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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생애 마지막 크리스마스.. 엉망진창이 된 까닭

장혜령 입력 2021. 01. 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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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완벽한 가족> 완벽한 가족은 없다

[장혜령 기자]

 영화 <완벽한 가족>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완벽한 가족>은 가족 앞에 찾아온 위기를 통해 결속력과 단단함을 재확인하는 영화다. 잘 알지 못했던 서로를 알아가고, 괜찮다고 덮어두었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마련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 없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면 되는 것이다.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한 가족은 완벽하지 못하고 삐걱거렸지만 완벽을 향해 오늘도 나아간다. 진실과 화해를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도 각각의 사정은 그다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가족은 사실상 만들어질 수 없는 판타지에 가깝다. 따라서 원제 'Blackbird'와 판이한 한국 제목 '완벽한 가족'은 역설적인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완벽한 가족>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엄마, 무섭지 않으세요?"
"떠나는 날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삶의 열정을 갖게 돼. 누구나 죽기 마련이란다. 애써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갈 뿐이야."

직업적으로 성공했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다 자부한 릴리(수잔 서랜든)는 두 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와 애나(미아 와시코브스카), 그리고 남편 톰(샘 닐)과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루게릭으로 이미 한쪽 팔은 마비가 와 쓰지 못하는 상태, 걷는 것도 사실상 불편하다. 그러나 도움을 급구 거부, 느리더라도 혼자서 해오려고 애쓰고 있다.

릴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운 좋게도 의사 남편을 둔 탓에 병의 진행사항을 예측할 수 있었다. 릴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 집에서 오롯이 행복한 죽음을 가지려는 계획을 세웠고, 내친김에 크리스마스 파티로 당겨서 열겠다고 선언했다. 오늘은 우리집 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다.

영화는 존엄사를 택한 마지막 가족 모임인 셈이다. 엄마의 인생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 이들은 불편한 며칠을 보내게 된다. 어렵게 존엄사의 이유를 묻자, 릴리는 조금이라도 내 의지로 무엇을 할 수 있을 때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며칠 후면 말도 먹을 수도 없이 그저 연명한다는 것 외에 어쩔 도리가 없을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 단계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태어남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음만은 스스로 선택하고자 한다. 누구나 죽음 앞에 평등하다. 조금 일찍 삶을 마감하고 인간답게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떠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두 딸은 엄마의 선택에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혼자 알아서 잘하는 제니퍼는 무엇 하나 모자라면 못 참는 성격, 누가봐도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상태다. 엄마의 선택이 두렵기는 하지만 최대한 그 선택을 존중해주자는 입장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된 둘째 애나는 동성 연인 크리스(벡스 테일러 클라우스)를 데려왔다. 둘 사이는 헤어짐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최근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그러나 애나는 어쩐지 행복해 보이지 않고 불안정해 보인다. 가족과 상의도 없이 결정한 엄마에 대한 서운함일까. 잔뜩 심술이 난 애나는 크리스와 합심해 말도 안 되는 엄마의 계획을 막아보려 한다.
  
 영화 <완벽한 가족>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행복한 시간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두 딸 내외와 손자, 절친한 친구 리즈(린제이 던컨), 그리고 남편까지. 가족이 모두 참석한 뜻깊은 자리가 드디어 마련되었다. 내친김에 릴리는 저녁을 먹으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준비했다. 화기애애하고 단란한 시간이 이대로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말로 완벽한 시간이다.

그러나 태풍의 눈이 가장 위험한 것처럼, 행복한 시간은 불안한 위험을 품고 있었다. 서운했던 말과 행동, 숨겨왔던 관계, 말하지 못한 꿈 등이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건드리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태로웠던 문제들은 하나둘씩 드러나며 이내 폭발해버린다. 이별을 위한 시간까지는 이제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후회가 밀려온다.

오늘은 드디어 릴리가 세상을 떠나는 디데이. 매일 똑같은 평범하고 게으른 하루를 보내라는 릴리의 부탁에도 가족들은 다시 투닥거린다. 이대로 서로 얼굴 붉힌 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긴 여행을 보내주어야 맞는 걸까. 릴리 가족은 화목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해소되지 않은 앙금과 서운함이 깊게 남아 있었다.

영화는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과 수잔 서랜든, 샘 닐, 케이트 윈슬렛, 미아 와시코브스카, 린제이 덩컨 등. 화려한 배우들이 포진한 연극 무대를 방불케 하는 연기 대결장 같았다. 집과 공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가족들의 겉과 속이 다른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존엄사,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기보다. 서로 알지 못했던 가족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되돌려 준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완전히 개입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 두기를 지킨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간다. 여태껏 실망시키기 싫어 말 못 한 진실이 해결되면 가족들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릴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완벽한 가족> 스틸컷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죽음을 결정해 놓으면 의연한 태도가 생기는 걸까. 내일 죽더라도 오늘만큼은 온전한 나로 살고 싶다는 릴리는 떠나는 날짜를 정한 후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문득 죽음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 비포 유>가 존엄사를 로맨틱하게 그려냈다면 <완벽한 가족>은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영화다. 우리나라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모든 것을 상쇄하는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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