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떠들썩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 비난 쏟아진 까닭은

김준모 2021. 5.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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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학교 가는 길> 특수학교 문제를 통해 바라본 지역사회의 상생

[김준모 기자]

 <학교 가는 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2017년, 한 장의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적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당시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분위기가 격양되자 장애 아동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현실적인 이유로 번번이 설립이 좌절되었던 특수학교에 대한 이슈에 불을 지르며 전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학교 가는 길>은 강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을 장애 아동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2017년 9월 토론회 현장부터 2020년 3월 서진학교가 문을 열던 순간까지를 담는다. 내 아이의 학교 문제로 시작된 다큐멘터리는 한국 교육 문제를 다루는 거시적인 시점을 조명한 후 다시 우리 동네의 문제로 다가가는 미시적인 관점을 선보이며 지역과 주민, 교육의 상생을 말한다.

강서구 장애 학생들은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구로구 특수학교에 다닌다. 아이들이 지나가는 아파트 단지에는 특수학교 반대와 찬성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복잡하게 걸려 있다.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의 의미의 님비(NIMBY)현상은 위험시설 혐오시설 등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는 행동을 일컫는 용어다. 이곳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필사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비친다.

다소 극심할 만큼 대화를 거부하는 주민들의 모습에는 이유가 있다. 님비에 반대되는 핌비(PIMBY·please in my back yard) 현상을 불러일으킬 한방병원이 서진학교에 세워진다는 점 때문이다. 공진 초등학교의 폐교가 결정되고 그 자리에 서진학교 설립 계획이 예정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은 다른 종류의 학교를 제안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내세웠다. 타협점이 낮았던 순간이다.
 
 <학교 가는 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문제는 이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김성태 전 의원에게 있었다. 그가 갑자기 한방병원 설립 계획을 내세우며 서진학교 때문에 한방병원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작품은 이 문제를 조명하며 지역불균형의 문제를 가져온다.

공진 초등학교의 폐교 역시 임대아파트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원인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공존을 거부했고 폐교라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했다. 그리고 다시, 한 국회의원에 의해 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작품은 사회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조명하는 것보다 이 문제의 주인공인 장애 아동과 그 학부모들의 모습을 담는 데 더 주력한다. 지현이를 비롯해 아이들을 한 명씩 소개하고 그들 어머니와의 행복한 나날을 보여주며 이들이 느끼는 고통에 공감하는 시간을 넓히고자 한다. 특수학교 설립이 자식을 위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말과 자식보다 하루 더 늦게 죽고 싶다는 말은 감정을 자극한다.

이들 학부모들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기에 강한 유대와 연대를 보인다. 장애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일반 학교에서의 적응이 힘들다. 집단에서의 왕따는 물론 교사 역시 불만을 표출한다. 한 장애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로부터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며 폭언을 들은 사실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는 고백은 헌법 제31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교육권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 가는 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이 작품이 보여주는 미덕은 이 교육권의 의미다. 시위에 참석하는 학부모 중에는 아이의 졸업으로 서진학교가 세워져도 개인적인 이익을 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온전히 장애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이는 서진학교가 세워진 후에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서진학교 설립을 조건으로 다음 강서구 지역 폐교 자리에 한방병원을 세우는 결정을 내린 조희연 교육감을 비판한다. 교육은 거래의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가는 길>은 균형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장애 학생들을 바라보는 감정적인 시선과 서진학교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는 르포의 시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이질적인 질감을 준다. 투트랙을 달리며 부드럽지 못한 운행을 선보이지만 특수교육이란 최종 목적지로 방향을 잃지 않고 도달한다는 점은 방향성이 지닌 가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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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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