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라진 발렌타이데이가 주는 감동

김준모 입력 2021. 1.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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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김준모 기자]

 
 <마이 미씽 발렌타인>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건 드문 일이다. 장르적 색채가 강하다 보니 여타 장르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화권의 권위적인 시상식인 금마장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5관왕에 오른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 안에 삶과 사랑을 깊이 있게 담아낸 영화다. 최근 유행하는 시간여행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영화가 선보이는 '시차 로맨스'는 고전명작 <사랑의 은하수>, <사랑의 블랙홀> 부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어바웃 타임> 등 시간여행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명작 로맨스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영화가 지닌 차별점은 시간을 활용하되 그 안에 갇히지 않겠다는 점에 있다. 시간여행 영화들의 공통점은 엇갈리는 시간 안에 두 주인공을 배치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는 점에 있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이 영화는 애틋함을 자아내지만, 그 감정을 과거에 둔다. 대신 현재의 주인공들을 수평의 공간에 두되 엇갈리게 설정을 하면서 슬픔보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시작은 샤오치다. 샤오치는 모든 게 1초가 빠른 여자다. 학창시절부터 언제나 남들보다 조금 더 빨랐던 샤오치는 그랬기 때문에 사랑도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그녀는 어느 날 길을 가다 운명적인 사랑과 마주한다.  
그와 발렌타인데이 데이트 약속을 잡은 샤오치는 다음 날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피부가 마치 바닷가에서 놀다 온 듯 붉게 타버린 것이다. 발렌타인데이 행사장을 찾아간 그녀는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였다는 황당한 말을 듣게 된다. 한 마디로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발렌타인데이를 찾기 위해 분투하던 샤오치는 과거의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이 추억의 시점에서 주인공은 타이로 바뀐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샤오치가 모든 것이 1초 빠른 여자라면 타이는 1초가 느린 남자다. 학창시절부터 남들보다 느렸던 타이는 자신이 느리기에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보낸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렸던 타이는 직접적으로 마음은 표현하지 못하고 편지를 쓴다. 하지만 그 편지를 상대는 발견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랑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버스 운전기사가 된 그는 우연히 첫사랑을 다시 발견하면서 사랑을 꽃피운다.  

작품은 샤오치와 타이의 캐릭터를 아기자기하게 묘사하며 재미를 준다. 두 사람의 학창시절을 보여주며 남들보다 빨라서, 또는 느려서 곤란했던 에피소드들을 선보인다. 샤오치가 사라진 발렌타인데이를 찾는 과정이나, 타이가 사랑의 대상을 다시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빠른 또는 느린 성향을 잘 보여주며 캐릭터성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진 사랑의 판타지는 발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달콤한 순간을 선사한다.  

다만 이 영화의 판타지는 누군가에게는 원더풀(wonderful)하게 다가오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러블(horrible)하게 다가올 호불호의 측면이 다분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경우 사랑의 판타지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다소 범죄로 비춰질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스토킹이다. 작년에 개봉했던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유명한 김동원 감독의 <시, 나리오>를 예로 들자면 작품 속 주인공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그 집 앞에서 취사를 한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이 작품의 판타지 역시 마찬가지다. 타이가 잊지 못한 첫사랑과 함께 한 시간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면서,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의 욕망으로 상대에게 원치 않는 추억을 만든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만약 이 지점에서 '원더풀'을 느꼈다면 달달한 로맨스와 함축된 감정이 주는 애틋함을 느낄 것이다. 작품은 어느 한 지점만 이야기를 꺼내도 스포일러가 될 만큼 기본설정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거미줄처럼 연결된 스토리 라인을 지닌다. 그만큼 극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여기에 시간을 활용한 기교와 도마뱀 정령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활용하며 가슴 뛰는 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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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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