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BIFF] "정이삭 믿고 출연"..'미나리' 스티븐 연·한예리·윤여정이 그린 이민자의 삶 (종합)

2020. 10. 2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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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영화 '미나리'가 이민자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23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 온라인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배우 윤여정, 한예리가 참석했고 감독 리 아이작 정과 스티븐 연은 화상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문유랑가보'로 칸 국제영화제 진출, AFI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마을로 이사온 아버지, 아칸소의 황량한 삶에 지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픈 어머니, 딸과 함께 살려고 미국에 온 외할머니.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자국 영화 경쟁 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 2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소설 '마이 안토니아'에서 영감을 받아 '미나리'를 시작했다는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윌라 캐더 작가가 실제로 농장에서 자신이 살았던 이야기를 쓴 소설을 봤다. 이런 이야기가 내 삶과 얼마나 같은지 생각했다. 이후 제 1980년대 기억을 가지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기억의 순서를 되짚어보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열해봤다.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가족에게 실제로 있었다. 그 이야기들을 투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용을 만들어보니 다큐가 아니라 장편 영화가 됐다. 제 이야기는 영감을 받은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배우들이 각자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창조됐다"고 말했다.

'미나리'를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선 "영화에서 미나리가 자라는데, 그게 큰 역할을 한다. 저희 가족이 실제로 미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가지고 오셔서 미나리를 심었다. 미나리는 우리 가족만을 위해 심고 길렀던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심고 가장 잘 자랐던 것이 미나리다. 우리 할머니가 저희에게 가졌던 사랑 등이 녹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미나리 자체가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감정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민자로서 '미나리'에 크게 공감했다는 스티븐 연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가기 전에 캐나다로 이주를 했다. 서부의 조용한 시골에서 한적하게 살았다. 이 경험이 영화에도 잘 녹아있더라"라며 "이민자의 삶이라는 게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문화, 언어 등의 차이로 인한 많은 생각들이 생겼다. 감독님이 만드신 내용들을 보며 공감을 많이 했다. 굉장히 진실되고 정직하게 영화를 만드셨다. 저희에게도 구체적인 생각이 더해졌다. 감독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주의 삶이 닮아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민자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껴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훨씬 더 연대가 됐다"며 "제이콥 역할을 하면서 저희 아버지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삶에 있어서 굉장히 힘겨웠던 투쟁을 이겨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 아버지가 미국에 오면서 꿈꿨던 동기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저도 남편, 아버지로서 더 이해를 많이 하게 됐다. 또 한예리, 윤여정과 작업하며 제가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던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돼 배움의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리 아이작 정에 대한 깊은 호감으로 '미나리' 출연을 결정했다는 윤여정은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너네 할머니처럼 연기를 해야 하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냥 제가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그때 감독에게 믿음이 갔다. 어떤 감독들은 기억이 생생해서 그걸 흉내내라고 한다. 그러면 배우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이작은 저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라고 밝혀 아이작을 향한 신뢰를 드러내더니 "자유를 주는 것 같지만 책임감이 더 큰 거다. 그건 제 미션이다. 전형적인 할머니, 엄마 역할은 하기 싫다. 난 다르게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예리 역시 "저도 처음에 감독님 만났을 때 인상이 너무 좋으셨다. 편안했다. 영화를 못하는데도 감독님과 그냥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이상하게 생기더라. 또 한국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 모니카라고 생각했다. 저희 엄마, 할머니를 통해서 봤던 모습들이 모니카 안에 있었다. 어떻게든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국 경험은 전혀 없지만 함께 하게 됐다"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리 아이작 정 감독인만큼 대사 등의 디테일한 부분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한다. 글을 쓸 때도 머릿속으로 영어를 생각한 다음에 한국어로 대본을 썼다. 대본의 전체적인 걸 다듬은 후 윤여정 선생님이나 스티븐 연 등이 공동으로 작업해줬다.

스티븐 연도 "한국어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무서웠다. 윤여정 배우님에게 제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많이 꾸짖으셨다.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했던 '버닝'에서는 단조로운 톤을 만들어서 느낌이 다른 한국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했어야 했다. 제가 부모님과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며 그 모습을 많이 봤다. 한국에서 온 이민자의 대표 이미지보다는 극중 제이콥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면, 그가 어떻게 말을 할지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선댄스영화제 수상 소감도 밝혔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 2관왕을 달성한 것은 '미나리'가 유일하다. 그는 "너무 자랑스러웠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다. 아침에 누나와 영화를 봤는데,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상까지 받게 돼 기쁘고 놀라웠다. 관객 분들이 이 작은 이야기를 보고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한 걸 느꼈던 것 같다"며 "'기생충'이 미국 관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는 걸 보며 그들이 포용하는 게 더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적인 콘텐츠가 일반 대중에게 연결이 되고 공감을 자아낸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마이데일리 사진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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