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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의 재구성.. "두 여성, 北공범 아닌 희생양인 듯"

김용현 입력 2021. 07.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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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암살자들' 화이트 감독
2년간 공항CCTV·재판 녹취 분석
"촬영기간 두 다리 뻗고 못 잤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아래 사진은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화학물질을 묻힌 도안 티 흐엉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LOL’이 써진 티셔츠를 입고 CCTV에 찍힌 모습. 왓챠/더쿱 제공


2017년 2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했다. 시티 아이샤(29·인도네시아), 도안 티 흐엉(33·베트남) 두 여성이 인파로 가득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을 김정남의 얼굴에 바른 것으로 드러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은 시티와 도안의 재판 과정을 따라가며 사건을 재조명한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28일 시사회 직후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이 여성들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암살에 관여하게 됐는지에 주목했다”면서 “이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티와 도안은 ‘몰래카메라’ 촬영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들은 사건이 있기 한 달 반 전부터 자신을 영화제작사 관계자라고 소개한 북한 사람과 함께 몰카 영상을 찍으러 다녔다. 외국인 여성 노동자였던 그들에겐 돈과 일자리가 필요했다. 행인을 놀라게 하는 영상으로 웃음을 주는 몰카가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화이트 감독은 두 여성의 변호인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과거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두 여성이 북한의 공범이 아니라 ‘희생양’이라는 추론을 제시한다. 촬영팀은 2년간 시티와 도안의 변호사와 친구, 가족을 만나고 1000시간에 달하는 공항 CCTV, 재판 녹취록 등을 분석했다. 화이트 감독은 “검찰 측에서 유죄라고 주장하는 유일한 증거는 CCTV에 찍힌 둘이 모두 손을 씻었고 공격적으로 보였다는 건데 그렇게 연기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휴대전화 기록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선 살인죄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교수형에 처한다. 두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촬영 도중 검찰이 돌연 시티의 기소를 취하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적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상황은 바뀌었다. 화이트 감독은 “(기소 취하는) 영화 작업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이었다. 판사도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러 작품을 만들었지만 ‘암살자들’ 때문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화이트 감독은 털어놨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미국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해킹당한 사건 때문에 나도 사이버 보안을 위해 FBI팀과 상담했다”며 “영화를 찍는 동안에는 길을 가다가도 자주 뒤를 돌아봤다. 두 다리를 뻗고 자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 관련 작품 아이디어는 더 있었다. 그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사라졌는데 행방을 두고 얘기가 많다”며 “김한솔이 김정은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 있다면 그의 행방을 추적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감독은 2014년 ‘더 케이스 어게인스트 8’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암살자들’은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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