이야기하면 약간의 아쉬운 점은 있다. 범실이와 조금 더 좋은 추억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더라. '나도 그런데 범실이는 참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일부러 그러신 것 같다. 나이도 열일곱 그 정도이고, 그때 당시는 요즘과도 다르기도 하니까 범실이와 수옥이의 이야기가 딱 그 정도인 것이 영화를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것 같다.

Q. 수옥이 캐릭터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소현에게는 남달랐을 것 같다. A. 아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담감이 있다. 아역은 선배님이 항상 계시지 않나. 어머니, 아버지로 등장하시는 선배님께도 의지할 수 있는 게 많고 또 조언도 많이 받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게 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오롯이 다섯 명의 얘기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더 컸다.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지난 날을 돌이켰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Q. 어릴 적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성장해온 배우다. 때론 어린 자신에게 그 부담감이 다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A. 기대가 큰 만큼 보답을 해야 하니까 항상 부담도 되고 아직 사랑과 기대를 받기에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는 마음도 크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즐거워서 하는 거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주위에서 함께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Q. 연기가 재미있고 즐거운 이유는. A. 연기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경험을 해보는 것 그 자체로 정말 매력이 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인데 영화나 드라마에선 연기로 가능하다. 그 자체로 정말 색다른 경험이고 재미가 있다. 내 안에 있는, 내가 평생 모른 수도 있던 나른 면들을 꺼내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런 것들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자체가 매력적이다.

Q. 올해로 8년차 배우가 됐다. 어린 시절에는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부분이 컸다면 이젠 체계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과정으로 변화됐을 것 같다. A. 정말 크게 혼나면서 배웠던 과정이 있었다. 현장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배운 게 정말 자산으로 남았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할 때와 달리 내 한계도 겪어보니까 이젠 어느 정도 요령도 생겼다. 능수능란해 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겠다.

Q. 한계와 마주한 적이 있었나. A. 연기는 하면 하수록 어려워지는 게 맞다. 우는 연기도 '이런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겠지'라고 하고 했던 것도 가짜라는 걸 알게 된 적이 있다. 가짜라는 것 때문에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감정 이입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헤매기도 했다. 타고 나서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감정 표현이 서투르니까 고민이 컸다. 특히 드라마 '보고싶다' 때는 거의 무지의 상태였다. 우는 연기가 너무 어려웠었다. 감정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더라. 우는 연기를 앞두고 있으면 그때부터 잠이 안 왔다. 현장의 예민한 분위기가 나한테도 미치니까 힘들더라.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순정'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Q. 그 부담을 털어낸 시기는 언제였나. A. '후아유-학교 2015'부터는 정말 느껴서 우는 법을 알게 됐다. 몰입만 하면 상황 자체가 와닿아서 눈물이 났다. '순정' 때도 그랬다. 아픈 다리에 대한 현실이 너무 와닿는 순간 절망적인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났다. 그걸 알게 된지는 정말 얼마 안 된 거다.

Q.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동했기 때문에 '순정'의 범실이, 산돌이(연준석 분), 개덕이(이다윗 분), 길자(주다영 분)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 같다. A. 실제로 그런 친구들은 없다. 나도 '순정' 속 친구들과 같은 친구들이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더라. 수옥이가 굉장히 부러웠다. 그런 친구들이 영화 속에서라도 내 친구가 되니까 너무 행복했었다.

Q. 또래 친구들과는 고민을 나누기도 하나. A. 정말 고민이 다르다. 물론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만 배우가 아닌 친구들과도 서로 각자 다른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자체로만으로도 고맙고 풀리는 게 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더라. 고민을 이야기한다는 건 해결을 바라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 일반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나는 다른 부분들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가는 게 맞는 거고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Q. 이은희 감독은 '순정'이라는 제목에 대해 "뻔뻔하고 용감한 제목"이라 했다. 김소현에게 '순정'이란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갖나. A. '순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단어 그 자체가 연상된다. '순정'이라는 게 있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구름처럼 환상 같은 느낌도 있고. (웃음) 설명이 어렵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A. 굉장히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잠깐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배우들이 정말 멋지더라. 성인이 되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출연해보고 싶고 밝은 역할에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앞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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