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부터 김다미까지..'오디션 여배우'들이 몰고온 충무로 훈풍

에디터 신동혁 2018. 7. 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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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는 꽤 오랜 시간 꾸준히 ‘20대 여배우 기근’에 시달려왔습니다. 정말 가만히 돌아보면 남자 스타들은 이따금씩 꾸준히 탄생했지만, 유독 여성 배우들만큼은 새로운 스타 탄생이 적었지요. 90-00년대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 왔던 김혜수, 손예진 이후 ‘최고’라고 불릴 만한 인물은 찾기 힘듭니다.

 

김고은(왼쪽), 김태리[사진=싱글리스트 DB]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는 ‘뉴페이스’들이 속속 등장해 극장으로 향하는 시네필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은교’(2012)를 시작으로 스크린-브라운관을 오가며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김고은(27)을 필두로, ‘아가씨’(2016) 핫 데뷔 이후 연이은 히트작을 선보인 김태리(28), 문소리-전도연 이후 이창동의 새 뮤즈로 주목 받은 ‘버닝’ 전종서(24), 독특한 마스크에 액션까지 소화한 ‘마녀’ 김다미(23)까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오디션 출신’ 여배우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 언급된 영화들은 대개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비단 관객수 뿐 아니라 김고은 김태리는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쌓으며 대세 배우로서 위치를 공고히 했고, ‘버닝’ 전종서도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영예를 안았지요. ‘마녀’의 김다미 역시 현재 ‘올해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들의 존재감은 그간 정체돼 있던 영화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김태리
수상
2017.11.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배우 부문 베스트엔터테이너상 외 6건
작품
리틀 포레스트(2017), 1987(2017), 문영(2015), 아가씨(2016), 락아웃(2015)

 

김다미(왼쪽), 전종서[사진=싱글리스트 DB, CGV 아트하우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문득 드는 한 가지 궁금증은 ‘왜 영화감독들은 새로운 얼굴을 찾은 것일까?’라는 것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깜짝 주연을 맡은 배우들에게는 늘 우려와 기대가 쏠리기 마련입니다. 관객들은 익숙지 않은 얼굴에 대해 꽤나 냉정한 의견을 던지기 때문이지요. 이들 영화의 개봉 당시를 되돌아보면 기대보단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날 선 시선이 더 다수를 차지했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관객들의 경계심을 애정으로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론 이렇게 뽑힌 신인 배우들의 롤은 대개 '도전'과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교’ ‘아가씨’ ‘버닝’은 수위 높은 노출 연기가 있었고, ‘마녀’에선 앳되고 여리여리한 배우가 소화하기엔 버거운 강인한 액션신이 있지요. 기존 여배우들의 경우 본인의 이미지 등에 따라 노출이나 힘든 액션을 꺼리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 어려운 일을 해낸, 패기로 무장한 신인들의 도전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전종서
수상
없음
작품
버닝(2018)

 

사진='아가씨' 스틸컷

과거 ‘아가씨’ 개봉 당시 박찬욱 감독은 싱글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태리에 대해 “신인이지만 ‘대체 이 배우가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할까’ 생각했다”며 쉽지 않은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숱한 명작을 찍어온 명장조차 이렇게 여기는데, 관객들이 느끼는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론 그간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매력의 비주얼에 있습니다. 김고은 김태리 전종서 김다미,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석고틀로 빚어낸 듯한 전통적인 미인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외모보다 더 뛰어난 매력과 이미지로, 어색함은 곧 신선함으로 치환 됐습니다. 기성 배우들에게서 느껴지던 다소 획일적 이미지완 또 다른 이미지를 주조해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것이지요.

아가씨The Handmaiden평점6.86.8점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한하나, 이용녀, 유민채, 이동휘
장르
스릴러
개봉
2016.06.01
사진='마녀' 스틸컷

한 영화 관계자는 “꽤 오랜 시간 한국영화가 비슷한 흥행코드를 답습한 건 주연급인 배우들의 변화가 없던 것도 한몫한다. 이에 싫증이 난 관객들이 새로움을 찾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차별화된 매력의 배우들에 대한 필요가 늘고 있다”며 “기성 배우들과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오디션 출신 여배우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감독들이 찾아낸 새 얼굴들은 최근 조금씩 불어오고 있는 영화계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김태리와 김고은은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변산’(감독 이준익) 등 그간 주류에서 소외 받았던 청춘드라마 장르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극장가 훈풍을 이끌고, 올해 데뷔한 ‘버닝’ 전종서, ‘마녀’ 김다미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차세대의 가능성을 빛내고 있지요.

과연 이들이 ‘오디션 신데렐라’의 꼬리표를 떼고,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앞으로 영화계 흐름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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