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박신혜, 소리없이 강한 '참 좋은 배우'

아이즈 ize 글 최재욱 기자 2020. 12.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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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재욱 기자



영화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만한 ‘인생 연기’를 펼친 배우들 옆에는 항상 최고의 동료 배우가 서 있다. 이들은 자신이 돋보이려 노력하기보다 리액션 위주의 연기를 펼치며 상대배우가 마음껏 자신의 연기력을 펼칠 마당을 펼쳐준다. 별이 혼자서 빛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비춰줘야 영롱한 빛을 발하듯이 상대배우가 빛나게 옆에서 비춰주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준다. ‘화차’에서 김민희가 명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이선균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고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 옆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송강호가 서 있었다. 결코 혼자 빛나는 배우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배우들이 이런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과 단단한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일. 그래야 남을 빛나게 비춰주면서도 자신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이 빛나야 할 때는 환하게 빛을 내다가 누군가를 받쳐줘야 하면 묵묵히 뒤로 빠질 줄 아는 이들을 우리는 ‘진정한 배우’라고 부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가든 안 가든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다.


올해도 수많은 배우들이 코로나19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극장가에서 빛나는 연기로 대중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가운데서 배우 박신혜의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활약은 한 번 되짚어볼 만하다. 그 가치만큼 칭찬을 받지 못했다. 30대 초반 여자 배우로서는 드물게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박신혜는 지난 6월 개봉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작 영화사집)와 최근 넷플릭스서 공개된 ‘콜’(감독 이충현, 제작 용필름)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사실 박신혜는 드라마에선 자신이 홀로 작품을 이끌며 흥행을 책임질 수 있는 독보적인 흥행 스타이지만 스크린에서의 활약은 이제까지 그에 미치지 못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부터 ‘시라노 연애 조작단’, ‘상의원’, ‘형’, ‘침묵’ 등에 출연했지만 드라마에서만큼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안방극장에서 안정된 인기를 구가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다 스크린에서 20~30대 여자배우들이 조명을 받을 만한 역할이 적었기 때문. ‘성실함의 아이콘’인 박신혜는 서두르지 않고 한 계단씩 오르며 스크린에서 자신이 활약할 공간을 서서히 넓혀 왔다.



드라마 위주로 활동해온 박신혜가 ‘#살아있다’와 ‘콜’에 연속해 출연한 건 이제 영화배우로서 승부수를 한번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30대 초반 또래의 여자배우들 중 유일하게 해외에서도 팬덤을 지닌 ‘한류스타’인 박신혜의 인기와 인지도만 생각했을 때 사실 두 작품에서의 비중과 주목도는 미흡해보일 수 있다. ‘#살아있다’에서는 중반 이후에야 등장하고 ‘콜’에서는 관객들의 눈길이 공포를 가중시킬 연쇄살인범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에게 쏠릴 수박에 없다. 그러나 18년차 배우 박신혜는 안정된 연기력과 단단한 내공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며 상대배우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여름 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살아있다’는 한국형 좀비물에 재난 스릴러를 덧입힌 작품. 박신혜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로 통제불능에 빠진 도시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던 주인공 오준우(유아인)가 모든 걸 포기하려 하는 순간  기적적으로 나타난 또 다른 생존자 김유빈 역할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천방지축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던 영화에 관객들이 피로감이 들 때쯤 등장해 영화의 중심축을 제대로 잡아주며 흐름에 가속도를 붙여준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녀 이미지를 벗고 무게감 있는 여전사로 거듭난 박신혜의 변신은 그가 아직도 보여줄 패가 엄청 많은 다재다능한 배우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충무로의 기대주' 이충현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은 ‘콜’은 상반기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개봉이 수차례 연기되다가 지난달 말 넷플릭스에서 선 공개된 작품.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파국을 그린다. 박신혜는 절대 엮여서는 안됐던 1999년의 여자 영숙(전종서)으로 인해 삶이 무너져가는 2019년의 여자 서연 역할을 맡아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콜’은 두 여자의 대립을 다룬 영화지만 현재의 여자 서연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는 작품. 서연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소화해내기 매우 힘든 어려운 캐릭터다. 서연이 시종일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영숙에게 당하면서 펼치지는 공포가 영화의 주요 흐름이기에 스포트라이트는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에게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몇몇의 톱 여자배우들이 출연을 거절했고 박신혜도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는 후문. 제작진의 삼고초려에 출연을 결정한 박신혜는 기대대로 섬세하면서도 선 굵은 연기로 긴장감을 형성하며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이렇게 박신혜가 깔아준 마당에서 전종서는 신들린 듯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를 가능케한 대선배 박신혜의 저력과 내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누구의 뒤를 받쳐주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해야 진정으로 활짝 빛날 수 있다. 배우 인생도 마찬가지다. 혼자만 빛나려 하다간 오랜 시간 빛나기 힘들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게 인생인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도 하나의 공동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한발 뒤로 물러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박신혜의 현명한 자세가 돋보인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에서 ‘참 좋은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는 배우 박신혜는 이제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을 듯싶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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