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조작부터 나쁜 언론까지.. 트럼프 당선, 주범은 누구?
[오마이뉴스 김준모 기자]
▲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포스터 |
ⓒ 영화사 진진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16년 11월 9일,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사건이 일어났다.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될 것이라 여기지 않았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 <식코> <화씨 9/11 > <다음 침공은 어디?> 등을 통해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대가' 마이클 무어 감독은 트럼프의 당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난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 예측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벌어진 거지?"
▲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스틸컷 |
ⓒ 영화사 진진 |
허나 마이클 무어는 아니었다. 그는 기존에 알려진 인종차별 문제와 성범죄 문제를 깊게 파고 들어간다. 미국 내의 인종차별은 인종에 대한 증오는 물론 자본적인 문제가 섞여 있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마이클 무어의 고향,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있었던 '플린트 워터 사건'이다. 미시간주 주지사인 릭 스나이더는 트럼프와 닮은 인물이다. 전직 CEO이자 공화당 인물이며 당선 후 부자 감세와 복지 축소 정책을 펼친다.
그는 자신의 정치 후원금을 대준 기업들을 위해 플린트시에 파이프라인을 새로 만든다. 호수 대신 강에서 물을 끌어오면서 수도요금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다. 게다가 납 중독 문제까지 발생했다. 릭 스나이더는 왜 플린트시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까. 그 이유는 플린트시 인구 대부분이 흑인이기 때문이다. 빈곤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흑인들을 사회적 차별의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
ⓒ 영화사 진진 |
이러한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화씨 11/9 >는 언론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고 지적한다. '문제아' 트럼프를 스타로 만든 건 도덕적인 기준을 외면하고 자본 논리에 순응한 언론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론은 트럼프가 화제를 모으자 그를 적극적으로 다뤘다. 이는 당연하게도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고 수익과 직결됐다.
또 할리우드를 강타한 '미투(ME TOO)' 운동 당시 미국 방송인들의 성범죄도 여러 건 드러났다. 마이클 무어는 이를 토대로 성범죄에 무감각한, 그래서 트럼프라는 인물을 허용한 언론계를 비판한다. 트럼프는 당선 후에도 자신을 비판하는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고, 총기 난사사고가 발생하자 "교사를 무장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 스틸 컷 |
ⓒ 영화사 진진 |
미국 국민들은 경제적 약자들을 위해 살아온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믿었지만 그는 민주당 내에 주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기업에게 후원을 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많은 민주당원들은 실망과 함께 당을 떠나거나 투표를 포기했다. 트럼프의 당선 당시 언론들은 그의 당선 요인에 대해 분석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부자'였다.
대기업들에게 후원을 받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정치인들과 달리 부자인 트럼프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를 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대기업의 편에 서서 그들이 주는 후원금을 받는다. 이게 민주당 지도부가 버니 샌더스 대신 힐러리를 선택한 이유라는 것.
<화씨 11/9 >는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의 힘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 도덕적인 양심을 잃어버린 언론, 더 이상 아프기 싫고 위로받는 것도 지쳐버린 국민들, CEO 출신 대통령. <화씨 9/11 >에서 부시 일가를 저격했던 마이클 무어는 바뀌지 않는 미국과 최악의 대통령을 <화씨 11/9 >를 통해 다시 한 번 꼬집는다. 여전한 그의 뚝심과 트럼프란 인물에 담긴 부정적 의미, 한국 정치판과의 비교가 인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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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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