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는데도, 졸려 [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9. 12. 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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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를 죽였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KTH

■편파적인 한줄평 : 죽음보다 긴 97분.

‘아내를 죽였다’고 지목 받았는데도, 보는 이는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낼 수 없다. 김빠진 사이다처럼, 필름이 돌아갈수록 탄산 같은 스릴이 스르르 빠져나간다. 이시언이 데뷔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다.

‘아내를 죽였다’는 친구와 술을 마신 후 곯아떨어진 ‘정호’(이시언)가 별거 중이던 아내 ‘미영’(왕지혜) 살인용의자로 지목된 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추적하는 스릴러물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이시언, 왕지혜, 안내상, 서지영, 김기두 등이 합을 맞췄다.

이시언은 이 작품으로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의 꿈을 이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스릴 빠진 스릴러’로 세상에 나왔다. 촘촘한 복선과 속도감이 중요한 장르지만, 메가폰이 이 두가지 모두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작은 영화답게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그 이후부터 ‘정호’와 경찰이 각자 범인을 추적하고 잡아내는 과정과 근거가 너무나도 엉성하다. 초반부터 스릴과 몰입감이 확 떨어지니,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지 않을 정도다. 아내를 죽인 범인과 범행 이유가 싱겁게 밝혀지는 엔딩에도 화가 나질 않는다.

배우들 사이 ‘연기 하모니’도 실패다. 이시언의 노력에도 안내상, 왕지혜 등 기성 배우들과 정도현, 문다은 등 신예들의 연기가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다. 경력자와 신입의 실력 차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촬영 전 감독이 충분히 조율하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물음표가 남을 만큼 보는 맛을 저해한다.

스크린 속 그림과 따로 노는 BGM까지 더해지니, 관객 마음에서 점점 멀어진다. 특히 클라이막스에 울리는 연주 음악은 더 긴박한 느낌을 자아내기엔 너무 요란하다. 가장 중요한 장면임에도 멜로디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에필로그에선 이 작품이 문화체육관광부·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지원 받았다는 걸 실감케 한다. ‘도박 금지’ 공익광고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 별안간 등장해, 보는 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15세 관람가, 오는 11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5개 만점 기준)

■수면제지수 : 3.8개

■흥행참패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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