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과 OCN 사이를 얼쩡거리는 '0.0 MHz' [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일차원적 공포심마저 날려버린 ‘연출력’
공포물이라고 해도 ‘귀신’만 나온다고 해서 관객이 무서워하는 건 아니다. 짜임새 있는 서사와 독창적인 소재, 여기에 사운드와 CG를 감각 있게 다룰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명작’ 공포물이 탄생하게 된다. 영화 <0.0MHz>(감독 유선동)가 제작 전 이를 유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0.0MHz>는 초자연 미스터리를 분석하는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의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은 후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인피니트 성열이 남녀주인공으로 분하고 최윤영, 신주환, 정원창 등이 합세해 102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이 작품에선 온갖 공포물의 클리셰(흔히 사용하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들을 섞어놔 첫 장면부터 기시감을 선사한다. 무당의 굿, 노출 심한 여성이 타깃이 되는 설정 등이 줄줄이 나오니 누가 먼저 희생 당할 건지 순서를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곤지암>의 모티프가 된 웹툰 <0.0MHz>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도 독이 됐다. 그 잔상을 지우질 못한다. 젊은 청춘 남녀들이 모임을 이뤄 겁도 없이 흉지를 찾아갔다가 혼쭐을 당한다는 전개가 유사 할리우드 장르도 늘 답습하는 얼개라고 해도, <곤지암>이 1인미디어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차용해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별다른 무기가 없다.
게다가 필름 중간부터는 이야기 가지가 산만하게 뻗는다. 갑자기 OCN 빙의물이 되었다가, 군데군데 청춘캠퍼스물의 색까지 섞으니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영화가 되고 만다. 아쉬운 매무새다.
그나마 미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정은지, 성열은 ‘연기돌’답게 큰 무리 없이 영화를 이끌고, 새로운 얼굴들도 기대치 만큼은 해낸다. 특히 최윤영은 연차에 걸맞게 온몸을 던지며, 연출력의 공백을 메우려 애쓴다.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1개
■흥행참패지수 : 3.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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