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호텔' 적적해서 심드렁한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9. 3. 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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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호텔’ 한 장면, 사진제공|전원사

■편파적인 한줄평 : 누가 영화에 수면제 탔나요?

홍상수 감독이 소리없이 또 돌아왔다. 스물세번째 장편 영화이자 연인 김민희와 함께한 여섯번째 영화 <강변호텔>로 말이다. 사생활 스캔들마저 그의 천재 연출 행보를 막을 순 없었지만, 어째 이번만큼은 그 기력이 쇠한 느낌이다. 탄탄한 서사 없이 너무나도 적적한 필름은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커녕, 졸음마저 선사했다. 마치 누가 ‘수면제’라도 탄 것 마냥.

<강변호텔>은 강변의 한 호텔에 공짜로 묵고 있는 시인 ‘영환’(기주봉)이 괜히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오랫동안 안 본 두 아들을 만난 뒤 하루간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담은 영화다. 여기에 남자에게 배신당한 ‘상희’(김민희)와 그를 위로하려고 달려온 선배 ‘연주’(송선미)의 에피소드가 엮이며 러닝타임을 채운다.

이 작품은 제71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기주봉),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개봉에 앞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외국 유수 영화제서 인정 받았다고 해서 국내 정서와 100% 부합하지는 않는 법. <강변호텔>도 그런 거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렁임 하나 없이 잔잔한 화법은 서사 속 흩뿌려놓은 퍼즐을 주워담기에 그 힘이 턱없이 부족하고, 해학적인 대사들의 여운은 길지 않다. ‘홍상수 월드’를 뿌리치지 못했던 ‘기막힌 은유’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흑백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눈 덮인 강변과도 닮았다. 처음엔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별 일 없이 심심한 맛에 이내 볼 재미를 잃어버린다. ‘극성’이 바닥을 친 단편적인 서사 위로 매력을 상실한 캐릭터가 둥둥 떠다니는 터라 집중력이 강한 관객이 아니라면 짧은 러닝타임도 참아내긴 어렵다.

작품에 대한 흥미와 몰입력이 떨어지니, 관객의 머릿 속엔 홍상수 감독과 그의 뮤즈 김민희의 사생활 이슈가 자주 침입해 관람을 방해한다. 극 중 외도로 이혼한 영환이 아들들에게 “미안하다고 같이 살 순 없다”고 한다거나, 아들들이 “아버지가 완전한 괴물이라고, 죽을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인간이라고 엄마가 욕했다”고 하는 장면에선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가 비치고, 유부남과 사귄 상희가 이별의 아픔에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대사에선 ‘실제 김민희’를 지울 수 없다. ‘영화 그 자체로 평가해달라’는 제작진의 주문에 빗대어 봐도, <강변호텔>은 관객과 소통에 실패한 셈이다.

다만 기주봉, 권해효, 유준상 세 배우의 합은 볼 만하다. 능청스러운 연기로 그나마 웃을 수 있는 ‘숨구멍’을 마련한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3.8개

■흥행참패지수 : 3.5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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