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밝힐 수 있다②] '곡성' 천우희, "괴로움마저 즐거웠다"

2016. 5. 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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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곡성' 개봉 전 진행한 인터뷰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당시 밝히지 못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곡성’을 본 관객들은 천우희가 연기한 무명의 정체에 의심을 풀었다. 5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본 현재는 무명을 신이거나 귀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그래서 무명은 누구야?’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천우희는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사람도 귀신도 아닌 신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은 몇몇만 알 수 있도록 영화 속에서 무명의 정체를 공개했다. 무명은 종구(곽도원)가 자신의 정체를 묻자 “네 딸을 구하려는 여자”라며 ‘여자’라는 성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나홍진 감독이 우주만물의 근원이 여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 나홍진 감독은 “네 딸을 구하려는 사람”이 아닌 “네 딸을 구하려는 여자”라는 표현을 쓰며 관객들에게 무명이 곧 신임을 알렸다.

“제가 연기한 의도와 관객이 받아들였으면 하는 의도가 달라요. 제가 연기한 의도는 신이었어요. 모호함을 가져가야 하는데, 속이려고 하면 불순해 졌고. 드러내야 했지만 드러내면 재미가 없어졌죠. 무명은 그 존재 그대로인데 바라보는 인간은 달라요. 무명은 명백한 사실, 할 수 있는 말을 해주지만 종구는 이 말을 듣고 갈등을 하죠. 정확함은 있지만 모호함을 표현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고민도 많이 했고요. 에너지 발산도, 선과 악도, 완급 조절도 꽤 어려웠죠.”

인간을 초월한 존재, 하지만 관객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인물을 맡아 캐릭터적 표현 보다는 존재감 자체를 연기해야 했던 천우희. 하지만 천우희는 이런 무명을 연기하는 것이 겁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막상 캐스팅이 된 후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하며 그 때야 비로소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천우희였다.

“한 번도 해본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나는 것도 있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인물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그 괴로움마저도 즐거웠죠.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라는 점이 어렵기도 했지만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었어요. 연기라는 게 답이 없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원초적으로 연기해봐야지 생각도 했죠. 그런데 막 분석을 하다가도 현장에 갔을 때는 편하게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천우희는 날 것 같은 무명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장에서 자연인으로, 원초적으로 살았다고 설명했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약 6개월여 촬영이 진행된 ‘곡성’. 신 연결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야했지만 촬영 시기가 정확치 않아 그러질 못했던 탓에 영화를 잘 보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장난스레 웃기도 했다.

“전 무교인데 신에 대한 존재는 믿어요. 영화에서 말하듯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어떠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라고 하잖아요. 신조차도 그러한 것을 이야기하고요.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 않잖아요. 의심을 하는 순간 모든 것들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확신을 하십니까’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건 우리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천우희는 ‘곡성’이 관객들이 직접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전했다. 한가지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곡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직접 보는 것 외엔 없기 때문.

“감독님께서 관객이 생각하는 게 맞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떠한 정답을 내리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영화기도 하고요. 요즘 관객 분들은 일반적으로 명확한 부분들을 알고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런데 알게 되면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이 영화를 설명하는데 있어 표현이 어렵기도 하고요. ‘장르가 뭐야?’, ‘역할이 뭐야?’ 라고 물어보셔도 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웃음) 말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직접 보셔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 천우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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