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국력인 세상.. 한반도 문제 인내하며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양우석(51) 감독은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한 듯 “제 의견은 일부러 하나도 넣지 않았다”며 “(‘강철비2’처럼) 본질을 건드리는 분단물을 만들 때 내부 검열이 솔직히 있는데 지금 한국 사회의 내부 검열 문제가 좀 심각하지 않나 싶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관 배제한 이유…“한반도 문제, 객관적으로 봐야”
양 감독은 “농담 삼아 ‘철근과 시멘트, 모래는 다 외국산이고, 그걸 영화란 구조 안에 부어서 만들어냈다’고 말한다”고 했다. ‘강철비2’의 북한 내부 붕괴와 평화체제 구축, ‘강철비’의 전쟁과 한국 핵무장은 모두 한반도 미래에 대한 해외 시뮬레이션 결과라는 설명이다.
“‘강철비’ 1, 2편의 상상력은 해외 석학과 싱크탱크들 시뮬레이션에서 많이 빌려다 썼어요.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려 했죠. 그럼에도 이 상상력, 시뮬레이션을 불편해하는 분이 있다는 게 저로선 좀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상상력이라 생각해요. 21세기는 상상력이 국력인 세상이잖아요. 영화를 볼 가치도 없고 무시하자, 해 버리면 내부 검열에 의해 상상력이 제약되고 우리 스스로 국력을 약화시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게 좀 슬픕니다.”
그는 “국가 이익이 뭔지, 냉정하게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러분, 통일하실 겁니까?”
쿠키 영상에서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양 감독이 관객들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는 “예스(Yes)라고 하든 노(No)라고 하든 결론은 똑같다”며 “바로 평화체제”라고 설명한다.
“평화체제 구축이란 게 뭐냐면 북한이 외국이 되는 겁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분단을 해야 되는 거예요. 우리가 중국·소련과 수교했고 북한도 미국·일본과 수교하면 외국이 되는 거죠. 남북이 이미 유엔에 각각 다른 나라로 들어가 있잖아요. 분단을 하고 사이가 나쁘지 않은 외국 정도만이라도 돼 보자, 그게 사실 평화체제거든요. 지금 예스를 하더라도 최소한 완전히 분단이 되고 평화체제를 구축했다가 유럽연합(EU)처럼 갈 겁니다. 노를 하면 북한을 더 외국으로 만들어 버려야 되는 거예요. 답이 똑같으니까 감히 그런 질문을 드려 본 건데, 우리가 이것까지 부담을 느낄 정도로 많이 위축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누가 더 세냐는 건 누가 더 참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느냐 아닌가 싶어요.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그건 정말 우리 의지가 관철된 거죠. 왜? 아무도 바라지 않거든.”
극 중 미국 대통령 이름인 스무트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양 감독은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44세란 다소 늦은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친구들은 은퇴하기 시작하는데 새로운 영역에 들어와 포지션을 고민했다”면서 “웹툰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영화로는 세상에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게 좀 덜 힘들더라고요. 이 얘긴 누군가 해야지, 그렇게 위안을 삼으면 힘이 나요. 지치더라도 조금 덜 지치고요. 남북 문제가 끝나면 인구 급감 문제를 얘기해 보려 합니다. 그런 얘기를 한 번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시나리오는 썼는데 ‘강철비2’가 손익분기점(395만명)을 넘어야 두 번째 얘기를 할 기회를 주시겠죠.”
그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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