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마지막 단관극장 '동광극장'을 가보다

김민정 2020. 1. 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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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61년째 맞은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
'응팔', '시그널' 등 촬영지로도 유명
내부 리모델링 후 골드클래스급으로 변신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외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동두천(경기)=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단관극장’은 영화관이 단 하나뿐인 극장을 말한다. 1990년대말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극장을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의 극장은 단관이었다. 이후 메가박스(당시 동양그그룹), CJ CGV(CJ그룹) 등 대기업들이 극장사업에 뛰어들면서 대부분의 극장은 멀티플렉스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소규모 극장은 여지없이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단관극장 역시 하나둘씩 사라지는 추억의 영화관이 됐다. 편의성을 고려해 좋은 극장들이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때 그 시절만의 운치는 아쉽게도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에는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옛날식 단관극장이 아직 건재하다. 지난 1959년 문을 연 ‘동광극장’은 고재서(63) 대표가 1986년 극장을 인수한 뒤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개관 61년째를 맞은 이곳은 영화관 자체가 박물관이었다.

동두천 중앙시장을 따라 걸으면 어렵지 않게 동광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극장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 걸린 노란색 영화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극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외관이지만 ‘동광극장 상영 중’이라는 큰 문구와 함께 최신 영화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앞에 적혀 있던 상영시간표 (사진=김민정 기자)
기자가 방문한 지난 13일에는 영화 ‘닥터두리틀’과 ‘천문’이 상영 중이었다. 입구에는 직접 손으로 써 놓은 상영 시간표가 눈에 띄었다. 티켓의 가격은 8000원으로 보통 멀티플렉스 극장 가격(1만원)에 비해 20% 이상 저렴하다.

극장 내부에 들어서니 마치 과거로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점과 매표소 등은 옛날 극장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이곳은 벌써 여러 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탄 곳이었다. 이를 알려주듯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 등을 촬영했다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영화관들을 장식했을 법한 신기한 모양의 영사기도 놓여 있었다. 고 대표는 “이 영사기는 1980년도에 구입한 것”이라며 “2009년 영화 ‘아바타’를 상영하면서 구형 영사기를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한 뒤 이곳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사기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잘 관리된 상태다.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1980년도에 구입한 구형 영사기 (사진=김민정 기자)
눈길을 끈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각종 피규어와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어항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많은 어종 중 유독 피라냐가 눈길을 끌었다. 이 피라냐는 수입금지 조치전에 들여놓은 것으로 고 대표가 취미로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광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로 자리잡았다.

이곳은 멀티플렉스 극장만큼 잘 꾸며놓은 휴게실도 자리했다. 먼지 한 톨 없이 관리가 잘 된 검은색 소파와 함께 관객들을 위한 안마 의자도 있었다. 매점에는 각종 과자를 비롯해 팝콘부터 콜라까지 다양한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이후 상영관에 들어서자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모습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61년 된 영화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깔끔했다. 총 283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상영관은 현재 어느 영화관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만한 고품격 내부시설을 마련했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내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이렇게 멋진 공간은 고 대표의 숨은 배려였다. 그는 199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스크린과 음향, 의자 등 제반 시설을 전부 현대식으로 싹 바꿨다고 한다. 1층에는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가 설치돼 있었고, 2층은 좀 더 독특한 구조로 꾸며져 있었다. 2층 첫 줄 관객석 앞에는 다리를 올릴 수 있는 받침대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 또한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 대표가 직접 낸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콘센트까지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 충전도 가능했다. 이곳은 동두천 속 ‘골드클래스’였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조모(36)씨는 “이곳을 다시 방문한 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다. 지금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북적이는 영화관과는 달리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영관 좌석도 너무 편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내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말처럼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영화관은 한산했다. 최근 주한 미군 감축 등으로 심각한 공동화를 겪으면서 유동인구 또한 현저히 줄어든 상태. 그렇다면 동광극장에 방문객은 어느 정도가 될까.

고 대표는 “상영작마다 다르지만 지난해에는 1만명 가량 온 것 같다”며 “월 평균 500명 가량은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에도 나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젊은 친구들이 멀리서도 일부러 영화관을 구경하러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모두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대에 고 대표는 영화관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광극장이 최대한 오래 우리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내부에 있던 휴게실 (사진=김민정 기자)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동광극장’ 외관 (사진=김민정 기자)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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