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과 OCN 사이를 얼쩡거리는 '0.0 MHz'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9. 5. 21. 07: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0.0MHz’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주)스마일이엔티

■편파적인 한줄평 : 일차원적 공포심마저 날려버린 ‘연출력’

공포물이라고 해도 ‘귀신’만 나온다고 해서 관객이 무서워하는 건 아니다. 짜임새 있는 서사와 독창적인 소재, 여기에 사운드와 CG를 감각 있게 다룰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명작’ 공포물이 탄생하게 된다. 영화 <0.0MHz>(감독 유선동)가 제작 전 이를 유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0.0MHz>는 초자연 미스터리를 분석하는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의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은 후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 인피니트 성열이 남녀주인공으로 분하고 최윤영, 신주환, 정원창 등이 합세해 102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이 작품에선 온갖 공포물의 클리셰(흔히 사용하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들을 섞어놔 첫 장면부터 기시감을 선사한다. 무당의 굿, 노출 심한 여성이 타깃이 되는 설정 등이 줄줄이 나오니 누가 먼저 희생 당할 건지 순서를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곤지암>의 모티프가 된 웹툰 <0.0MHz>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도 독이 됐다. 그 잔상을 지우질 못한다. 젊은 청춘 남녀들이 모임을 이뤄 겁도 없이 흉지를 찾아갔다가 혼쭐을 당한다는 전개가 유사 할리우드 장르도 늘 답습하는 얼개라고 해도, <곤지암>이 1인미디어라는 색다른 콘셉트를 차용해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이 작품은 별다른 무기가 없다.

게다가 필름 중간부터는 이야기 가지가 산만하게 뻗는다. 갑자기 OCN 빙의물이 되었다가, 군데군데 청춘캠퍼스물의 색까지 섞으니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영화가 되고 만다. 아쉬운 매무새다.

그나마 미덕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정은지, 성열은 ‘연기돌’답게 큰 무리 없이 영화를 이끌고, 새로운 얼굴들도 기대치 만큼은 해낸다. 특히 최윤영은 연차에 걸맞게 온몸을 던지며, 연출력의 공백을 메우려 애쓴다.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1개

■흥행참패지수 : 3.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