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칸 해변에서 마주친 임시완, 그와 나눈 이야기[여기는 칸]

이이슬 2021. 7. 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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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 영화제 현지 취재
배우 임시완 인터뷰

[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어? 저를 어떻게 보셨어요?"…"목소리 듣고 알았어요, 워낙 무장을 하고 있어서요." 우연히 마주친 임시완과 인사를 나눴다.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하니 '지금 할까요'라며 흔쾌히 응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인터뷰. 불편할 법도 하지만, 매너 있는 에튀튜드로 먼 길 날아온 국내 언론을 반겨줬다.

눈부신 태양아래 드넓게 펼쳐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해변, 파란 물 위로 햇살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볼 수 있다. 매년 5월 전통적으로 개최해온 것과 달리 올해는 전 세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2년 2개월 만인 7월 열리고 있다.

팬데믹 여파에도 수많은 영화인이 칸 현지를 찾아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휴가를 즐기러 온 유럽인들까지 몰려들어 열기는 더욱 뜨겁다. 처음 뤼미에르 극장 인근에 들어서 충격을 받은 풍경이 있다. 거리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에 당황한 것. 그러나 현지에서 마주한 한국인들은 다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을 벗지 않는 모습이다.

칸 현지 취재 도중 숙소로 향하던 길, 해변을 따라 펼쳐진 길에서 마스크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꽁꽁 싸맨 동양인이 눈에 들어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방역에 철저한 모습. '누구지?' 싶어 쳐다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임시완이었다.

임시완은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 초청작 '비상선언' 현지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칸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앞서 2017년 ‘불한당’으로 제70회 칸 영화제를 찾은 지 4년 만에 두 번째 초청장을 받았다.

임시완은 “한국에서 기자님이 오실 줄 몰랐다. 오셨다는 말을 듣고 신기했다”며 반갑게 맞았다. 두 번째 초청 소감을 묻자 “선배님들을 잘 만나서 오게 됐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불한당’ 때는 스케줄에 여유가 없었다. 잘 시간도 없이 일정을 휘몰아치고 귀국했는데, 지금은 스케줄에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국내에서 얀센 백신 접종을 마친 후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프랑스 니스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현지에 도착 후 뤼미에르 극장 인근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검사도 받았다. 메인 센터로 진입하려면 칸에 초청된 모두가 예외 없이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리는 칸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도 남다르다.

그는 “비행기를 타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비행기를 타고 칸에 왔다”며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모습도 굉장히 생경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16일 오후 10시 15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일정을 앞둔 그는 “레드카펫에 오르면 똑같이 정신없어지겠죠”라며 “현지 영화인들께서 어떻게 보실지 신경이 쓰인다”라고 전했다. 이후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공식 상영에서 임시완은 유창한 영어로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했다.

4년 전 배우 설경구와 레드카펫에 오른 임시완은 올해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이어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터. 임시완은 “우연의 연속이 끼워 맞춰지고 있다”며 “‘비상선언’에 출연한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임시완은 “처음에 ‘비상선언’을 하게 됐을 때도 ‘이 작품을 정말 내가 한다고?’라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칸까지 오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달라진 모습도 느낀다고 했다. 임시완은 “한국 작품에 확실히 더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고, 그러한 초석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기생충’을 비롯해 여러 감독님, 가수 등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기대감이 커지는 걸 느낀다. 그러한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작품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

임시완은 오랜 기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는 “더 많은 관심을 두시길 바란다”며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꼭 해외 작품을 해야겠다는 건 아니지만,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좋다고 본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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