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 중 사랑에 빠진 연인.. 황당한 제목이 아쉽네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 영화 <에브리타임 룩 앳 유> 포스터 |
ⓒ BoXoo 엔터테인먼트 |
논문이 과격하다는 이유로 장학금에서 탈락한 얀은 그동안 몰랐던 친아버지를 만나러 스페인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율은 얀을 태워주기로 하고 같이 여정에 오른다. 서로 다른 목적지, 함께 떠나는 차 안.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상대에게 서서히 물들어 간다.
<에브리타임 룩 앳 유>는 고민과 상처를 지닌 청춘이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사랑을 만난다는 내용을 다룬 독일 영화다. 영화는 여행의 수단으로 자동차를 선택한다. 원제가 < 303 >인 까닭은 영화 속 주인공 율과 얀이 함께 타고 여행하는 차종이 '메르세데스-벤츠 O 303'인 사실에 기인한다.
▲ 영화 <에브리타임 룩 앳 유>의 한 장면 |
ⓒ BoXoo 엔터테인먼트 |
율과 얀은 역사, 정치, 생물학, 인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열띤 토론을 벌인다. 집단 대 개인,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이성주의 대 합리주의 등 가치관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치열한 토론의 중심엔 사랑이 위치한다. 얀은 본능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사랑의 중심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율은 마음의 느낌과 끌림의 시작만이 본능으로 이어간다고 주장한다.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에브리타임 룩 앳 유>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영향을 받았다. 중간에 나오는 요리를 '오르가즘'에 비유하는 대목은 어쩌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명장면에 바치는 오마주일지도 모르겠다.
▲ 영화 <에브리타임 룩 앳 유>의 한 장면 |
ⓒ BoXoo 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비행기에 비해) 느린 속도로 나아가는 자동차를 통해 독일의 베를린과 퀼른,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목적지인 포르투갈을 화면에 담았다. 관객은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풍경을 구경하게 된다. 율과 얀은 도시, 시골, 숲, 산, 수도원, 동굴 바다, 아이스크림 가게, 빵집 등 다양한 곳을 거친다. 두 사람은 느리게 이동하며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느낀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영화 속 풍경은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1980년대 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O 303은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여기는 율과 얀의 심리 상황일 수도 있다. 꼬불꼬불 계속 이어지는 길은 율과 얀이 처한 고민이자 불안이다. 두 사람은 길을 계속 나아가며 변화를 겪는다. 바다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때론 감추었던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한다. 서로를 향한 사랑도 싹튼다. 진정한 사랑과 청춘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자동차와 길은 점차 무한의 가능성으로 바뀐다.
<에브리타임 룩 앳 유>의 첫 장면에서 시의 한 구절 "영원에 대한 최초의 예감, 그것은 사랑할 시간을 가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는 독일의 시인이자 로뎀의 비서로 유명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썼다. 이것은 더 늦기 전에 망설이지 말고 사랑하라는 뜻일 수 있다. 삶에서 가져야 할 여러 시간의 중요성으로 읽어도 괜찮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불확실한 미래, 누구와 어떤 경로로 얼마의 속도를 내며 갈 것인가'란 선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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