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봉 3주 앞둔 '말임씨를 부탁해', 제목이 갑자기 바뀐 이유는

조성민 2022. 3.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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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엄마를 부탁해'가 개봉을 3주 앞두고 갑자기 제목을 '말임씨를 부탁해'로 바꿨다.

'말임씨를 부탁해' 영화제작사 파란오이 최양현 대표는 이날 "창비측에서 3월초부터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제목이 같다는 우려 의견을 보내왔다"며 "법률 자문을 거치고 나서 상표법이나 부당경쟁방지법 등의 침해 소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좀 늦었지만, 부랴부랴 제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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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엄마를 부탁해' 상표권 등록
유사했던 영화 제목 홍보 시작 후 바꿔
저작권법이 보호않는 창작물 제목
문학계 "제목은 브랜드, 영리한 사례" 평가
영화 ‘우리 엄마를 부탁해’가 개봉을 3주 앞두고 갑자기 제목을 ‘말임씨를 부탁해’로 바꿨다. 예고편과 포스터를 이미 찍고 배포한 상황에서 영화 제목을 바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화제작사 측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영화 제목을 변경한 것은 출판사 창비가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제목을 상표로 등록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홍보사 측은 “출판사 창비와 소설가 신경숙씨의 제목 변경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9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출판사 창비가 2014∼2017년에 걸쳐 ‘엄마를 부탁해’를 국내·일반 상표로 출원해 등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출원 정보를 보면 상표권을 인정받는 지정상품류에 영화와 방송업이 포함돼있다.

‘말임씨를 부탁해’ 영화제작사 파란오이 최양현 대표는 이날 “창비측에서 3월초부터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제목이 같다는 우려 의견을 보내왔다”며 “법률 자문을 거치고 나서 상표법이나 부당경쟁방지법 등의 침해 소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좀 늦었지만, 부랴부랴 제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창비측은 “파란오이측에 그간 협조 요청과 답변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영화가 홍보를 시작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계속 영화제작사 측과 협의를 시도했고, 결국 영화 제목을 변경하겠다고 결정하시면서 저희 쪽에 사과도 덧붙이셨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나 영화 제목과 같은 제호는 자체로서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저작권법 판례에 따르면 제호는 저작물의 표지에 불과하고, 사상이나 감정의 창작표현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엄마를 부탁해’라는 제목만 가지고는 저작권법상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 만화 제목인 ‘또복이’, 소설 ‘애마부인’ 등 저작물성은 부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영화 제목과 소설 제목이 똑같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저작권법상 저촉된다고 하기 힘들다”며 “마블의 영화 ‘아이언맨’도 같은 제목인 우리나라 드라마 ‘아이언맨’이 있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표법상 침해 요소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동섭 변호사(YK법률사무소)는 “워낙 저명한 서적 명칭이고 상표권을 등록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처럼 많이 비슷한 제목을 사용할 경우 유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계에서는 창비가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제목’의 창작성을 우회적으로 보장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하성란은 “제목을 원작자의 양해 없이 가져가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제목이라는 것은 상품의 브랜드와도 같다. 상품에서 브랜드가 가진 가치가 매우 큰 만큼 제목도 당연히 저작물로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비가 영리하게 대처한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박경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자전적인 이야기로 85세 대구 할머니 정말임 여사가 “자식 도움 1도 필요 없다”며 인생 2막, 나홀로라이프를 즐기는 이야기다. 영화홍보사 로스크ROSC는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는 내용상 관련 없는 별개의 이야기”라며 “65년 연기 인생 첫 주연이자 스크린 현역 최고령 주연 배우인 김영옥 선생님이 전하는 즐거운 가족드라마”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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