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삼토반' 최수임 "얄미운 조대리 연민..엔딩요정 감사"

조연경 입력 2020. 11.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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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수임 /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좋은 작품은 좋은 배우들까지 발굴, 발견해내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되고, 회자되면 회자될 수록 눈에 띄는 구석도 많아진다. 코로나19 시국 150만 명의 선택을 받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감독)' 역시 주연 못지 않은 조연 배우들의 활약상이 호평받은 작품. 그중 얄미운 감초 역할로 관객들의 뇌리에 콕 각인된 조대리 최수임의 존재감도 남다르게 빛났다.

상고 출신 말단 직원으로 분류되지만 비상한 아이디어를 번뜩이는 정유나(이솜) 옆에서 갖출 것 다 갖춘 정규직 스펙으로도 열등감을 느끼는 조민정 대리. 정유나의 아이디어를 제 것처럼 스리슬쩍 활용하는가 하면, 무너지는 자존심에 아닌 척 있는 독설 없는 독설을 날려 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조악한 측은함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조대리의 입장이 되어 봤을 관객들에게도 설득력과 공감대가 뒤따르는 이유다.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조대리에 대해 설명한 최수임은 "주변에서 꼭 한번씩은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조대리가 될 때도 있고, 조대리와 같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고. 살다보면 내가 가진 아홉가지보다 갖지 못한 한가지에 집착할 때가 있는데, 조대리를 연기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됐다"며 "영화적으로는 지금 보면 대단히 강렬한 90년대 스타일을 원 없이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출신으로 16년간 무용수로 살다 돌연 연기에 눈을 돌렸다. '기적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깜짝 눈도장을 찍기도 했던 최수임은 2011년 영화 '써니'를 통해 본격적인 배우 행보를 시작, 10여 년간 공백과 활동을 반복하며 '최수임만의 내공'을 쌓는데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유가 없었던 시절도, 미숙함에 몸부림 친 시절도 있었지만 최수임은 "시간과 내공의 힘을 믿는다"며 성장의 좋은 예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배우 최수임 /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코로나19 시국에도 15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깜짝 놀랐다. 영화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시기라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50만이 넘고 100만 명이 넘는 것을 보면서 '와 진짜 넘은건가?' 싶더라. 소재를 무겁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라 잘만 개봉한다면 많이 봐주실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시기까지 좋았던 것 같다. 다들 n차 관람을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웃음)"

-영화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사실상 첫 주요 캐릭터로 활약한 필모그래피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과 처음 미팅을 할 땐 조대리 역할을 딱 두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른 역할도 함께 언급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조대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왠지 옆에 꼭 한명은 있을 것 같은 인물이고, 얄미운 것 같으면서도 파다 보면 짠한 구석도 있다. 자꾸 거슬리는데 마음이 쏠리는 애? 열등감이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고, 가끔은 스스로 그런 면을 확인할 때도 있지만 대놓고 행동하지는 않는. 하지만 조대리는 질러버린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 "나는 캐스팅이 초반에 된 편이라 일주일에 한번씩 감독님을 만났다. '너무 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조민정이라는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보자'는 감독님의 제안에 '그냥 원래 그런 애야'라고 단정짓지 않고 여러가지 시선으로 접근했다. 가장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지점은 스토커 같은 느낌이었다. 왜 꼭 남을 신경쓰는 눈빛이 하나쯤은 있지 않나. 감정을 더 드러내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최종 버전은 지금의 조대리로 완성됐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어떤 장면이 편집됐나. "정유나을 정말 끊임없이, 집요하게, 시시때때로 봤다. 근데 그런 장면이 다 나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던게 유나에게 웃으면서 선물을 주는 신도 살짝 있었다. 그 장면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지금 정도로 나온 것 만으로도 좋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조대리 신은 감사하게도 많이 살았다.(웃음)"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조대리를 어떤 인물로 봤나. "잘 보면 밥 먹는 신에서도 조대리는 남자들과 있다. 사회생활은 능력, 스펙과 별개의 부분이다.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데 무조건 예쁨 받고 싶어하는 엘리트 친구들이 간혹 있지 않나. 그게 딱 조대리 캐릭터라고 봤다. 사실 조대리는 잘났다. 흡사 통역사처럼 영어도 다 알아듣고 오지랖을 부리는데, 그럼에도 내가 갖지 못한 어떤 것이 보이면 탐을 낸다. 집에서도 쉬지도 않고 공부하면서 친구도 없을 것 같다."

-영화적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굉장히 현실적이다. "아무래도 살다보면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SNS도 분명 내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좋은 것만 남기고 싶고 꾸며내려는 부분이 있지 않나. 내 안의 소리가 아니라 남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 같고, 나는 아닌 척 하지만 '진짜 내 안에는 그런 모습이 없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자격지심이 그렇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사람도 뜯어보면 본인만의 자격지심이 있다. 그래서 조대리에게 더 연민이 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유나와의 엘리베이터신이 두번이나 등장한다. "원래는 마지막 엘리베이터 신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근데 다시 살려냈다고 하시더라. '쿠키 영상 느낌으로 간다'고 하길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옆에 작게 보이는 그런 영상일 줄 알았다. 이렇게 엔딩요정 수준일 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너무 너무 감사했고, 모로가나 도로가나 나는 좋았다. 하하하."

-임팩트 있게 보여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관객들에게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모든 장면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엘리베이터신은 특히 더.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은 '너무 막 잡아먹을 것처럼 '으으으~' 그렇게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접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히든피겨스' 영화를 보며 도움을 받았다. 화장실에서 흑인과 백인 상사가 만났을 때 분명 악의는 없는데 누가 들어도 그런 톤으로 느껴지는 대화를 한다. 거기에서 착안을 했다."

-케미가 잘 맞았다. "조대리의 열등감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안하려고 했는데…'라고 했으면 하지 말아야지.(웃음) 원래 대사에는 '자기야'라는 호칭이 없었다. 근데 여자들끼리는 그렇게 부를 때가 또 있지 않나. 감독님이 '좋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솜 씨가 키가 크지 않나. 내가 힐을 신어도 작다 보니 밑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왈왈' 대드는 것처럼 보인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앙상블이 생각보다 더 잘 맞아 보였다."

배우 최수임 /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마케팅 팀 전체의 호흡이 돋보이기도 했다. "모든 장면, 캐릭터가 그렇겠지만 마케팅 팀의 분위기 역시 '진짜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주문이 있어서 우리끼리 리딩 전에 따로 만나기도 했다. '대사가 있어도 진짜 고민하고 일에 찌들어 있는 모습도 보이면 괜찮지 않을까' 하셨다. 배해선 선배님이 하신 '좋은데?'도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대사다. 현장에서는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했다. 너무 리드를 잘해주셔서 재미있었다."

-90년대 비주얼 때문일까. 이미지가 전혀 달라 보이더라. "나는 눈썹만 바꿔도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 스타일링에 따라 느낌이 바뀌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또 말단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어야 했는데, 나는 그에 비해 자유로워 여러 구제 의상을 픽업해 입기도 했다. 근데 90년대 여성 분들은 체형이 훨씬 더 작았던건지 나도 옷을 크게 입는 스타일은 아닌데 허리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더라. 타이트해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독특하고 예뻐 좋았다."

-정말 잘 어울렸다. "사실 시대극 드라마를 한 적이 있어 그런 분장이 어느 정도는 잘 어울린다는걸 알고 있었다.(웃음) 나에게는 과감하고 강렬한 얼굴이 낯익으면서 익숙했고 '이 얼굴 오랜만에 보네?' 싶기도 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친해진 배우들은 '저 처음에 되게 놀랐잖아요~'라고 하더라. 분장의 힘으로 캐릭터 힘까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 뭐가 됐든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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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수임 /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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