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 보러갈래, 혜리 보러갈래..박터지는 극장가 [재밌는 추석]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8. 9. 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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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추석극장가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지난 12일 <물괴>가 한가위 대목 경쟁의 포문을 열더니 19일을 기점으로 <안시성> <명당> <협상> 등 빅4가 모두 베일을 벗었다.

이번 추석 스크린 대전은 작품성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대결이 치러진다. 가족들과 손잡고 극장을 찾는 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만한 이색 대결을 ‘스포츠경향’이 준비했다.

영화 ‘클래식’ 속 조인성, 손예진, 조승우(왼쪽)와 추석극장가 적으로 만난 ‘안시성’ 조인성, ‘협상’ 손예진, ‘명당’ 조승우. 사진제공 NEW CJ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2003 동지가 적으로’…손예진 vs 조승우 vs 조인성 가장 눈에 띄는 건 2003년 개봉한 영화 <클래식> 주역에서 15년 만에 적으로 다시 만난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의 티켓 파워 대결이다.

멜로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클래식>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이 각각 남녀주인공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세 사람은 라이징 스타라 서로 의지하며 돈독한 동료애를 키웠다.

하지만 묘한 우연일까. 올해 세 사람은 각자 이름을 내건 영화 한 편 씩 내놓으며 추석 극장가 왕좌를 노린다.

우선 오프닝 스코어는 조인성의 승리다. 그가 주연한 <안시성>은 개봉 첫날 12만 2833명으로 선두에 나섰다. 조승우의 <명당>은 10만 8833명으로 2위, 손예진의 <협상>은 8만1022명으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긴 추석 연휴가 지나고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미지수다.

‘안시성’에 출연한 설현과 ‘물괴’의 혜리.

■‘아이돌 여배우 원톱은 나’…설현 vs 혜리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걸그룹 센터 두 명이 사극물에서 연기력으로 맞붙는다는 점이다. 바로 AOA 설현과 걸스데이 혜리다. 두 사람 모두 현역 아이돌이면서 배우로서도 꾸준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사극’이란 다소 어려운 장르에서 진가를 시험하게 됐다.

연기력만으로 따진다면 설현의 승리다. 그는 <안시성>서 극 중 ‘양만춘’(조인성)의 동생 ‘백하’로 분해 여느 배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스크린에 진출한 그는 <강남 1970> <살인자의 기억법> 등에서 연기의 기본을 닦은 덕분인지 <안시성>에서 안정적인 호흡과 표정, 눈빛 연기로 관객의 몰입력을 더욱 집중시켰다.

반면 혜리는 주연을 맡은 <물괴>가 스크린 데뷔작이라 그런지, 설익은 연기력과 발성으로 합격점을 받진 못했다. 극 중 ‘윤겸’(김명민)의 딸 ‘명’으로 등장, ‘걸크러시’ 매력을 펼쳐야 했지만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쉬운 결과물을 남기고 말았다.

장광, 유재명, 박성웅.

■‘한가위 다작요정이 여기 있소’…유재명 vs 박성웅 vs 장광 찍은 시점이야 다 다르겠지만 의도치 않게 개봉일자가 맞물려 여러 작품에 얼굴을 내비치는 배우들도 있다. 이른바 ‘다작요정’들의 대결이다.

가장 선두에 선 건 유재명이다. <명당>서 ‘박재상’(조승우)의 친구 구용식으로 등장한 그는 극의 웃음과 끈끈한 ‘브로맨스’를 담당하며 조미료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저예산영화도 두 편이나 내놨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담은 <봄이 가도>에서는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한 죄책감으로 피폐하게 살아가는 구조대원 상원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고, 2018 최고의 문제작 <죄많은 소녀>에서는 ‘경민’의 실종으로 ‘영희’(전여빈)를 수사하는 ‘김형사’로 분해 깊은 갈등을 선사한다. 세 편 모두 유재명의 전혀 다른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장광, 박성웅, 정인겸도 ‘추석 다작요정’으로 맹활약한다. 장광은 <협상>과 <안시성>에서 각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황주익과 소벌도리를 연기한다. 또한 정인겸도 장광 출연작과 같은 작품에서 인질로 잡힌 이상목(<협상>)과 ‘이세민’(박성웅) 곁을 지키는 책사(<안시성>)로 분해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다. 두 배우는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박성웅은 두 편의 사극에서 악당 카리스마를 선사한다. <물괴>에서는 ‘물괴’를 잡기 위해 수색대와 팽팽하게 대립하는 잔혹한 착호갑사 수장 ‘진용’ 역을 맡았다. 극 중 ‘명’의 비극적 운명을 만든 당사자이자 ‘윤겸’을 옥죄는 악랄한 인물이다. 반면 <안시성>에서는 당 태종 ‘이세민’ 역으로 등장, 러닝타임 내내 중국어로만 연기하며 ‘양만춘’과 대척점에 선다. 두 편 모두 사극이고 주인공과 척을 진 캐릭터라, <물괴>를 본 뒤 바로 <안시성>을 본다면 박성웅의 얼굴만 눈에 보일 수 있다. 작품성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조금 텀을 둔 후 보는 걸 권장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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