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은 남자.. 그의 집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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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팡이를 힘겹게 짚고 걷던 구마가이 모리카즈(야마자키 츠토무)는 길가에 난 싹이 튼 식물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남극의 쉐프> (2009)처럼 잔잔한 코미디를 만들어온 오키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모리카즈를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게 그렸다. 남극의>
모리카즈는 실제로 말년에 30년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과 정원의 삶에 만족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모리는 국가에서 준다는 문화 훈장을 "그런 거 받았다간 사람들이 잔뜩 오잖아"라는 말로 단칼에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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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진수 기자]
▲ 화가인 모리(야마자키 츠토무)는 자신의 집 정원을 꼼꼼하게 돌아보는 게 하루의 일상이다. |
ⓒ 영화사 진진 |
두 지팡이를 힘겹게 짚고 걷던 구마가이 모리카즈(야마자키 츠토무)는 길가에 난 싹이 튼 식물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유심히 쳐다보던 그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한 마디 건넨다. "여태 자라고 있었는가." 그가 걷는 길 주변의 울창한 나무는 햇빛을 막을 정도로 빽빽하다. 이름도 모를 곤충과 벌레들이 나뭇잎과 땅바닥을 기어 다닌다. 모리카즈는 자연과 마주하기 위해 때론 땅바닥에 누워서 관찰하기까지 한다. 그러던 그는 전에 못 보던 돌멩이 하나를 줍는다. "어디에서 날아오셨나?" 사람들은 그를 모리라고 불렀다.
한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26일 개봉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영화 <모리의 정원>은 초록빛이 풍성한 작품이다. 나무와 식물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 카메라는 구름이 흐르 듯 천천히 담아낸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리의 집과 딸린 정원. 정원보다는 초록 우주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다.
▲ <모리의 정원>의 한 장면. |
ⓒ 영화사 진진 |
잔뜩 쌓여 있는 일 앞에서 마음이 쫓긴다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불안할 때, 마음을 잔잔함으로 적시기 좋은 영화다. 싱그러움에 마음은 안식을 얻고 모리의 너그러운 철학에 숨통이 틜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소박함에서 거대함을 얻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무와 꽃, 곤충과 벌레만 유심히 관찰해도 삶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주변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던 모리를 보면 따뜻함과 정겨움도 얻는다. 2018년 세상을 떠나 이젠 실제로 만날 수 없는 키키 키린을 보는 것은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감사함이다. 99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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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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