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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 위기' 직원이 하청업체 가서 한 놀라운 선택

이선필 입력 2021. 01. 21. 11:45 수정 2021. 01. 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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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의 부당해고와 부당 행위를 고발하는 몇몇 영화들이 있었다.

영화는 어떻게 해서든 업무를 부여받고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위치에 서려는 정은의 노력을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린다.

수세에 몰린 정은이 택하는 여러 방식을 묘사하면서 영화는 노동자의 본질과 어떤 특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영화 역시 신문기사에 난 한 중년 여성 노동자의 사연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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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이선필 기자]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거대 기업의 부당해고와 부당 행위를 고발하는 몇몇 영화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거나 진행 중인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고 내용 또한 노동자의 치열한 투쟁과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선 영화들을 노동 영화로 규정한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지만 오는 28일 개봉하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좀 다른 범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만큼은 노동 영화와 투쟁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외려 영화는 노노 갈등이나 한 개인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며 일종의 서사적 설득력을 확보하려 힘쓴 흔적이 보인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한 전력회사 소속 직원 정은(유다인)이 권고사직 위기에 몰리며 결국 하청업체로 파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장 내 업무 배제, 하청업체 파견은 곧 회사를 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박일 터. 아니나 다를까. 하청업체 현장 소장과 직원들 또한 정은을 무시하고 업무를 주지 않음으로써 압박에 동참한다.

영화는 어떻게 해서든 업무를 부여받고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위치에 서려는 정은의 노력을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린다. 여기까진 크게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본청 소속 직원이란 이유로 눈총을 받고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정은의 분투는 여타 휴먼 드라마 등에서도 다뤄 온 설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에선 각 인물들이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다. 대중성을 고려했다면 이런 정은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주변 동료나 소장이 감동하는 등의 위기극복 서사를 넣었겠지만, 끝까지 냉소적이다. 어쩌면 이게 더욱 현실에 가까울 수 있다. 원청 기업의 압박과 현실의 벽 때문에 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원은 정은에게 냉소적인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늦깎이 막내 노동자 충수(오정세)만은 예외다. 약간의 마음을 연 그가 정은의 교육을 알게 모르게 담당하며 일말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위기극복 내지는 역경 극복의 감동을 다룬 극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설정이 판타지에 가까울 것이다. 수세에 몰린 정은이 택하는 여러 방식을 묘사하면서 영화는 노동자의 본질과 어떤 특징을 제시하는 데 집중한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아마도 그 본질은 우리 한국사회에서 깨지지 않고 있는 '을의 태도'일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건 무언의 압력 때문이건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는 그 신성함을 존중받기보단 천시당하고 무시당해왔다. 거시적 관점에서 노동자의 투쟁은 위대했지만 지금껏 영화에서 노동자 개인, 노동자 간 심리 변화와 교류를 세밀하게 다룬 경우는 많지 않았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다소 위험한 선택일 수는 있어도 정은과 충수, 그리고 주변 직원 등을 통해 냉정한 현실과 일말의 연대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제시하는 선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감동적 설정이 아니라도 괜찮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여러 생각할 거리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 1984: 우리는 합창한다 >, 단편 <복수의 길> 등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 온 이태겸 감독이 꽤 오래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번 영화 역시 신문기사에 난 한 중년 여성 노동자의 사연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유다인, 오정세 또한 극중 설정상 높은 송전탑에 오르는 연기를 직접 해내야 했다. 롱샷과 클로즈업 등으로 다양하게 잡힌 이들의 표정과 온몸 연기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일상성을 거세당한 채 매일 위험한 작업을 해야 하는 하청업체 직원의 본질이 두 사람의 연기에 일부 묻어있다.

한줄평: 깊게 들여다본 노동자, 숭고함이 느껴진다
평점: ★★★☆(3.5/5)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련 정보

감독: 이태겸
출연: 유다인, 오정세 등
제공: 홍시쥔
배급 및 투자: 영화사 진진s
러닝타임: 111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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