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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 "상처 잘 받지만, 좋은 말이 훨씬 더 마음에 남아요"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입력 2020. 01. 13. 04:06 수정 2020. 01.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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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해치지않아' 해경 역 전여빈 ②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해치지않아' 해경/나무늘보 역 배우 전여빈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영화 '해치지않아' 내용이 나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전여빈은 여러 번의 실패 경험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졌고,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취미도 특기도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영화 만드는 작업에 힘을 보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가족들의 지지 덕분에 그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해 꿈을 향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망', '예술의 목적', '최고의 감독', '언니가 죽었다' 등 단편영화와 '간신', '우리 손자 베스트', '여자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전여빈은 2018년 9월 개봉한 '죄 많은 소녀'로 단숨에 '주목할 배우'가 되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제7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올해의 루키상,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여자 연기자상 등 많은 상을 휩쓸며 입지를 다졌다.

드라마 '구해줘', '멜로가 체질'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는 데뷔 후 이렇다 할 부정적인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댓글)에는 취약하다고 했다. '멜로가 체질' 방송 초반에는 실시간 댓글을 아예 안 봤다고. 너무 아픈 말이 있을까 봐.

다행히 전여빈은 상처를 잘 받긴 해도, 좋고 따뜻한 말 덕에 이겨낸다고 말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본인 역시 좋았던 점은 잊지 않고 꼭 전하려고 한다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여빈과 나눈 이야기를 옮긴다.

일문일답 이어서.

▶ '해치지않아'는 동물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참여한 배우로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시나리오 읽었을 때 까만코(극중 북극곰의 이름)의 정형행동(동물이 하는 이상행동)에 대해 나오는데, 저도 예전에 공원에서 동물이 벽에 머리를 박는 걸 봤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러는지 몰랐다. '머리가 간지럽나?' 이랬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그게 정형행동이었던 거다. 사람으로 치면 정신병에 걸린 건데, 이걸('해치지않아'를) 읽으면서 동물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사실 그전에는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더 적었던 거 같은데, 몇 년 전에 수명이 꽤 긴 돌고래가 한국 아쿠아리움에 왔다가 빨리 죽어서 뉴스에 났던 게 떠오르기도 하더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다.

▶ 결말은 어떻게 봤나.

감독님께서 너무 많이 고심하고 배려 있게 마무리하셨다고 생각한다. 너무 황당무계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으로 어둡지)이지 않게, 제일 현실성에 가깝게 이야기를 잘 맺어주신 것 같다. 감독님이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결말로) 전한 것 같다.

전여빈이 연기한 해경은 사육사 건욱(김성오 분)과 러브라인이 있다. (사진=디씨지플러스, 어바웃필름 제공)
▶ 손재곤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너무 좋아했다. 밖에서 우연한 기회로 만나 뵙게 됐을 때도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아, 이 사람은 무례하지 않고 되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좋은 어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 뵈었을 때가 제가 한 스물다섯, 여섯이었을 때인데 그때 제가 한창 어른들에게 상처 많이 받았던 시기다. 사회를 막 겪어나가는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따뜻하고 좋은 선배님이셔서 저 감독님이 세상에 더 좋은 작품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좋은 사람이 잘되면 그 사람의 영향력이 여기저기 많이 퍼질 테니까. 사실 '해치지않아' 봤을 때도 감독님과 너무 닮아있는 글이고 (이걸) 다른 감독님들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역시나 현장에서도 제가 처음에 만났을 때 모습과 똑같았다. 사람 대 사람으로 믿어주는 현장이었다.

▶ 동산파크 직원으로 호흡을 맞춘 다른 배우들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선 박영규 선생님부터 말씀드리겠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봤던 분을 실제로 만나니까 너무 신기했다. 선생님은 스타일리스트가 없어서 제작발표회나 이런 데 입고 나오신 게 그냥 평상시 스타일이시다. 평소에도 멋지게 입고 다니신다. 제가 선생님께 SNS에 데일리 룩(매일 입은 의상) 올려보시라고 정말 강추(강력 추천)했다. (웃음) 근데 'SNS는 절대 못 한다. 그건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다'면서 완곡히 거절하셨다. 패션 센스도 그렇고 마인드 자체가 굉장히 건강하시다. 늙어가는 시간에 관해 얘기하시다가 선생님이 자기는 정말 멋있게 늙어가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도 하루하루 나이가 들겠지만, 사람이, 또 배우에게 중요한 건 마음이 늙으면 안 된다는 거다. 말랑말랑하게, 열정을 갖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재미있기도 했고, 말씀만 하시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딱 그렇게 지내신다고 생각했다.

성오 오빠는 굉장히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도 제가 느꼈을 때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장 많은 사람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굉장히 많이 내신다. 의욕과 열정이 많이 보였다. 선배가 굉장히 사랑꾼이기도 하다. 우리 색시, 아기라고 하면서 사진 보여주시고 자랑해주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어여쁜 거다. (웃음) 선배님이 그동안 너무 센 악역을 많이 해서 무서울 거라는 편견이 저도 모르게 있었는데, 되게 따뜻한 분이시고 가족에 대한 애정도 많이 표현하는 분이시더라.

그리고 우리 소라는… 소라 씨는 제가 '써니' 때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였다. '저 친구 어디서 나왔지?' 하고 생각했고 '미생'에서도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때 제가 학생이었고 배우 준비하는 시절에 소라를 매체로 본 거라서 당연히 선배님일 거라고, 언니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배우니까. 처음에 만났을 때 '소라 선배님'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감독님, PD님이 나이 말씀해주시는데 제가 (강소라보다) 한 살이 많은 거다. 서로 호칭이 이미 (선후배로) 돼 있어서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저는 소라 씨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미 선배로 활동 잘하고 있고 '해치지않아'에서도 수의사 소원으로 분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는 동안에는 존대를 쓰고 싶다고 했다. 자기는 언니가 편한 대로 하면 된다고 해서 (영화) 끝나고 난 다음에 서로 편하게 말을 놨다. (웃음)

▶ 안재홍과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도 같이 연기했는데.

영화 촬영하고 한두 달 뒤에 '멜로가 체질'에서 만났다. 근데 좀 아쉬운 건 서로 부딪히는 씬은 별로 많지 않았다. 세네 씬. 저는 두 씬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좀 더 있었던 것 같다. 배우, 사람 안재홍을 너무 좋아하고 팬이어서 (앞으로) 좀 더 긴 호흡에서 서로 많이 주고받는 연기를 하고 싶다.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 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와 팔려 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렸다. (사진=디씨지플러스, 어바웃필름 제공)
저도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 재홍 오빠를 '족구왕' 개봉했을 때 처음 봤다. 아, 근데 정말 새로운 배우의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출연했던 거 거의 다 봤다.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너무 부럽고, 너무 닮고 싶고, 저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되더라. 과거에 같은 소속사에 있던 적이 있었다. 회식 때 인사하는 정도였지만.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면서 (함께 길게 연기하는 것을) 더 꿈꾸게 됐다. 다시 제대로 하고 싶다.

'멜로가 체질' 때 저는 오빠가 기타 치는 씬이랑 술에 완전히 취한 씬을 가장 좋아했다. 그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잘한 점은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배우한테. 왜냐하면 저도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픈 말을 들을 때는 또 아프기도 하지만 좋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거에 굉장히 힘을 많이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 해경의 남자친구 역이었던 장승조를 비롯해 조연진도 화려했는데.

너무 얄밉지만 너무 (역할에) 잘 어울려서 사랑스러운! 승조 선배였던 것 같다. 연기도 너무 잘하시고. 감독님이 남자친구랑 해경이의 케미도 중요하니까 리딩 한 번 하자고 하셨는데 바로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 우리 둘이 되게 잘 맞나봐요' 했다. (웃음) 승조 선배님도 정말 사랑꾼이시다. 태어난 아기, 아내에 대해서 되게 많이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죄 많은 소녀'에서 서현우 선배가 담임 선생님(역할)이었다. 여기('해치지않아') 나와서 제대로 씬 스틸러 역할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저는 현우 선배를 너무 좋아한다. (웃음) 여기서도 너무 잘하시더라. 박혁권 선배님은 대사 중에 "뭐가 이상해?"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대사로만 볼 땐 안 웃긴 대사도 호흡으로 살려버리는 연기력에 반했던 것 같다. 고 대표님, 기천 선배님은 보고 저도 너무 깜짝 놀랐다. "됩니다, 다 되고요" 하시는데 제가 시나리오 읽으면서 예상했던 톤이 아니었다. 아, 이래서 선배님이신 거구나 했다. (웃음)

뭐니 뭐니 해도 제 최애는 예리 선배님이었다. '코리아' 때부터 정말 좋아했고 닮고 싶은 배우였다. 특별출연으로 기존에 하지 않은 역할을 하셨다. 가족 시사회 때 바로 제 옆이셨는데 끝나자마자 선배님 연기 너무 잘 봤고 너무 최고라고 쌍 따봉을 막 날리고 애정을 표현했다. (웃음) 예리 선배님이랑 꼭 둘이 만나고 싶다. 여기서는 함께(출연)했지만 같이 대사를 주고받진 못해서…

▶ 아까 아픈 말을 들었을 때도 좋은 말을 들으면 다시 힘이 난다고 답한 게 인상적이었다. 좋은 말을 여러 번 들어도 소수의 안 좋은 말에 더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지 않나.

좋은 말이 훨씬 더 많이 마음에 남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성격 중의 하나는, 물론 상처를 잘 받는 편이고 그거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은 빨리 일어나는 편이지만 되게 빨리 잘 털어버린다. 근데 그걸 털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따뜻한 말이 가진 힘이 크기 때문이다. 안 좋은 말 열 마디를 듣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그게 다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또 어떨 때는 센 말이 너무 또 세면 (일동 웃음) 지워지지 않긴 한다. (웃음)

▶ 지금까지 악평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 거로 기억하는데.

아닐 거다. (웃음) 사실 저는 평을 잘 안 찾아보려고 했다. 상처받을까 봐. '멜로가 체질' 때도 4부까지는 실시간 그걸(댓글) 아예 안 봤다. 아예 안 봤는데 동료들이 '우리가 시청률은 낮지만 댓글 반응은 악플이 없어, 다 응원만 하고 있어' 해서 이후에 봤다. (웃음) '멜로가 체질'은 희한하게 악플이 없었다.

배우 전여빈 (사진=황진환 기자)
▶ '해치지않아'가 곧 개봉하는데,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해치지않아'는 너무 재미있는 영화인데 재미로만 그치는 영화가 아니고 또 착하기까지 한 영화다. 그리고 어떤 일부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영화다. 연초에 대명절인 설도 다가오니까 아이와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연인 친구 다 함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니까 꼭 보러와 달라. (웃음)

▶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차기작은 '낙원의 밤'이다. 그게 크랭크 업한 지 얼마 안 됐다. 아마 하반기에 찾아뵐 것 같다. 기대해 달라. <끝>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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