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나오면 영화 재밌다" 그녀가 5년을 기다린 이유

이선필 입력 2020. 8. 10. 16:03 수정 2020. 8.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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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오케이 마담> 에 담은 엄정화의 열정

[이선필 기자]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엄정화.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엄정화에겐 모처럼 강행군이다. 5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영화 <오케이 마담> 홍보 일정으로 그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가며 인터뷰, 예능 프로 출연, 라디오 방송을 소화하고 있었다. "힘든데도 집에 가면 몸과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며 홍보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엄정화가 짐짓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 배우 엄정화의 엄마 역할이 낯설지 않다. 이미 <댄싱퀸>, <미쓰 와이프> 등에서 생활력 강하거나 다채로운 감정 연기와 코미디를 선보이며 한껏 몸에 맞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오케이 마담>은 여기서 조금 비틀었다. 엄마 캐릭터와 코미디 요소에 액션까지 가미했다. 영화는 인생 최초의 해외여행 중 비행기가 테러범에게 탈취당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5년의 기다림

"대사와 상황 설정이 너무 재밌더라. 액션이 들어갔다는 게 절대적인 선택 기준은 아니었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액션스쿨도 미리 다녔다. 꽈배기 튀기는 것도 연습했다. 배우로서 액션은 처음 해보니 그런 즐거움이 있더라.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신도 어찌 보면 길어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정말 화장실에 들어가서 찍을 수 있겠는지 물으시더라. 너무 리얼하게는 찍지 말아달라 했다(웃음). 

미영은 사랑으로 사는 여자 같다. 알뜰하게 아끼며 생활하는 동시에 남편의 관심과 사랑으로 치유받기도 하고, 사랑을 주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밝은 모습으로 자기 인생을 즐기는 것 같더라. 촬영 현장도 그만큼 즐거웠다.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지. <댄싱퀸> 때가 그랬다. 내용 자체를 즐기고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라미란씨와 호흡도 너무 좋았고."

 
 영화 <오케이 마담>의 한 장면.
ⓒ 영화사 올
 
"엄정화가 나오면 영화가 재밌다 평이 가장 듣기 좋더라"면서 엄정화는 그간 5년의 기다림에 대해 말을 이었다.

"언론시사회 때 긴장 많이 했다. 뭔가 울컥하고 반갑기도 했다. 뭔가 응원이 들리는 느낌이랄까. 촬영이 작년 5월에 끝났는데 후반작업이 길어지면서 개봉이 미뤄졌고, 코로나19가 오면서 결국 개봉을 못하나 이런 마음도 있었다. 이제 관객분들과 만나게 됐으니 제가 직접 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영화 설정상 비행기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주요 사건이 벌어진다. 엄정화는 인터뷰 중 조연 배우, 보조출연자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모든 신을 승객들과 함께 찍었잖나. 다들 한 마음이었다"라며 "하나라도 더 보태려고 각자가 가져온 아이디어를 펼쳐놓으시더라. 그게 참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삶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부정적 기운에 빠져있거나 인생을 고민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장점과 긍정적 면을 자꾸 말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 영화에서도 미영이 석환에게 '예쁘면 다야?' 이러잖나. 보통은 혼내고 타박할 텐데 말이지. 이젠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어릴 땐 결혼이라면 뭔가 사랑받고 그런 걸 떠올렸는데 지금은 서로 손잡고 가는 인생, 서로 아끼고 응원하고 그런 거 말이다. 근데 말은 참 쉽다(웃음)."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엄정화.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열정은 아직 차고 넘쳐"

<미쓰 와이프> 때 엄정화는 기자에게 "나이에 갇혀 뭔가 도전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연기와 가수 활동에 열의를 보인 바 있다. 여전히 그 말이 유효한지 물었다. 엄정화의 답은 '오케이'였다.

"그러고 싶다. 언젠가 그렇게 못할 시기도 오겠지만 미리 나이를 생각해서 뭔가를 제한하고 싶지 않다. 연기하면서도 예전에 내가 표현했던 방식이 나오면 어떡하지? 결이 같게 느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맡은 미영은 짜증이라고는 없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면 (제가 해왔던 캐릭터와) 다르게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난 5년, 작품 제안이 많지는 않았다. 전 뛸 준비가 돼있는데 좋은 작품을 찾기 어렵더라. 배우로서 위기감은 항상 있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웃음). 여성 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없다고 말한 것도 후배들을 위한 책임감이라기 보단 남자건 여자건 나이에 맞는 작품을 만나야 하는데 적어도 나이 때문에 배제되는 건 슬프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엄정화는 최근 연기 활동과 함께 가수 활동에도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 프로 <놀면 뭐하니?>에서도 이효리 등 후배 가수들과 프로젝트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수로서 이미 최정상에 올랐던 엄정화는 다소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과거 활동을 떠올리면 까마득한 옛날 같기도 하고 어제 같기도 하다. 가끔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노래는 제가 준비가 되면 언제든 제 의지대로 할 수 있으니 열려 있다. 준비하는 상태에 멈춰있다. 종종 (노래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음원 유통 방식도 많이 달라져서 나 혼자 만족하려고 하는 건가 싶은 거지. 2017년에 낸 '엔딩크레딧'을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 울컥하고 눈물 난다는 분도 계신데 저도 노래를 녹음하면서 엄청 울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뭔가 이 노래는 한 챕터가 끝난 뒤라는 그런 느낌이다. 위로할 수 있는 노래다.

제가 아직 열정이 넘치는 거 같다. 그 열정이 절 계속 부추긴다. 시간이나 한계에 제한받지 말고, 나 스스로 내 인생을 살길 원한다. 이 나이 되면 뭘 해야 하고, 저 나이 되면 뭘 해야 하고 그런 것보다 남 눈치 보는 삶이 아닌 자기 나이를 오롯이 사는 건 어떨까.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 내 마음을 따라갔던 건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틀 안에 있기 보단 시도해보는 게 멋지다. 앞으로도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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