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만큼 재밌는 봉준호 어록..유머 가득 촌철살인 화법

조재영 2020. 1. 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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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낮추고 공은 주변으로..미언론과 SNS서도 수상 소감 등 회자
봉준호-이정은-송강호 봉준호 감독과 배우 이정은(가운데), 송강호가 7일(현지시간) 열린 뉴욕비평가협회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한 모습.[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도연 기자 = "마틴 스코세이지,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가 바로 제 앞에 앉아있다는 게 비현실적입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봉 감독이 평소 인생 영화로 꼽는 '성난 황소'(1980) 주역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SNS에 "봉 감독이 수상 소감을 한문장 말할 때마다 청중들 사이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면서 봉 감독이 '시상식 중에 처음으로 아시아 음식이 나와서 좋다. 내려가서 계속 먹겠다. 땡큐'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고 전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기생충' 봉준호 감독 (베벌리힐스 A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연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있다. ucham1789@yna.co.kr

봉준호식 화법이 화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이 미국 언론들과 SNS에서 회자된다. 그는 특히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때와 장소에 맞게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낸다.

지난 5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상 소감이 대표적이다. 그는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봉 감독은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미 관객분들이 여전히 자막 있는 영화 보는 걸 꺼린다고들 하더라. 별것 아닌 장벽만 넘으면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NBC '더 투나이트 쇼'에 출연한 그는 줄거리를 살짝 공개해 달라는 진행자 지미 팰런의 요청에 "이 자리에서는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야 더 재밌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한 '오스카상' 관련 발언은 '명언'으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질문에 봉 감독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제)'일 뿐이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사실과 미국 중심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 사진은 2019년 4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는 봉준호 감독 모습. 2019.12.9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봉 감독은 연일 수상 행진 속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늘 자신을 낮추고 공을 주변으로 돌렸다.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굉장히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난해 5월 26일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밝힌 소감이다.

봉 감독은 당시 공식 기자회견에선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었다"며 한국영화계 전체로 공을 돌렸다.

그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캐나다 언론이 한국이 독창성으로 인정받는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제가 비록 골든글로브에 와있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천배가 넘는다.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한국은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봉 감독 영화는 그 독창성 때문에 '봉준호 장르'로 불린다. 봉 감독은 그런 수식어에 대해 "내게는 최고의 찬사"라고 말한다. 매번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 그이지만, 메가폰을 잡는 데 주저하는 장르도 있다.

봉 감독은 지난해 11월 '기생충' 북미 시장 프로모션을 맡은 배급사 '네온'(NEON) 최고경영자(CEO) 톰 퀸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의 메가폰을 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슈퍼히어로 영화의 창의성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몸에 딱 붙은 옷을 입고 영화에 출연하는 걸 견딜 순 없을 것 같다. 대부분 슈퍼히어로는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지 않나. 왠지 숨 막히는 느낌"이라도 답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선 "뮤지컬 영화는 오글거려서 할 수 없다. 노래가 시작하면 그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받은 '기생충' 감독·출연진 (베벌리힐스 A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이정은(왼쪽), 송강호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연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ucham1789@yna.co.kr

봉 감독의 재치 넘치는 말솜씨는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할 때도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당시 "전 세계 까다로운 팬들이 시골 마을에 모여 내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생선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옥자'를 둘러싸고 극장 상영 논란이 일었을 때는 "다 내 영화적 욕심 때문에 생긴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나"라고 자신을 탓했다.

봉 감독은 종종 엉뚱한 말로 웃음을 끌어내기도 한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 상영 이후 8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집에 갑시다"라고 외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나중에 "당시 1분이 1년 같았다. 배가 고프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영화제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귀국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통영시장은 "통영에서 제일 맛있는 충무김밥집에 모시겠다"며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fusionjc@yna.co.kr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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