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미안해요 리키' [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당신에게 ‘위로’가 배달됐습니다.
처음엔 담담하다. 프레임 안에 일상을 옮긴 듯 담백하다 못해 잔잔하다. 그런데 신기하다. 그렇게 서서히 쌓인 감정들이 클라이막스에서 다다르자 ‘쾅’하고 폭발음을 낸다. 어느 새 목구멍이 울컥거린다. 깊은 여운과 위로를 배달하는 영화 ‘미안해요, 리키’(감독 켄 로치)다.
‘미안해요, 리키’는 내 집 장만이 꿈인 평범한 가장 ‘리키’(크리스 히친)가 택배 회사에 취직한 뒤 예상 밖의 난관을 맞닥뜨리며 가정을 지키려는 몸부림을 담은 작품이다. 녹초가 되어도 내일을 꿈꾸게 하는 끈끈한 ‘가족애’에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비정규직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얹어 의미 있는 101분의 필름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이제 막 지핀 ‘온돌’ 같다. 중반까진 큰 자극이 없다. 나름 잘 살아보려고 힘든 ‘오늘’을 견뎌내는 리키와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 반항의 시기를 보내는 아들 세브(리스 스톤), 애어른인 딸 ‘리사’(케이티 프록터) 등 한 가족의 일상이 이어져, 언제쯤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나 싶다. 세세하게 잡아낸 인물의 감정과 소소한 갈등들은 마치 현미경으로 일상을 보는 듯 하다.
돌이켜보니, 이것이 켄 로치 감독의 비법이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공들여 넓힌 공감대의 힘은 아주 크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회사에서 압박을 받고 아들과 갈등까지 극에 달한 리키가 교통사고처럼 삶에 치이게 되는 클라이막스부터 굉장한 흡인력을 내뿜는다. 보는 내내 부모의 얼굴이 겹치기도 하고, 자신의 삶도 대입된다. 영화의 뜨끈한 온도에, 마음이 무장해제된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나 백미다. 각 인물의 마음이 다 이해되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그럼에도 서로 다독이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리키’ 가족을 보며 한편으론 위로도 얻는다. 결말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지갑을 열 만하다. 오는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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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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