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액션, 식상한 인물.. '미드웨이' 이게 최선이었나요?

원종빈 입력 2020. 1. 15. 1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미드웨이> 독일 감독, 중국 자본, 미국 제작진의 합작품

[오마이뉴스 원종빈 기자]

 <미드웨이>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중일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은 일본으로의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 이에 반발한 일본군은 1941년, 진주만을 공습하고, 기습적인 공격에 미군은 큰 피해를 입는다. 미군은 일본의 다음 공격 목표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한편, 둘리틀 중령(아론 에크하트) 지휘 하의 특공대를 보내 일본 본토에 폭격을 가한다.

니미츠 제독(우디 해럴슨)과 레이튼 소령(패트릭 윌슨)은 암호를 해독해 '미드웨이'가 일본군의 목표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가용한 모든 전력을 모아 전투에 대비한다. 그리고 1942년 6월 4일, 딕 베스트 대위(에디 스크레인)와 맥클러스키 소령(루크 에반스)을 비롯한 파일럿들이 진주만의 복수를 위해 출발한다.

전쟁사적으로 미드웨이 해전은 태평양 전쟁의 분기점이 된 전투로 유명하다. 또 함선 대 함선의 전투가 주를 이루던 해전에서 항공모함의 중요도를 부각한 전투이기도 하다. 영화 <미드웨이>는 미드웨이 해전을 조명하며 해당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의 사연을 더한 작품이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 2012 >로 유명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는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기본적으로 <미드웨이>는 전쟁영화로서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을 보여주며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특히 맥클러스키 소령이 일본 함선 아라시의 항적을 발견한 순간부터 급강하 폭격기들의 공습까지, 이른바 '운명의 5분'이라 불리는 미드웨이 해전의 결과를 뒤바꾼 변곡점을 묘사하는 클라이맥스에서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 <미드웨이>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영화는 줄곧 조종하는 파일럿과 기관총을 쏘는 사수의 1인칭 시점으로 항공전과 해전을 비춘다. 이는 '운명의 5분'을 묘사할 때도 마찬가지로, 함선들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급강하하는 폭격기들의 모습을 현장감이 잘 살아나는 방향으로 구현하며 확실한 쾌감과 몰입감을 보장한다. 이외에도 첩보활동과 해전을 교차시키면서 작전의 입안 과정과 실제 전투 상황의 연관성을 빠르게 드러내는 부분도 군더더기 없는 편집처럼 보인다.

다만 전쟁영화답지 않게, 그리고 에머리히 감독답지 않게 액션 신이 전반적으로 허술해 보였다. 특히 CG가 부자연스러운 편인데, 진주만 공습의 경우 폭탄이 폭발하거나 함선이 불타오르는 장면에서 어색한 CG가 유달리 눈에 띈다. 또한 전투 및 액션 시퀀스 자체는 많지만 영화 자체에 역동적인 느낌이 없었던 점은 아이러니 했다. 태평양 전쟁의 특성상 주로 함선에서 사격하거나 파일럿이 운행하는 장면들 위주로 전투가 묘사되다 보니 유사한 장면들이 거듭 나열되고, 끝으로 갈수록 액션이 지루해졌다.

또한 <미드웨이>는 근본적으로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담을 내용과 정보를 선택하는데 실패했다는 문제를 지닌다. 사실 영화에서 다루는 진주만 공습, 둘리틀 특공대, 미드웨이 해전 등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처럼 각각 따로 영화로 제작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내용이다. 이를 2시간 20여 분 안에 모두 담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미드웨이>는 정석적인, 그러나 순진한 방식을 선택한다. 태평양 전쟁 개전 전부터 미드웨이 해전 직후까지 시간 순서대로 모든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쌓아 올리는 방법이다. 그렇기에 태평양 전쟁을 공부했거나, 미드웨이 해전에 관한 사전 정보가 많은 관객이 아니라면 영화의 사건들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가 사건들과 역사적 정보들을 소화하고 전달하는 데 집중되다 보니, 인물들의 개성은 다소 희생됐다. 분량 문제로 인해 인물들에게 가장 간단히 부여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맡긴 것인데, 그 결과 각 캐릭터들은 숨 쉬는 인물이 아닌 그저 사건을 전개하기 위한 장기말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겁 없이 돌격해서 언제나 살아남는 전쟁영웅,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고 능력도 있는 전문가, 윗선의 명령 대신 부하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지휘관, 전쟁을 치르며 진짜 군인으로 성장하는 병사 등, <미드웨이>는 전형적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그 결과, 화려한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뚜렷이 각인시키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한편 예상과 달리 최대한 객관적으로 미드웨이 해전의 전황을 오롯이 담아낸 부분은 인상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둘리틀 특공대에 대한 묘사다. 둘리틀 특공대를 통해 <미드웨이>는 그간 태평양 전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중국의 역할과 전쟁을 수행한 중국인들의 피해를 보여줬다. 이는 영화가 소재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역사적으로 둘리틀 특공대가 미드웨이 해전을 가능케 한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영화의 객관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도구로 볼 수 있다.
 
 <미드웨이>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독일인 감독과 중국의 자본, 미국의 제작진이 함께한 결과,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전쟁영화에서 찾기 힘든 의외의 일면도 보인다. 일본군을 단순한 적 또는 오합지졸이 아니라 당당한 군인이자 대등한 적군으로 묘사한 점, 미군들의 애국심과 개인적인 복수심 사이에서 적당히 비중을 조절하면서 미국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렇다.

<미드웨이>는 묘한 작품이다. 소재나 등장하는 캐릭터를 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전쟁영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화 내적인 묘사를 보면 아닌 면도 발견할 수 있는, 종잡을 수 없는 영화다. 한편 모든 면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액션은 CG가 어색한 부분이 있으나 개성적인 카메라 시점이 대체하고, 밋밋한 캐릭터와 난잡한 스토리는 나름의 역사의식으로 보강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면에서 평균적인 재미를 보장하기 위해 애쓴 결과 너무나도 평이한 작품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즉, <미드웨이>는 장단점이 교차하면서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을 함께 자아내는 작품이자, 그로 인해 머릿속에서 금세 사라지는 영화다. 마지막 순간 자막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사적 위업도 영화의 감흥을 더 길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