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 대목마저.. '승리호' 영웅' 등 대작영화 잇단 개봉연기

라제기 2020. 6. 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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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는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작이다. 제작비는 250억원 가량이 들었다. 여름 흥행몰이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여름만 바라봤다. 매년 8월은 관례처럼 1년 중 가장 큰 시장이 서왔으니까. 올해도 대작들이 덩치싸움을 펼치며 판을 키우리라 기대했다. 분위기도 좋았다. 제작비 200억원대 안팎인 한국형 텐트폴 영화 4편이 흥행대전을 준비했다. ‘반도’(감독 연상호)와 ‘영웅’(감독 윤제균), ‘승리호’(감독 조성희) 등 3편은 출사표를 던졌고,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출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3월부터 빙하기 같은 상황을 겪고 있던 극장가로선 영화와도 같은 여름 반전을 꿈꿀 만했다.

최근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컸다. 수도권 1일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연일 기록하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초ㆍ중ㆍ고생 개학이 늦춰져 여름 방학이 사실상 사라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11일 ‘영웅’이 여름대전 참전을 포기하더니 12일엔 ‘승리호’가 회군을 발표했다. ‘모가디슈’도 여름 개봉을 단념했다. 결국 빅4 중 ‘반도’(7월 개봉)만 남았다. 여름 빅매치가 무산됨에 따라 극장가 빙하기는 더 길어지게 됐다. 영화산업 전반이 더욱 고통스러운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웅’은 동명 뮤지컬을 원작 삼아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린 영화로 서거 110주년을 맞아 개봉을 준비했다. 윤 감독이 1,000만 영화 ‘국제시장’(2014)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데다 국내에 드문 뮤지컬영화라 관심을 모았다. 광복절을 앞두고 극장가에 선보이면 가족단위 관객몰이가 가능한 영화였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7월 개봉 예정이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가 8월 초로 개봉 시기를 옮기면서 ‘영웅’도 자연스럽게 최적의 시기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영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웅’은 추석 또는 연말 대목에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청부살인업자와 그를 쫓는 한 추격자의 대결을 그린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는 예정대로 7월 개봉한다. NEW 제공

‘승리호’ 역시 충무로의 희망 중 하나로 꼽히던 작품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라 기대가 컸다. 제작비는 250억원 가량. 한류 스타 송중기와 김태리가 주연하고 주연급 감초배우 진선규와 유해진이 출연한다. ‘늑대소년’(2013)으로 706만 관객을 모은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다. 5월 예고편을 공개한 후 동명 웹툰을 온라인에 연재하는 등 영화 알리기에 적극 나섰기에 개봉 연기 충격이 더 크다.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김동현 본부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악재가 가장 컸고, 현 상황에서 8월 초반 개봉 목표로 마케팅 활동을 하기에 애로가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현재로선 추석 연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가디슈’는 여름 개봉을 공식 발표한 적 없지만 올 여름 텐트폴 영화로 촬영 당시부터 꼽혀왔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외교관이 탈출하는 과정을 240억원으로 담았다. 김윤석과 조인성이 출연하고 모로코에서 장면 대부분을 촬영했다. 투자배급사 롯데컬처웍스는 ‘모가디슈’ 대신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을 여름시장에 내보낸다. ‘강철비2’는 4월 예정이었던 개봉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추석 연휴 때로 잠정 연기했던 영화다. 정우성 곽도원이 주연한 남북 문제 영화로 제작비 100억원대 대작이지만 ‘모가디슈’보다는 경량급이다. 영화계에선 ‘모가디슈’가 추석 연휴 때 개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8월초 개봉하고 여름 기대작 '영웅'은 개봉이 연기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승리호’와 ‘영웅’ ‘모가디슈’가 여름 흥행 대전에서 빠지면서 한국 영화 대진표는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2’로 다시 짜였다. 2014년 이후 정착된 여름시장 ‘빅4 혈전’은 올해 재현되지 않게 됐다. 출혈경쟁은 피했으나 흥행 대전 열기도 식을 상황이다. 극장들에게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할리우드 대작 ‘테넷’이 여름 개봉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12일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테넷’은 개봉일을 당초 예정(미국 기준 7월 17일)보다 2주 늦은 7월 31일로 옮겼다. 한국에선 이틀 앞서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한 멀티플렉스 체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좌석 간격 두기를 실시해 아무리 매진이 돼도 예전 같지 않은 환경에서 대작들이 철수하는 악재까지 겹쳤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개봉하는 여름 영화들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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