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마이뉴스

남성의 폭력에 맞선 여성의 홀로서기.. 초현실적 스릴러로 보여주다

이학후 입력 2020.11.22. 13: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리뷰] 영화 <더 콜러>

'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기자말>

[이학후 기자]

 
▲ <더 콜러> 영화 포스터
ⓒ 포커스 온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스티븐(에드 퀸 분)과 이혼 소송 중인 메리(레이첼 르페브르 분)는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그곳에서 옆집에 사는 조지(루이스 구즈만 분)와 친해지고 야간 대학에서 만난 교수 존(스티븐 모이어 분)과 여러 대화를 나누며 메리는 낯선 생활에 조금씩 정착한다.

어느 날, 이사 오기 전부터 집에 있던 전화기가 울린다. 수화기 너머의 낯선 인물의 이름은 로즈(로나 라버 분). 그녀는 다짜고짜 집에 있는 바비를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메리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로즈는 막무가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어떤 매개체를 이용하여 같은 '현재'로 연결된다는 모티프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소재로 쓰였다. 할리우드에선 <프리퀀시>(2000)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선 <동감>(2000)과 <시월애>(2000)가 만들어진 바 있다. 에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최근에 선보인 드라마 <시그널>(2016)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더 콜러> 영화의 한 장면
ⓒ 포커스 온
2011년 제작된 영화 <더 콜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어떤 매개체로 연결하는 모티프를 스릴러 장르로 풀었다. 1979년을 사는 로즈와 2010년을 사는 메리는 전화를 이용하여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우정에 가까운 유대 관계를 쌓는다. 두 사람은 모두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얻는다.

그러나 로즈가 메리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뀐다. 처음에 로즈는 어린 메리와 그녀의 어머니 주위를 배회하는 식으로 위협을 가한다. 메리의 곁을 맴도는 로즈의 모습은 2010년의 메리가 가진 가족사진을 통해 나타난다. 다음엔 주변 사람들을 해쳐 메리의 현재를 하나둘 바꿔버린다. 사라져버린 지인을 기억하는 이는 메리 하나뿐이다.

급기야 로즈는 어린 메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까지 저지른다. 메리는 자신의 현재를 로즈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막을 방법은 하나도 없다. 과거의 인물이 저지르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더 콜러>에서 메리는 스티븐과 로즈가 휘두르는 폭력에 시달린다. 스티븐은 메리가 처한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인물이다. 로즈는 메리의 내면 또는 폭력의 영향을 드러낸 인과에 가깝다. 메리가 과거에 존재하는 로즈와 싸운다는 건 결국 자신에게 두려움으로 존재하던, 줄곧 피하기만 했던 폭력을 마침내 극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콜러>는 남성의 폭력에 맞선 여성의 홀로서기를 초현실적 소재를 활용한 스릴러물로 보여준 것이다.
 
▲ <더 콜러> 영화의 한 장면
ⓒ 포커스 온
당초 <더 콜러>의 메리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2009년 세상을 뜬 브리트니 머피였다. 하지만, 촬영 당시에 지각이 잦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배역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빅토리아 역으로 친숙한 레이첼 르페브르에게 넘어갔다. 브리트니 머피가 해고되지 않았다면 <더 콜러>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주었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는다.

<더 콜러>에서 아이디어만큼이나 중요한 건 시종일관 전화로 등장하는 로즈의 목소리다. <드래그 미 투 헬>(2009)의 저주를 퍼붓는 노파로 분했던 로나 라버는 목소리만으로 로즈 캐릭터에 기괴함과 오싹함을 불어넣었다. <스피드>(1994)의 데니스 호퍼, <폰 부스>(2002)의 키퍼 서덜랜드 등을 연상케 하는 열연이다.

<더 콜러>는 기존의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간 발상이 돋보인다. <프리퀀시>의 스릴러 버전으로서의 재미를 갖추었다. 그러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약점도 지닌다.

메리가 존과 사랑에 빠지는 전개는 뜬금이 없거니와 아파트를 떠나지 않는 이유도 석연치가 않다. 구식 전화기가 집에 있는 이유를 설명한 장면, 2010년의 메리가 늙은 로즈를 찾는 장면 같은 DVD에 수록된 삭제 장면들을 보노라면 영화의 편집이 지나치게 많이 이뤄진 탓도 크다고 여겨진다. 삭제 장면을 추가한 감독판이 나온다면 지금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아질 작품임에 분명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다.
 
▲ <더 콜러> 영화의 한 장면
ⓒ 포커스 온
넷플릭스에서 11월 27일 공개 예정인 이충현 감독의 <콜>은 <더 콜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1)를 리메이크한 <표적>(2014),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럭키>(2016),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를 리메이크한 <침묵>(2017), 홍콩 영화 <마약전쟁>(2013)을 리메이크한 <독전>(2018), 그리고 광고 영상을 영화로 옮긴 <뷰티 인사이드>(2015)를 만들었던 '리메이크 명가' 용필름이 제작한 작품이니 이번에도 원작과는 다른 무엇을 보여주리란 기대감이 크다.

섣부른 예상을 해보자면 원작에서 가져온 메리와 로즈는 각각 박신혜와 전종서가 분하지만. 원작엔 없던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김성령과 이엘이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로즈의 캐릭터 영역을 대폭 확장한 서사를 구축한 걸로 짐작된다. 어떤 재해석을 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기 예고편

    현재페이지 1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