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흙좀비, 알비노좀비 차이 알았나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에서만 4000만불(약 478억원)의 수익을 올린 영화 ‘반도’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세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총제작비 190억원 규모의 화려한 액션신과 전작 ‘부산행’을 잇는 아포칼립스(종말) 세계관 등이 ‘반도’의 흥행 배경으로 꼽히는데, 첫머리로 거론되는 이유는 역시 현실감 넘치는 좀비들이다. 부패 속도는 물론 표정과 문드러진 모습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이 ‘디테일’한 좀비들을 만든 주인공은 국내 특수분장팀 셀(Cell). 셀의 황효균 대표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K좀비’는 곪아 문드러진 기존 서양 좀비를 답습하지 않고 독특해요. 바이러스로 갑자기 생겨난 ‘부산행’ 좀비는 열차에 부딪혀 부어오른 상처, 내장이 터져 검붉게 솟은 핏발들 위주로 표현을 했었어요. 여기서 4년이 흘러 더 곪고 마르게 된 ‘반도’의 좀비들은 이들이 있던 환경에 따라 차이를 뒀죠.”
2003년 설립돼 국내 대표 특수분장팀으로 성장한 셀은 황 대표가 이끄는 특수분장팀과 곽태용 대표의 애니매트로닉스·특수소품·세트팀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인원은 총 16명으로 해마다 10개 작품씩 참여해 지금까지 ‘기생충’ ‘괴물’ ‘신과함께’ ‘극한직업’ 등 150여개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반도’는 앞서 ‘부산행’으로 청룡영화상 기술상을 받았던 셀이 노하우와 역량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스크린을 휘젓는 ‘1급 좀비’ 한 구를 만들기 위해서 1시간 동안 10여명의 팀원들이 달라붙어야 했다. 피부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하려 신축성 좋은 일회용 실리콘을 쓰다 보니 분장도 매번 새로 해야 했다. 1급 좀비 분장 한 회에 드는 비용은 수백만원 수준이다. 황 대표는 “특수분장은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가 마비되면 배수시설이 망가져 도시가 흙구덩이가 되겠죠. 그래서 바깥 좀비들을 표현할 땐 가뭄 논바닥처럼 갈라진 피부 껍질과 흙이 묻은 외양에 신경을 썼어요. 반대로 지하철에 갇힌 ‘알비노 좀비’들은 회색톤이고 습기가 많아 피부가 일어나 있죠.”
셀의 디테일은 해외에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킹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극에서 좀비가 된 양반과 평민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햇볕에 그을린 백성 좀비들은 허여멀건 한 양반과는 달리 거무스름하다. 생사초를 먹여 살린 왕의 피부색은 양반들과는 또 다르다. 피부색은 ‘킹덤’의 주제를 관통하는 ‘계급’ 차이를 은연중에 전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섬세함에 힘입어 셀은 박찬욱·최동훈·나홍진 등 충무로 유수의 감독들이 가장 먼저 찾는 특수분장팀이 됐다. 셀이 아우르는 특수분장의 범위도 광범위한데 비단 좀비만이 아니라 ‘엑시트’의 유해가스 살포장치, ‘옥자’의 돼지 옥자, ‘암살’ 이정재의 축 처진 뱃살, ‘해치지 않아’의 동물 탈도 모두 셀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등장하는 복숭아와 수석 소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복숭아털은 실제로는 카메라에 잘 보이지 않아요. 촬영할 때 복숭아가 안 나는 계절이기도 했고요(웃음). 액션에 쓰이는 수석도 일일이 본을 떠서 실제처럼 만들었죠.”
황 대표가 진단하는 현재 국내 특수분장 실력은 할리우드와 비교해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근래에는 한국 특수분장팀을 향한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셀을 특수분장에 관한 연구를 거듭하는 단체로 만들고 싶다는 황 대표는 특수분장의 본질을 ‘마술’에 빗대 설명했다.
“특수분장은 관객을 영화에 스며들게 하는 매개체에요. 영화를 보면서 특수분장이라는 걸 알아채면 절대로 안 되죠. 마술의 트릭을 모르고 봐야 더 신기하고 짜릿한 것과 비슷합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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