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라도 건지자"..극장 포기하고 넷플릭스 직행하는 영화들

김재희 기자 입력 2020. 12. 2. 15:58 수정 2020. 12. 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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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으로 간다고 해도 100%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니까요."

지난달 20일 영화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올해 최대 기대작이었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 영화사 대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차인표 주연의 영화 차인표는 롯데컬처웍스의 투자 및 배급으로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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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으로 간다고 해도 100%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니까요.”

지난달 20일 영화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올해 최대 기대작이었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 영화사 대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영화관 관객 수가 연일 하락하는 와중에 극장 개봉은 위험한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으로 좌석 간 띄어 앉기가 재개돼 극장의 절반밖에 쓸 수 없어 극장 개봉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A 씨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가 개봉 지연으로 수십~수백억 원이 묶여 있어 자금 순환이 안 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비라도 건지면 숨구멍은 틔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파수꾼’을 만든 윤성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주목 받았던 ‘사냥의 시간’을 비롯해 지난달 27일 공개된 ‘콜’, 내년 1월 공개되는 ‘차인표’까지 넷플릭스로 갔다.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넷플릭스 개봉을 논의 중이다.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회수를 위해서다. 승리호의 P&A(홍보)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240억 원. 관객 580만 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메리크리스마스는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에 더해 수십억 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A 비용을 포함해 제작비 115억 원을 들여 만든 사냥의 시간 역시 넷플릭스와 120억 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사냥의 시간이 극장에 갔다면 310만 명인 손익분기점을 절대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계에선 코로나19 상황의 관객 수를 평소 관객 수의 3분의1 수준이라고 본다. 지금 승리호가 580만 명을 넘으려면 평상시 1700만 명이 보는 수준으로 영화가 대박이 나야 한다는 얘기다.

승리호는 영화 개봉 후 스핀오프 영화, 웹툰, 드라마 등으로 IP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승리호 개봉이 연기될수록 이들 작품 역시 제작이 지연돼 손해가 커지는 상황도 고려됐다. 메리크리스마스 관계자는 “승리호는 영화 개봉 뒤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 캐릭터 별 전사(前史)를 담은 스핀오프 콘텐츠도 계획하고 있었다. 영화 개봉이 밀리면서 해당 작품들의 기획개발도 멈췄다”고 했다.

극장을 가진 투자배급사도 개봉작이 줄줄이 밀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넷플릭스를 택했다. 차인표 주연의 영화 차인표는 롯데컬처웍스의 투자 및 배급으로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대형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를 보유한 투자배급사의 영화가 넷플릭스로 간 첫 사례다. 롯데컬처웍스가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모가디슈’와 ‘보스턴 1947’은 내년으로 밀렸다. 1600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에 이어 차인표를 제작한 ‘어바웃 필름’의 김성환 대표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라 관객들이 찾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 시청자들에게 공개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넷플릭스가 점차 싼 가격에 국내 작품들을 사려고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승리호는 송중기가 출연하기에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 넷플릭스가 거액의 웃돈을 주고 샀을 것”이라며 “코로나 19의 상황이 지속돼 영화들이 너도 나도 넷플릭스로 가려고 한다면 넷플릭스가 제작비 수준만 지불하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는 조회수가 폭발해도 제작사에 ‘러닝 개런티’를 추가로 주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대박’을 꿈꿀 수 없게 되는 점도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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