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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명 사망하게 만든 대기근.. 뒤늦게 밝혀진 음모

심동훈 입력 2021. 01. 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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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미스터 존스> 가 말해주는 것

[심동훈 기자]

진실을 목도한 개인은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세력의 저항과 방해에 부딪힌다. 개인은 억압 앞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세상에 알린다. 진실을 찾아낸 선이 진실을 은폐하는 악을 처단한다. 이는 성직자의 성추문 고발을 다룬 <스포트라이트>,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정부의 거짓을 고발한 워싱턴 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더 포스트> 등 언론을 다룬 많은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내용 전개 방식이다.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 제임스 노턴 주연의 <미스터 존스> 또한 일련의 영화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도 몇 가지 다른 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미스터 존스>는 진실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점과 진실을 마주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세밀하면서도 독특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중심은 진실과 진실을 마주한 개인의 감정이다.

히틀러 인터뷰로 명성을 떨친 가레스 존스는 전 세계적인 공황 속에서도 끊기지 않는 스탈린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자금의 출처를 파헤치기 위해 스탈린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거부당하고, 존스에 앞서 스탈린의 자금 출처를 밝히려 했던 기자는 갑작스런 '강도'를 당해 죽게 되고, 존스를 비롯한 그 주변 사람들은 모두 소련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

삼엄한 분위기 가운데 존스는 목숨을 걸어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자신이 찾고자 했던 진실을 보게 된다. 존스는 비로소 끊이지 않는 스탈린의 자금, 소련의 혁명 자금의 근원이 1932년부터 1933년 사이, 소련의 곡창지대 우크라이나 일대를 휩쓸어 250만에서 35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기아로 사망케 한 대기근 즉 '홀로도모르'였음을 깨닫는다.

존스는 생산하는 모든 곡식을 모스크바로 보내고 먹을 것이 없어 나무 뿌리를 갉아먹거나, 나무 뿌리보다 더한 것을 식량으로 삼는 우크라이나 사회주의 공화국 국민들의 처참한 생활을 목격한다. 영화는 모닥불 등 필수적인 요소를 제외한 모든 장면을 흑백처리함으로써 진실을 목격한 존스의 참담한 감정을 철저히 드러낸다. 현실 속에서 취재를 하던 그는 소련 당국에 붙잡히게 되고, 소련의 상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고향에 돌아온 존스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고발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경제적·정치적 입장에서 소련이 필요한 영국 정부의 거부와 소련 내부에서 언론을 조작하는 월터 듀란티의 방해로 인해 오히려 미친 놈으로 간주된다.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존스의 신념과 충돌한 것은 '혁명'이라는 대의였다. 몇백만명의 희생은 혁명이라는 그럴듯한 정치적 명분 앞에서 가려지길 요구받았고, 존스의 목숨과 위신은 거기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존스는 허울뿐인 대의 앞에 진실을 굴복시키지 않았다. 그가 목격한 현실은 참담했으며, 무고한 사람의 피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혁명의 그림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의 감정은 진실 앞에 충실했고, 감정과 진실은 거짓으로 훼손되지 않았다.

그럴 듯한 대의 앞에 존스의 진실을 묻히는 듯 하지만, 역사는 진실을 드러낼 존재를 그 길목에 심어 놓았다. 존스가 목격한 홀로도모르는 전체주의를 비판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통해 묘사되며, 이는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동물농장>의 첫 구절을 인용하면서 시작하는 영화 초반과, 장면 사이사이에 삽입된 조지 오웰의 독백은 그의 작품이 가레스 존스의 정직한 고발을 배경으로 했음을 짐작케 한다. '존스씨'라는 인물이 <동물농장>의 등장인물임을 생각하면 그럴듯하다.

<미스터 존스>는 어떠한 대의 앞에 진실이 가려지는 현실, 모두가 동의하고 추종하는 대의가 허울뿐인 것임이 분명하고, 그 가운데서 치러지는 무고한 시민의 희생들이 간과되었을 때, 언론인으로써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말해준다. 가레스 존스는 비참한 현실을 목도한 언론인이었고, 진실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오늘날 진정한 언론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레스 존스의 삶을 나타낸 영화 <미스터 존스>는 역사적 대의와 진실 속에서 진실을 좇는 것이 조롱과 냉대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은 진실을 선택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대의 앞에 가려진 진실, 그리고 진실보다는 대의를 추종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조롱하는 언론의 모습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드러난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 시대의 과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까지 시도할 정도로 정치권과 검찰의 대결 구도가 2020년 하반기를 달궜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삶과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노동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대로 의논되지 않았고, 2021년 여야 합의한 중대재해법은 기본 법안의 취지와 완전히 어긋난 방향으로 통과됐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소상공인 등의 고통엔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다.

또한 사회 복지의 혜택을 일절 받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시신을 방치해둔 채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던 발달 장애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은 '정치적 대의'를 위해서만 싸우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언론 또한 이런 사실들을 보도하지 않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의를 따라 진실을 왜곡하고, 허황된 대의만을 내세우며 정치공방에 참여했다. 공수처 법안은 통과됐고, 언론은 승리와 패배를 판가름하지만, 국민의 삶은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이미 가짜뉴스가 판치고, 사회 속에서 진실을 좇는 언론을 바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소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끝없이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언론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냉대와 조롱을 감수하고라도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언론이 있을 때, 국민은 희망을 찾으며, 진정한 대의를 위해 뜻을 모을 수 있다. 거짓은 역사 속에서 드러나고 고발당한다. '홀로도모르'를 감추고자 했던 소련은 결국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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