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민간 잠수사들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로그북'

손봉석 기자 2021. 11. 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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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영화 ‘로그인’ 스틸


오는 2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이 10일 시사회를 가졌다.

이 기록영화는 세월호 참사 당시 두 달 이상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 이야기다. 당시 기록이 담긴 작업 일지 ‘로그북’이 바탕이 됐다.

복진오 감독은 당시 언론 출입이 통제된 바지선에서 유일한 기록자였다. 목숨을 걸고 일하면서도 주변 오해와 잘못된 언론 보도로 고립돼 있던 잠수사들을 설득해 현장에 함께 했던 카메라에는 뉴스를 보고 읽으면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검고 깊고 거친 바다와 그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 헤맸던 잠수사들 모습이 담겼다.

영화 ‘로그북’ 스틸


수년이 지나도 수면제와 술에 의존해 간신히 잠을 청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서 투석하고, 정신과 의사 앞에서 ‘매일매일 죽어야겠다는 생각뿐인데, 살고 싶다’고 오열하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재를 담겼다.

복 감독은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오해받는 걸 보고 처음에는 하루 이틀이라도 현장에서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그대로 취재해 나중에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촬영 첫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검은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에 가슴이 울렸고, 그게 지금까지 나를 붙잡아 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상웅 잠수사는 “말을 잘 못 하고 대화가 없어서 당시에 감정을 공유하지 못했다. 나만 슬픈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면서야 다들 나처럼 힘들고 슬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3개월, 6개월씩 배를 타느라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없었는데, 세월호를 겪고 나서 친구와 지인,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잠수 일도 그만하게 됐다”며 “슬픈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악몽과 환영에 시달려 수면제 없이 잠을 자지 못했던 한재명 잠수사는 “생존 수영 강사 자격증을 따고 강습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해상 사고가 나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의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고도 한 번 수술을 더 앞둔 강유성 잠수사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고립될 뻔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당시의 일과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공유하면서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며 “앞으로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영화 ‘로그북’ 포스터


김상우 잠수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는 동료들 모습을 보니 뭉클하다”며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어서 생각날 때마다 생각하고 화나면 화내고 웃을 일이 있으면 웃으며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복진오 감독은 “관객들도 가슴 아프고 힘겨울 수 있지만, 헌신적으로 일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을 봐주시는 게 잠수사들과 여러분이 함께 치유하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사건이다.

세월호는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주요 구성원을 이루는 탑승인원들을 수용한 청해진해운 소속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으로 사고로 시신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했다. 침몰 사고 생존자 172명 중 절반 이상은 해양경찰보다 40분 늦게 도착한 어선 등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가 됐다.

총 476명 승선 인원 중 172명이 구조되어 36.1% 생존율이 기록되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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