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래' 김재범 "대학로의 황태자? 전 그냥 '황태'에요"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17. 5. 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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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타고 고래고래, 김재범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에 등장한 김재범은 "영화배우로서는 첫 인터뷰니까,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임하겠다"며 옷매무새를 신중하게 다듬었다. 그 모습에서 신인 영화배우로서의 긴장감과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마차 타고 고래고래'(감독 안재석·제작 광대무변)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되어 '1번 국도'라는 밴드를 재결성한 후, 어린 시절 꿈꿨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신나는 청춘 버스킹을 그린 영화다.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국내 최초로 뮤지컬과 영화 동시 제작에 나서 촬영 단계에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촬영에 이어 뮤지컬 '고래고래'가 두 차례 무대에 올랐지만, 영화는 오랜 후반 작업 기간을 거쳐 2년 뒤 정식 개봉을 하게 됐다.

"기획 단계가 흥미로웠다.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기획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출연을 하게 됐다"는 김재범은 "무엇보다도 영화를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나를 쓰셔도 괜찮겠느냐'고 물을 정도로 긴장되는 큰 배역이었지만 과감하게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큰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건 여전히 부끄럽지만 찍고 나니 좋다"는 홀가분한 소감도 더했다.

김재범은 극 중 1번 국도의 베이시스트, 막내 병태 역을 맡아 생애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했다. 친형인 호빈(조한선)의 친구들 영민(김신의) 민우(한지상) 형과 어울려 다니며 밴드 생활을 하는 것이 마냥 행복한 순수한 청년이지만, 형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골을 메우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김재범은 병태를 "다른 인물들이 하나로 뭉치기 위해 꼭 필요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밝고 활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더욱 잘 들어주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려는 예쁘장하고 귀여운 심성의 소유자"라는 것.

하지만 정작 영화 촬영을 마친 뒤 시작된 뮤지컬 초연 무대에서는 형 호빈 역을 맡았다는 김재범이다. "많은 관객 분들이 내 실제 나이를 알고 계시니, 동생인 배우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호빈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다"는 김재범은 "이제는 두 캐릭터가 모두 내 안에 있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병태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형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 꿈을 이루고자 하는 순수한 아이예요. 마음이 예쁘죠. 반대로 호빈이는 제가 실제로 겪었던 무명 생활을 떠올리게 해 공감을 느꼈어요. 뮤지컬의 특성상 여러 번의 공연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는 호빈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려 하지만, 대신 병태의 마음은 영화에서 겪어봐서 아니까 호빈의 입장에서 뮤지컬 속 병태에게 굉장히 잘 대해주려 했어요. 오히려 민우와 영민이, 혜경 PD에게 더욱 화를 냈죠."


이 애정과는 별개로, 김재범은 처음으로 경험한 영화 촬영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고 했다. 카메라가 코 앞에서 자신을 찍는다는 사실이 낯설었다는 것. 그는 "상대역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몸을 조금 뒤로 움직였는데 내가 프레임 밖으로 나갔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얼음이 됐다"며 첫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소리가 겹친다는 말에 숨도 참고, 카메라 자리만 옮겨서 똑같은 대사를 똑같은 동작과 함께 해야 했다. 그때부터 갑갑하고 연기가 잘 안되고 걱정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도운 것은 동료 배우들과 촬영 감독이었다고. 무대에서 연기하던 그만의 방식을 존중해줬고, 카메라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언만을 건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상대역인 조한선과 박효주에 대해 "영화만 전문적으로 찍던 배우들인데, 서툰 내가 피해가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해도 편안하게 받아줬다. 덕분에 촬영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한 듯 행복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경기 가평 자라섬까지 자신을 찾아와 준 팬들과의 추억이라고. 밴드 1번 국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식 무대에 서는 장면에서 팬들이 깜짝 출연해 촬영을 도왔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촬영하는데도 하루를 꼬박 날리며 찾아와 주시고, 먹을 것까지 사서 오셨더라"며 팬들을 향한 감사를 전한 그는 "그래서 영화를 보면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분들에게도 이 영화가 선물이었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2004년 데뷔 후 햇수로 15년째, 김재범은 무대 만을 바라보며 외길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내성적인 아들의 성격을 염려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그 뜻을 따라 고등학교 연극부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려 했지만 "성적표를 받아보니 이미 너무 늦었더라"며 너스레다. 결국 다시 부모님 허락을 받아 3개월 간 바짝 입시를 준비했고, 운 좋게 한예종에 들어가게 돼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뮤지컬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는 김재범이다. 당시에는 뮤지컬 관련 수업도 제대로 없었고, 뮤지컬 하겠다는 꿈을 키우던 친구라고는 동기인 배우 최재웅 단 한 명이 전부였다고. 최재웅은 이후 김재범의 인생을 바꿔 놓은 사람이 됐다. 최재웅이 출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반한 그가 뮤지컬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을 하고, 자연스레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후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대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뮤지컬을 그만뒀고, 몇 달간 소속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프로필 사진 찍을 8만원이 없을 정도로 재정적으로 궁핍한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만나 다시 뮤지컬 세계로 돌아온 그는 무대를 포기하는 대신 노래 레슨을 받으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 결과 지금은 '대학로의 황태자'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황태자가 아니라 그냥 황태"라며 겸손함이 묻어나는 너스레를 떠는 그다.


때문에 매번 공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꺼린 것은 아니지만 출연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는 그다. "지금 방송 활동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드라마, 영화에 출연할 타이밍에는 공연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더라. 쉬고 있어야 오디션이며 촬영 스케줄을 맞출 수 있다는데, 차마 공연을 마다할 수가 없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꺼내 놨다.

"부모님이 제가 영화에 출연하는 걸 보고 싶어 하셨어요. 시사회에 오셔서 '고생했다'고 말해주시는데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개봉이 늦어지는 동안 계속 '일단 아무 생각 말고 계세요. 제가 영화를 찍었다는 기억을 지우세요'라고 말씀 드릴 정도로 걱정을 하셨어요. 그래서 완성작을 보여드리게 돼 정말 기쁘죠. 주위 어르신들은 공연을 잘 모르시니까, 아들이 영화에 나온다고 하면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게 자식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뿌듯하죠." 그가 '마차 타고 고래고래'를 더욱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다.

바라던 영화배우가 된 지금, 김재범은 "사람들이 얼굴을 보면 알아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을 새로운 바람으로 꼽았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수식어만 8년을 들을 정도로 천천히 성장했다"며 영화계에서도 떠오르는 신인배우가 돼 또 다른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누군가가 저를 보고 '아, 뮤지컬 배우 김재범이구나. 영화도 출연했었지? 인상 깊은 역할이었어.' 이렇게 이야기할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아마 없겠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재범|마차 타고 고래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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