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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의상 디자이너가 고른 영화 속 패션

겨울달 입력 2018.10.25. 18:14 수정 2018.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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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할리우드를 '씹어먹은' 로맨틱 코미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젊은 뉴욕대 교수 '레이첼(콘스탄스 우)'가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과 함께 그의 고향 싱가포르에 가서 헨리의 가족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반전이라면, 닉이 말도 못 할 만큼 어마어마한 부자 집안 출신인 걸 레이첼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 영화는 '정말 미친 듯이 부자인' 이들의 삶을 표현하거나 꼬집는 데 패션을 적극 활용한다. 의상감독 메리 E. 복트가 고른 값비싼 의상은 각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정의하는 데 많은 일을 해낸다.

복트 존 M. 추 감독은 [오즈의 마법사]나 [신데렐라] 등 동화 원작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존 추 감독이 좋아하는 [화양연화]의 색감도 많이 참고했으며, 감독을 통해 원작자 케빈 콴에게 연락해 영 가족의 배경을 더 이해하고자 했다. 복트는 영 가족을 '오래된 부자'라고 표현한다. '펙 린 고'의 가족이 부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반면, 닉 영의 가족은 돈이 있는 게 익숙해서 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복식은 고급스럽고 세련되며, 집은 정말 큰 박물관 같다.

이 글에선 복트가 직접 고른 영화 속 8가지 패션과, 이를 통해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살펴본다.


엘레노어 영 (양자경)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싱가포르 1등 신랑감의 어머니, 엘레노어의 고상함은 양자경의 자연스러운 우아함 덕분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레이첼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입은 버건디 주름 드레스엔 누구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앞주름이 아름다운 우아한 드레스는 쿠알라룸푸르에서 구입한 발렌티노 드레스로, 망토도 달려서 더욱 위엄 있어 보인다. 엘레노어는 마치 황제처럼 권워 있는 모습으로 레이첼과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파티 스태프들을 지휘한다. 복트는 "미셸(양자경)은 엘레노어가 근엄하고 뻣뻣해 보이길 원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엘레노어가 가족을 정말 아끼고 아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복트는 엘레노어의 의상 전체를 구조적 형태와 여유로움이 조화되고, 심플함과 전통이 공존하는 패션으로 채웠다. "버건디 색 드레스의 디자인은 굉장히 수직적이에요. 주름도 그렇고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네크라인도 그렇죠. 하지만 천은 매우 부드러운 실프 시폰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디자인과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녹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다는 감독의 의견을 반영, 드레스엔 아름다운 브로치를 달고 귀걸이를 이와 매치했다. "브로치 보석은 아마 옥이었을 거예요. 존은 '옥'은 엘리노어와 그 가족의 뿌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보석은 진짜라서, 그것 때문에 경호원을 붙여야 했어요."


레이첼 추 (콘스탄스 우)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레이첼은 품격 있고, 겸손하며, 능력 있는 경제학 교수이지만 남자친구의 가족에겐 만족할 만한 짝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세기의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패션을 꽤 많이 업그레이드해야 했을 때, 우리는 레이첼이 패션으로 제대로 한 방을 날려주길 고대한다. "존 추 감독은 레이첼의 '신데렐라' 같은 순간을 바랐어요." 복트는 말했다. "색깔은 언제나 하늘색으로 돌아갔어요. 하늘색과 콘스탄스의 피부 톤은 특별히 잘 어울렸어요. 콘스탄스를 정말 공주처럼 보이게 했죠." 이 장면에서 우가 입은 드레스는 치마가 풍성하고 천 장미꽃으로 장식한 마르케사 꾸뛰르 드레스다. 하늘색과 흰색이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되는 듯한 디자인이 공기처럼 가볍고 구름 같다. 복트는 "대부분의 꾸뛰르 드레스는 다음 예약이 있어서 이틀만 빌려줘요. 하지만 이건 새 드레스가 아니라 4주쯤 빌릴 수 있다고 했죠."라고 덧붙였다. 드레스엔 원래 커다란 소매가 붙어 있는데, 촬영 당시엔 그걸 뗐다. 복트는 "콘스탄스의 몸매가 정말 섬세하기도 하고, 레이첼이 그 순간엔 매우 연약하게 보이길 바랐어요."라고 설명한다. 레이첼의 드레스는 엘레노어가 입은 푸른 드레스와 대조된다. 복트는 엘리노어의 엘리 사브 드레스는 구슬 장식이 달리고 네크라인은 푸른색으로 자수를 놓은 드레스를 의도적으로 대조시켜 다른 느낌을 주고자 했다.


아스트리드 영 테오 (젬마 챈)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닉 영의 우아하고 매력적인 사촌 아스트리드의 의상 중 하나만 고르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결혼식 때 입은 핫핑크 알렉산더 맥퀸 드레스, 할머니의 파티에서 입은 은색 랄프로렌 드레스를 제외하고, 그녀를 소개할 만한 패션이라면 당연히 높은 숄 컬러가 달린 연핑크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다. 여기에 스테이트먼트 선글라스까지 쓰고 아스트리드는 (곧 난장판으로 만들) 고급 주얼리 가게에 위풍당당하게 입장한다. 드레스와 선글라는 모두 크리스찬 디오르다. 복트는 "젬마는 정말 우아하면서도 현실적이에요. 건실한 사람인데 천상의 피조물 같은 느낌이 있죠." 시간을 초월하는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해 복트는 매우 깔끔한 룩을 고수했다. 특히 챈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걸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드레스 길이에도 신경을 썼다. 복트는 "드레스는 무릎 밑 10~15cm 길이라, 젬마가 아름답게 걷는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죠."라고 설명한다. 아스트리드의 룩을 완성하는 귀걸이는 쇼파드이며, 주얼리 샵에서 구입하는 다른 한 쌍의 아름다운 귀걸이는 모우와드의 제품이다.


펙 린 고 (노라 럼/아콰피나)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맨틱 코미디 속 재치 있는 여자 조연은 극을 완성하는 존재라 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이 영광은 아콰피나가 연기한 펙 린 고에 돌아간다. 날카롭고 강렬한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펙 린은 돈을 바른 것 같은 호화로운 자신의 궁전에 온 레이첼을 열렬히 환영한다. 복트는 주요 인물과 펙 린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위해 펙 린의 의상은 과장된 느낌이 있길 바랐고, 동물 패턴, 요란한 컬러 앙상블, 스테이트먼트 보석(그중 마르니 목걸이가 가장 눈에 띈다)을 선택했다. 레이첼을 환영할 때 입은 깜찍한 파자마는 스텔라 매카트니 제품이다. "노라는 개성이 강해요." 복트가 말했다. "화사하고 재치도 넘치죠. 그런 의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당연해요. 아콰피나는 펙 린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그릴 것이고 존도 아콰피나의 해석을 존중했어요. 펙 린 같은 캐릭터는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 존 추는 처음에 매 장면마다 아콰피나의 머리 색이 다르길 바랐다. 그러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금발 가발을 씌웠을 때 모두가 사랑에 빠졌다. 복트는 "정말 작은 인형 같았어요."라고 회상했다.


아라민타 리 (미즈노 소노야)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예비신부 아라민타의 베스트 룩은 당연히 예식 때 입은 웨딩드레스다. 겹치마 웨딩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물 위를 걷는 장면은 정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싱가포르 초호화 웨딩의 중심인 이 드레스는 복트가 직접 디자인했으며, 쿠알라룸푸르의 카벤 옹에서 제작했다. 복트는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 사람들과 많이 일하며 현지의 취향을 의상에 가능한 한 많이 반영하려 했다. 그는 디자인의 영감은 발레 댄서 출신 미즈노 소노야에게서 얻었다고 설명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넬슨 코테스는 버진 로드를 물로 채워서 마치 호수처럼 보이게 하려 했어요. 그래서 [백조의 호수]를 떠올렸고, 그런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어요." 웨딩드레스는 사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수천 개가 박힌 점프슈트에 여러 겹의 스커트를 두른 것이다. "스커트 첫 줄에는 드레스 색과 맞춘 깃털 장식이 있어요." 복트가 말했다. "그리고 스커트는 발까지 드리웠죠.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힐을 신을 수가 없어서, 맨발로 걸어야 했거든요."


닉 영 (헨리 골딩)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싱가포르 대표 '훈남' 닉 영이 할머니의 파티에 입은 하얀 리넨 슈츠는 영화의 상징적인 룩이 되었다. 복츠는 "닉의 모든 것은 정말 완벽했어요."라고 감탄했다. 존 추 감독은 [위대한 개츠비] 스타일을 원했다. "그래서 흰색 리넨 슈츠를 선택했죠. 그보다 더 개츠비다울 수 없잖아요." 복트는 슈츠 제작을 위해 쿠알라룸푸르에서 1920년부터 맞춤 정장을 제작한 테일러 샵 '워드로브'를 이용했다. 슈츠 3벌을 맞췄는데, 컷이 정말 아름답게 나와서 감탄했다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성복이 돌체 앤 가바나예요." 복츠가 말했다. "그들에게 돌체 슈츠를 보여줬어요. 돌체의 특징은 어깨라인이 강하고 허리선이 잘록한 것이거든요. 헨리의 몸도 그렇게 생겼죠. 운동으로 잘 다져진 몸이에요."


할머니 (리사 루)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 가족의 할머니를 연기한 리사 루는 아라민타의 결혼식에서 동양풍 꽃자수가 들어간 재킷을 입는다. 하지만 이 재킷은 아시아 브랜드가 아닌 막스 마라의 제품이다. "막스마라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시장 용으로 만든 옷이에요." 복츠가 설명했다. "동양적 느낌을 현대적으로 풀었기 때문에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는 다른 인물보다 더 전통적인 캐릭터라 그런 옷을 입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난초 브로치도 꽂았다. 브로치는 홍콩 출신 보석 디자이너 미셸 옹의 작품이다. "다이아몬드가 가득 들어가 있어요. 정말 멋졌죠."


위 문 고 (켄 정)

이미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펙 린의 아버지 위 문은 첫 등장부터 과감한 무늬로 시선을 끄는 새틴 트레이닝 복을 입는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이 옷은 베르사체다. "금색이나 패턴 같은 게 호화 궁전 같은 위 문의 집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복트는 설명했다. 하지만 켄 정과 첫 피팅을 할 때 이 옷을 입힐지 잠깐 망설였다. "처음엔 '글쎄요, 무늬가 당신에게 너무 크고 대담할 것 같아요.'라며 걱정도 했죠. 그런데 켄이 '아니에요! 이거 좋아요! 소화할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켄이 코미디언이고 유머 감각이나 개성이 뛰어나서, 즐겁게 잘 입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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