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으로 물 만난 '검객'..검투 액션의 끝판왕 [MD영화리뷰]

2020. 9. 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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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장혁의, 장혁에 의한, 장혁을 위한 영화 '검객'(감독 최재훈)이다. 검투 액션의 신세계를 열어젖히겠다는 포부로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민 '검객'은 기대에 부응할 만한 액션 영화를 내놨다. 다만 액션이 전부다.

광해군(장현성)의 호위 무사였던 태율(장혁)은 부질없는 권력과 무인의 신념에 회의감을 느껴 속세를 떠났다. 산 속으로 들어간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태옥(김현수)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산다. 하지만 조선은 혼란 그 자체다. 명과 청의 대립으로 사이에 낀 조선은 백성을 돌볼 여력이 없다. 오히려 백성들을 핍박으로 몰아넣기 바쁘다.

이 중심에 있는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조 타슬림)는 황제의 조카라는 권세를 이용해 조선에 무리한 요구를 쏟아낸다. 극악무도한 악행이 이어지다 결국 태옥까지 공녀로 잡혀가게 되면서 태율은 조용히 살기로 했던 신념을 내려놓고, 온전치 않은 시력에도 다시 검을 잡는다. '검에 미친 자'인 구루타이는 기꺼이 태율의 칼날을 받아들인다.

'액션 장인'답게 장혁의 액션은 흠 잡을 데가 없다. 사냥감을 쫓듯 무자비한 추격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고, 특히 구루타이의 수하들과 벌이는 원테이크 액션씬은 장혁이 지닌 진가를 확인하게 한다. 제대로 교육 받은 것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 습득한 날 것의 혹은 무모한 태율의 검술 표현도 완벽하다. 장혁의 동물적인 감각 덕에 방어 액션에서도 타격감 있는 장면이 완성됐다.

다만 연기에 있어선 기시감이 든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또 태율의 무욕과 공허함을 표현하고자 힘을 뺀 듯 보이나 오히려 무겁기만 해 종종 몰입을 흐트러지게 한다. 아쉬움이 커질 무렵 다행히 그의 리얼한 검술이 다시금 집중을 돕는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스타트렉 비욘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던 조 타슬림은 기대 이상의 열연을 펼친다. 인도네시아 유도 국가대표였던만큼 결코 장혁에 밀리지 않는 무술 실력을 자랑하며 묵직한 저음으로 한국어 연기도 곧잘 소화해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태옥 역의 김현수는 강인하면서도 쾌활한 면모로 어두운 분위기의 '검객'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태율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그룹 비투비 멤버 이민혁은 강렬한 눈빛과 매서운 몸놀림으로 스크린 데뷔 합격점을 받았다.

검투 액션으로는 손색이 없는 '검객'이나 배경으로 활용된 정치 사극 등은 아쉽기만 하다. 양국과의 정치 문제로 신음하던 조선인데, 극 후반부에선 정치 상황이 모두 지워진 듯 캐릭터 개인의 대립으로만 이어진다. 광해군 폐위, 인조반정, 친명배금 등의 상황을 베이스로 깔아놨지만 굳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삼았어야 했나 싶은 의문이 든다. 차라리 100% 픽션으로 구성했다면 아쉬울 것 없는 사극판 '테이큰'이 완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크랭크업 이후 마침내 3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검객'이다. 올 추석,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는 23일 개봉.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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