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긴 터널 끝에서 빛난 멜로디, '샤인'[리뷰]
올해 72세의 노익장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샤인’이 이달 27일 다시 스크린에서 연주된다.
1986년 스콧 힉스 감독이 데이빗 헬프갓을 만난 후, 본격적으로 영화화되었다. 1996년 전 세계에 개봉했는데, 주인공 데이빗 헬프갓 역을 열연한 제프리 러쉬가 전 세계를 울렸다. 제69회 미국 아카데미, 제54회 골든 글러브, 제50회 영국 아카데미 등 영예로운 각종 영화상의 남우주연상 휩쓴 바 있다. 물론 수많은 음악상도 받았다. 국내에서는 세 번째 재개봉.
‘샤인’은 클래식 음악 영화의 보물 상자 같은 영화다. 지금껏 이토록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영화는 없었다.
105분의 러닝타임 중 대략 13곡 정도의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모차르트,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시대의 피아노 음악이 모여 마치 음악회에 자리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흥미롭다. 음악의 신과 같은 존재로 라흐마니노프를 다룬다. 어린 데이빗은 라흐마니노프를 절대 연주할 수 없다고 주장한 벤 로젠 선생, 라흐마니노프의 제자이자 데이빗의 두 번째 음악 스승 세실, 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작품을 아들에게 연주하게 강요했던 데이빗의 아버지, 데이빗이 가장 서고 싶어 했던 무대인 로열 앨버트 홀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장면까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라흐마니노프를 둘러싸고 전개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서양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로, 대단한 팬덤을 몰고 다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실제로 아무나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기교적 수준과 어느 정도 물리적인 조건이 가능할 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 막힐 듯 무시무시한 음악적 패턴과 러시안 풍의 매력적인 선율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클래식 음악계의 마스터피스로 남아있다.
“넌 행운아야.”
데이빗 헬프갓의 어린 시절은 한 마디로 적막이자 고통이었다. 클래식 음악 그 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를 광적으로 존경했던 그의 아버지 피터 헬프갓은 비정상적인 집착을 아들에게 쏟아 부었다. 온 가족이 낡은 수레를 끌며 길가의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았지만, 데이빗은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에 앉아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웠다. 천재성이 세상에 알려진 후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이작 스턴에 의해 미국 초청 유학길이 열렸지만, 데이빗은 아버지의 반대로 가지 못했다. 이후 런던왕립학교의 초청에 고민하던 데이빗은 결국 가족과 아버지를 떠난다.
런던에서의 행복한 생활도 잠시, 신경 증상의 발현으로 10년 간 요양원 생활을 한다. 의사는 그에게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비오던 날 고래 그림이 그려진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그는 림스키 코르사코브의 ‘꿀벌의 비행’을 연주하며 빛나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운명의 여인 길리안과 결혼한 후, 다시 피아니스트로 새 삶을 시작한다.
현재 데이빗 헬프갓은 세계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다닌다. 삶의 고통에서 빛나는 연주의 순간까지 펼쳐진 그의 이야기와 무대가 언제까지 빛나길 바래본다.
영화 ‘샤인’은 이달 27일 개봉.
정은주(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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