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시절의 너'..중국을 뒤흔든, 비틀린 세상 이야기

서정민 2020. 6. 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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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을 뒤흔든 자국 영화가 있다.

제목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의 포스터만 보면, 요 몇년 새 국내에서 인기를 끈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청춘 로맨스와 어두운 누아르를 결합한 듯한 <소년시절의 너> 는 보통의 중국 영화와 달리 사회적 요소를 지닌다.

영화의 성공에는 요즘 중화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청춘스타들의 호연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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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을 뒤흔든 자국 영화가 있다. 10월 개봉 닷새 만에 흥행 수익 1400억원을 돌파했고, 최종 2600억원 넘는 이익을 거뒀다. <알라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캡틴 마블>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모두 제친 성적이다. 상업적 성공뿐만이 아니다. ‘홍콩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홍콩영화금상장에서 올해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하며 시상식 주인공이 됐다. 마침내 국내에서도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시절의 너>다.

제목도 그렇고, 남녀 주인공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의 포스터만 보면, 요 몇년 새 국내에서 인기를 끈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로맨스는 <소년시절의 너>의 주요한 한 축이다. 하지만 왕다루(왕대륙) 주연 <나의 소녀시대>처럼 풋풋하고 경쾌한 첫사랑이 아니다. 어둡고 소외된 이들의 아픈 사랑, 그리고 그런 둘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비틀린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첸니엔(저우둥위·주동우)은 대입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다. 하나뿐인 가족인 엄마는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다. 밑바닥 삶의 유일한 탈출구는 명문 베이징대 합격뿐이라 믿는 첸니엔은 친구 하나 없이 공부에만 몰두한다. 어느 날 한 학생이 학교에서 몸을 던진다. 반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다. 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진 그를 보며 전교생은 휴대전화로 사진만 찍는다. 보다 못한 첸니엔이 다가가 자신의 옷으로 덮어준다. 이후 첸니엔은 가해 학생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된다.

학생들 성적이 벽에 붙고, 등수대로 자리를 옮겨 앉으며, 군부대에서나 볼 법한 전투적인 구호와 교사의 폭압적인 다그침이 지배하는 학교. 어딘지 익숙한 풍경이다. 첸니엔이 당하는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도 과거에 겪었거나 현재도 진행 중인 광경을 보며 관객들은 함께 힘들어하고 아파하게 된다.

그런 첸니엔 앞에 베이(이양첸시·이양천새)가 나타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교도 다니지 않으며 거리에서 자란 아이다. 첸니엔은 베이에게 대입시험 때까지 보호해달라고 요청한다. 서로 아픔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으며 애틋한 감정을 느낀 둘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둘의 앞날은 폭우 속 질퍽이는 진흙탕과도 같아진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 스틸컷. 영화특별시SMC 제공

청춘 로맨스와 어두운 누아르를 결합한 듯한 <소년시절의 너>는 보통의 중국 영화와 달리 사회적 요소를 지닌다. 성적과 입시에만 매몰된 교육 환경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학교폭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다. 영화 시작부터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이 영화가 피해자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는 자막을 보여주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중국에서 최근 괴롭힘 방지법이 제정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영화의 성공에는 요즘 중화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청춘스타들의 호연도 한몫했다. 첸니엔을 연기한 저우둥위는 2010년 18살 나이에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로 데뷔했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쩡궈샹(증국상) 감독과 처음 만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로 대만 금마장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연기력과 스타성 다 갖춘 대세 배우다. 베이를 연기한 이양첸시는 가수·모델·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스타다. 연출을 맡은 쩡 감독은 배우 출신으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 출연하기도 했다. 단독 연출 데뷔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로 세계 영화제에서 24개 상을 휩쓸며 호평받은 뒤, 이번 영화로 또 한 번의 성공을 일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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