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였던 감독.. 늦둥이 친 동생 '관찰'하는 영화를 만든 이유
[김준모 기자]
▲ <디어 마이 지니어스> 포스터 |
ⓒ 필름다빈 |
다큐멘터리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세 자매의 맏언니이자 이 작품의 감독인 윤주가 늦둥이인 여덟 살 막냇동생 윤영을 관찰하는 내용을 담았다. 윤주가 윤영을 다큐멘터리의 대상으로 삼은 건 동생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윤주는 어린 시절 소위 말하는 영재였다. 윤주가 학교를 다닐 당시는 국가 차원에서 영재를 키우던 때였고, 윤주는 당당하게 영재반에 뽑혔다. 하지만 이후 윤주에게 다가온 건 불행이었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 필름다빈 |
윤영이의 꿈은 영재다. 과거 윤주가 그랬던 거처럼 매일 공부에 집중한다. 일주일에 8개의 학원을 다니고, 수백 권의 책을 읽는다. 이렇게 공부에 매진하던 8살 아이는 슬슬 한계에 부딪친다. 늦게까지 공부를 시키려는 엄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래도 시험점수가 잘 나오니 공부를 하지만, 윤주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윤영이 과거의 자신처럼 고통 받는 게 아닌가 싶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 필름다빈 |
윤영은 과열된 교육시장에 막 들어온 아이다. 똑똑하단 소리를 듣는 것도,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좋아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점점 버거워지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시험을 잘 보고 싶다며 공부하는 내내 미소를 보이던 윤영이는 점점 울음을 터뜨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날이 많아진다. 조금만 더 공부하자는 엄마의 말에 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성적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에 힘겨워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선숙은 과열된 교육시장 안에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인물이다. 공부에 재능과 흥미를 지닌 운영을 도와주고 싶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다. 선숙을 더 괴롭게 만드는 건 윤주의 존재다. 엄마 때문에 거짓된 영재로 살아 힘이 들었다는 윤주의 하소연은 남들처럼 아이들을 공부시킨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기에 다큐멘터리에 악역처럼 등장하느냐는 억울함을 자아낸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 필름다빈 |
감독 윤주가 과거 영재였으나 행복하지 못했고, 어머니 선숙은 윤주를 위해 투자한 교육비용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윤영이 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윤주는 불안을 느낀다. 이는 대한민국의 교육신화가 만든 허상이자 과한 경쟁이 부른 비극이다. 학창시절 전 세계 최고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고등학생 중 70%가 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낮은 취업률과 높은 자살률은 고학력자가 되어도 부와 명예,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영재였던 감독 윤주가 영재가 되고 싶은 동생 윤영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모든 영재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교육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축소시키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1994년 문화대통령 서태지는 '교실 이데아'란 노래를 통해 한국교육의 문제를 지적했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년 넘게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변함없는 영재교육 열풍은 씁쓸함을 지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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