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목소리의 장' 된 칸 레드카펫..우크라이나·여성 폭력 규탄

김지혜 입력 2022. 5. 23. 18:36 수정 2022. 5. 24.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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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이 올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곳이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스포트라이트의 장'인 동시에 '목소리의 장' 역할도 한다.

여성들의 이름은 레드카펫에 자리한 수많은 카메라에 의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단순히 스타들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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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이 올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곳이다.

당일 공식 상영의 주역들이 그날 레드카펫의 주인공 노릇을 하지만, 공식 상영에 초청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뜻하지 않는 주목을 받기도 한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스포트라이트의 장'인 동시에 '목소리의 장' 역할도 한다. 주최 측이 이를 권장하거나 독려하지는 않지만 레드카펫에 오르는 이들이 때때로 정치,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특별히 제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래서 해마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는 사회 운동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그런 경향이 강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지 밀러의 영화 '삼천년의 갈망' 레드카펫 행사에는 나체의 여성이 난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보디페인팅을 하고 나타났다.

이 여성은 레드카펫 진입로의 보안대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드레스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보안대를 지나 레드카펫에 진입하자마자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졌다. 일순간 보디페인팅한 나체가 드러났다.

보디페인팅 위에는 검은색으로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STOP RAPING U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속옷은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페인트로 덮여있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러시아군이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다수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 여성은 그 문제를 강력 규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도화지 삼아 목소리를 냈다.

이 여성의 등장에 레드카펫 현장은 일순간 얼어붙었다. 그러나 보안 요원의 재빠른 제지로 인해 순식간에 무대 아래로 끌려내려갔다. 그러나 이 여성의 절규와 메시지는 주목받기 위한 돌발 행동으로만 치부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비극을 모두 절감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22일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눈길을 끄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날 레드카펫은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란의 알리 아바시 감독의 '성스러운 거미'의 공식 상영을 위해 마련됐다.

레드카펫에 12명의 여성이 등장했다.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레드카펫에 멈춰 선 이들은 누군가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흰 종이를 펼치고 연막탄을 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카미유, 레아, 나딘, 알렉시아, 세실, 카미유 등 종이에 적힌 이름은 129명이었다. 지난 칸영화제 이후 프랑스에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여성들의 이름이었다.

이들은 이 목록에 적힌 여성들이 페미니시드(Feminicide)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규탄했다. 페미니시드는 연인관계, 가족관계를 포함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 퍼포먼스를 주최한 건 페미니스트 단체인 '레 콜로스'(Les colleuses)였다. 이 시위는 이날 오후 칸영화제 특별 세션으로 공개 예정인 다큐멘터리 'RIPOSTE FEMINISTE'를 알리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Colleur.euses' 운동을 따라가는 영화다. 이 운동은 일상에서 여성을 상대로 가해지는 무차별한 폭력을 비판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퍼포먼스는 페미니시드의 심각성을 알리는 강력한 몸짓이었다. 칸영화제는 이 퍼포먼스를 제지하지 않았다. 12명의 여성들은 레드카펫 계단 위에 올라서 꽤 긴 시간 동안 종이를 펼칠 수 있었다. 여성들의 이름은 레드카펫에 자리한 수많은 카메라에 의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칸영화제 레드카펫은 단순히 스타들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이곳은 '목소리의 장' 역할도 하고 있다. 칸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상징적 풍경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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