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정의로운 소시민? '그냥' 소시민이에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0. 11. 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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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정우,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배우 정우가 영화 ‘재심’에 이어 또 한 번 ‘정의로운 소시민’을 보여준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에서 존경받는 정치인 ‘의식’(오달수)을 도청하다 감화되는 도청팀 ‘대권’을 연기한다.

“실제로도 소시민이고, 정의롭다기 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제 얘길 할 땐 솔직하고 소신있게 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야 부끄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정의로운 캐릭터를 선택하는 걸 수도 있어요. 표현하긴 쉽진 않지만요. 왜냐하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건 테크닉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참 어렵더라고요.”

정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오달수 ‘미투’ 논란으로 3년 간 표류하던 ‘이웃사촌’을 개봉하는 소감과 이환경 감독에 대한 믿음,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털어놨다.


■“연기된 개봉,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이웃사촌’은 2018년 촬영을 마쳤지만 주연인 오달수가 ‘미투’ 의혹에 휘말리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러나 사건이 지난해 경찰의 내사 종결로 마무리가 되자 영화는 3년 만에 개봉을 강행했다. 긴 시간이 흐른 터라 영화와 시대 사이 간극은 꽤나 넓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었어요. 개봉을 하느냐, 마느냐는 배우들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크게 걱정했다기 보다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뜨거운 피’를 연달아 촬영해왔고, 그저 응원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시간을 지혜롭게 쓰려고 노력했고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시간날 때 운동하고 책 보며 지냈어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케하는 소재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질문하자 그는 손을 내저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정치적인 환경, 역사적 이야기들은 영화 안에서 소재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정,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중심이지 않았나 싶고요. 오히려 영화 ‘타인의 삶’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오달수와 작업기를 물으니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선배가 워낙 차분하고 말수가 많지 않아서요. 그럼에도 배우로서 몰입도가 높으니까 제가 연기하기엔 수월했어요. 그리고 감독이 배우 간의 조화를 잘 맞춰줬어요. 현장 공기가 잘 흘러갔던 기억이 나네요.”


■“40살, 부족한 걸 인정하고 채워나갈 시기죠”

그도 이제 마흔 문턱을 넘었다.

“제가 40살이 넘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 내가 그동안 지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며 채워나가려고 이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나 싶더라고요. 나이가 드니 확실히 또 다른 감정이 생겼어요. 예전엔 앞으로 직진만 해야할 것 같고 위로 솟아오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지금은 비워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그 안을 다른 걸 채우고 싶고요. ‘이웃사촌’ 끝내고 두 작품 계속 이어가면서 감정적으로 고갈됐나봐요. 제 자신을 너무 괴롭혔거든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고 현장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내공이 부족했던 거죠.”

스스로 ‘이기적인 연기’였다고 고백했다.

“제 연기 하나만 생각하면서 촬영장을 다녔어요. 상대와 현장도 바라봐야 하는데 말이죠. 날 자꾸 괴롭히니 촬영만 앞두면 잠도 잘 안 오고, 먹지도 못했고요. 배우가 꿈이었는데 왜 이리 힘들게 하나 싶었어요. 그리고 힘들어하는 나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주변을 보면서 ‘이젠 다른 식으로 연기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의 출세작 ‘바람’ 이후 지난날을 평가해달라고 하니 쑥스럽게 웃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을 많이 부렸어요. 그 이외의 것들을 잘 챙기진 못했죠. 투박하고 원초적으로 연기하다보니 어느 순간 너무 고통스럽더라고요. 제 고민에 대해서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내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현장에 발산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배우 김유미, 5살 난 딸과 알콩달콩 평범하게 사는 일상이 그에게 큰 힘을 준다고 했다.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들이죠. 아내와 아이뿐만 아니라 제 아버지와 어머니까지도요. 소위 ‘배우는 40살부터 시작이다’라고 하는데, 이젠 그게 어떤 얘긴지 알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고 하는데, 그 말에도 공감하고요. 많이 부족하지만 제 아버지에게 받은 큰 사랑을 아이에게 주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 그것마저도 매일 매일 고마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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