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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중년 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띵양 입력 2018.12.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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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출처: 소니 픽쳐스

피터 파커는 지쳤다. 그리고 우울하다. 40대를 앞둔 그의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메이 숙모를 잃었고, 메리 제인과는 헤어졌다. 또한 몇 차례 잘못된 선택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는 그는 홀로 냉동 피자나 먹으며 늘어난 몸무게와 지금보다 더 어두울 미래를 바라볼 뿐이다. 그가 슈퍼 히어로 활동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피터 파커 (제이크 존슨)에게 찬란했던 과거는 옛 영광에 불과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올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지난 10년 동안 코믹스에서나 볼 수 있던 뉴페이스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 로봇과 히어로 활동을 하는 일본계 미국인 페니 파커(키미코 글렌), 흑백 세계의 하드보일드 탐정 스파이더맨 누아르(니콜라스 케이지), 피터 파커가 사망한 평행 세계의 스파이더 그웬(헤일리 스테인펠드), 그리고 코믹스 세계에서 건너온 초능력 돼지 스파이더햄(존 멀레이니)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활동하는 평행 세계를 그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또 한 명의 피터 파커(크리스 파인)가 사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우리가 아는 피터 파커보다 훨씬 어리고, 금발이며 히어로의 삶을 즐기고 있다. 문제는 그가 영화 초반부에서 마일스 모랄레즈(샤메익 무어)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는 것이다. 마일스는 그의 죽음 이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전통적인 메시지를 깨닫고 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마냥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제이크 존슨이 연기한 피터 파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우울하기 때문이다.

출처: 소니 픽쳐스

‘나이 든 피터 파커’는 많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피터(제이크 존슨)와는 달랐다. 그는 마일스의 멘토쯤 되는 인물이지만, 본인의 의무를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가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일스를 비롯한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이 자신처럼 실패한, 혹은 무력한 인생을 살까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여러 스파이더맨 중 한 명일 뿐이다. 마일스의 세계 속 피터 파커가 만일 죽지 않았더라면, 피터(제이크 존슨)처럼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전혀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아니면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기도 전에 세상을 떠날 가능성도 높다. 이는 모든 슈퍼 히어로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제이크 존슨의 피터 파커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든 요소는 바로 ‘새로움’이다. <스파이더맨> 영화나 TV 시리즈, 코믹스에서는 이런 류의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전성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윌 스미스 주연 [핸콕]이 머리를 스치지만, 그의 문제는 실망감이나 환멸과는 거리가 멀다. 마블의 제시카 존스 역시 트라우마로 생긴 비관적인 사고방식과 음주습관이 문제지, 나이나 후회가 핵심은 아니다.


출처: 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개 슈퍼 히어로물은 주인공 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일련의 위기를 그린다. 히어로 활동 자체에서 느끼는 권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가 아는 가장 고통받는 히어로들조차 정체성만큼은 항상 유지했다. 데어데블은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고, 배트맨도 지독한 강박증 환자지만 둘은 적어도 히어로 활동에 대한 고뇌를 멈추지는 않는다. 다른 작품에서의 피터 파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피터는 자신의 존재가 '실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애당초 후회나 걱정을 포기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즐거움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피터 파커에게 나이는 한계를 의미했고,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통의 슈퍼 히어로라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피터 파커처럼 나이 들수록 슬럼프를 겪는 게 일반적이다. 99번 잘해도 한 번만 삐끗하면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지칠 만도 하다. 맨해튼 마천루 사이를 날아다니다가도, 다음날 너무 지쳐서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은 기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올해 개봉한 그 어떤 영화보다도 ‘중년’에 대한 묘사가 현실적이다.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런 이야기가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더 자주 다뤄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로건]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히어로의 이야기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월트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에서 배우 교체를 감행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돈'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배우가 캐릭터와 함께 늙어가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치른 희생과 선택의 망령에 점점 고통받았고, 크리스 에반스의 스티브 로저스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깊은 환멸감에 빠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두 사람의 고뇌는 이야기의 중심이기보다는 곁다리에 가깝고, 적어도 한 사람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하차하는 내년이면 이 이야기의 끝이 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만약 두 사람의 고통이 이야기의 중심이라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일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가 온전히 트라우마를 탐구하고 이것이 나타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면 어떨까?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이 부분을 수박 겉핥듯 다루기는 했다. 어두운 과거를 설명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암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다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스칼렛 요한슨은 폭력과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인물의 내면을 탐구할만한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참에 그녀의 재능에 기대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수상
2015.04.12 제24회 MTV영화제 MTV 제너레이션상 외 11건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스파이더맨 : 홈커밍(2017),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당신의 성인을 알아보는 법(2006), 아메리칸 셰프(2014),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2006), 아이언맨 3(2013), 어벤져스(2012),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2011), 듀 데이트(2010), 아이언맨 2(2010), 셜록 홈즈(2009), 솔로이스트(2009), 트로픽 썬더(2008), 찰리 바틀렛(2007),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2008), 에로스(2004), 퍼(2006), 조디악(2007), 굿나잇 앤 굿럭(2005), 고티카(2003), 인 드림스(1999), 진저브레드 맨(1998), 도망자 2(1998), 원 나잇 스탠드(1997), 리차드 3세(1995), 숏컷(1993), 올리버 스톤의 킬러(1994), 채플린(1992), 온리 유(1994), 사랑의 동반자(1993), 에어 아메리카(1990), 백 투 스쿨(1986), 스포트라이트(1991), 1969(1988), 환상의 발라드(1987), 회색 도시(1987), 터프(1985), 암흑의 차이나타운(1989), 투 걸스(1997), 데인저 존(1996), 뱅뱅(1994), 원더 보이즈(2000), 블랙 앤 화이트(1999), 세기의 영화(1994), 앨리의 사랑 만들기(1997), 키스를 빌려드립니다(1988), 레스터레이션(1995), 천사의 선택(1989), 홈 포 더 할리데이(1995), 노래하는 탐정(2003), 스캐너 다클리(2006), 키스 키스 뱅 뱅(2005), 섀기 독(2006), 럭키 유(2007), 찰리 채플린의 인생, 그리고 예술(2003), 아웃사이더(2005), 모던 워리어(2007), 유카탄(2013), 디어 아메리카: 레터스 홈 프롬 베트남(1987), 라스트 파티(1993), 오토 모티브스(2000), 러브 & 디스트러스트(2010), 더 저지(2014), 마블: 슈퍼히어로 군단의 비밀(2014), 록 더 보트(1993), 겟 아웃 더 보트(1988), 파운드(1970), 댓츠 애디쿼트(1989), 게임 6(2005), 더 보이지 오브 닥터 두리틀(2020)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수상
2014.05.제8회 로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외 13건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개들의 섬(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2017), 씽(2016), 정글북(201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헤일, 시저!(2016),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아메리칸 셰프(2014), 루시(2014), 언더 더 스킨(2013), 그녀(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돈 존(2013),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2012), 어벤져스(2012),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2011), 아이언맨 2(2010),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9),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 천일의 스캔들(2008), 블랙 달리아(2006), 내니 다이어리(2007), 스쿠프(2006), 프레스티지(2006), 매치 포인트(2005), 굿 우먼(2004), 보글보글 스폰지밥(2004), 인 굿 컴퍼니(2004), 아일랜드(2005),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프릭스(2002), 판타스틱 소녀백서(2000),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나 홀로 집에 3(1997), 호스 위스퍼러(1998), 숀 코네리의 함정(1995), 친구와 애인 사이(1996), 베이브는 외출 중(1999), 매니 앤 로(1996), 퍼펙트 스코어(2004), 브루스 윌리스의 와일드(1994), 러브 송 포 바비 롱(2004), 스피릿(2008), 아메리칸 랩소디(2001), 더 웨일(2011), 섬머 크로싱(2014), 비커밍 버트 스턴(2011), 히치콕(2012), 디즈 배가본드 슈즈(2009), 마블: 슈퍼히어로 군단의 비밀(2014), 레이디스 나잇(2017), 조조 래빗(), 블랙 위도우(2019)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만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피터 파커의 재기 가능성을 서브플롯이 아닌 핵심 줄거리로 사용했더라면 영화는 대단히 우울했을 것이다. 마일스에게 길을 인도하는 밧줄(정확히는 거미줄)을 쥐어주고, 다른 스파이더맨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가 즐겁게 살았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자가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피터 파커가 막 어두운 터널 속에서 벗어나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가 터널을 빠져나오는지, 나오지 못하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러기엔 과한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두고 볼 일이다. 소니는 이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여성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와 속편 제작을 확정했다. 피터의 상황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이후 나아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의 불확실한 미래가 영화 초반에 보여주었던 실망과 생기 없는 태도만큼이나 어둡고 무거워 보인다. 다음 작품에서 그가 과연 '중년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없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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