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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 필모그래피]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윌렘 데포의 캐릭터들

안성민 입력 2018.09.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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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렘 데포가 지난 2월 제68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예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를 오가고 라스 폰 트리에, 마틴 스콜세지 등 거장들의 명작에도 자주 출연하는 명배우다.

38년 연기인생의 수많은 명연기 가운데, 누구도 대체할 수 없었던 그의 독보적인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1.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1984)

영화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미녀 록스타가 사악한 폭주족에게 납치당한다. 그녀의 옛 애인은 우수에 젖은 용병이다. 비가 쏟아지는 대도시 뒷골목에서 싸움이 펼쳐지고, 싸움이 끝난 후에는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액션 전문 ‘월터 힐’ 감독이 소년 시절의 판타지를 모두 섞어 만든, 허세 액션 영화다. 꽃미남 ‘마이클 파레’와 꽃미녀 ‘다이안 레인’이 남녀 주인공을 맡았고, 기괴하고 살벌한 마스크의 악당 레이븐 역을 28살의 윌렘 데포가 연기한다. 그의 대단한 존재감이 이 엉성한 영화에서 유일한 미덕이었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를 촬영하기 전 윌렘 데포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저예산 데뷔작 [사랑 없는 사람들]에서도 주인공인 폭주족 리더 역을 맡았었다. 1953년작 [위험한 질주]의 말론 브랜도를 연상시키는 불안정한 청춘의 이미지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 [플래툰] (1986)

영화 [플래툰]

정글을 배경으로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죽어가는, 저 유명한 포스터의 주인공이 바로 일라이어스 중사 역을 연기한 윌렘 데포다. 참고로 저 장면에서 두 팔을 들어올린 것은 데포의 애드립이었다.

일라이어스 중사는 매사가 대충인 것 같지만 전투에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베테랑이다. 모두가 미쳐가는 전쟁터에서 그는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일한 캐릭터였지만 결국 아군의 총에 쓰러진다. 일라이어스의 죽음은 명분 없는 베트남전에서 끝내 양심까지 내버린 미국을 상징한다.

영화 [플래툰]

윌렘 데포는 필리핀에서 이 영화를 찍다 황열병에 걸려 24시간이나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연기는 만장일치로 호평받았고, 1987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플래툰]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윌렘 데포는 이듬해에는 베트남전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에 나래이션을 맡기도 하고, 올리버 스톤 감독의 차기작이자 역시 베트남전을 비판적으로 다룬 영화 [7월 4일생]에도 출연했다.


3. [예수의 마지막 유혹] (1988)

영화 [예수의 마지막 유혹]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폴 슈레이더 각본으로 스크린에 옮긴 이 걸작에서 데포는 무려 예수 그리스도를 연기했다.

영화가 그린 예수는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삶이 아니라, ‘인간’ 예수가 마주쳐야 했던 많은 유혹 속에 갈등하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이야기다. 데포의 연기는 이번에도 비평가들로부터 절찬을 받았으나, 이 영화를 ‘불경하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악역 전문이었던 데포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 불경함이 더 강조됐을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매우 인간적인 연기가 영화의 주제와 맞아떨어졌다는 평이었다.


4. [쉐도우 오브 더 뱀파이어] (2000)

영화 [쉐도우 오브 더 뱀파이어]

1922년에 제작된 무성영화 [노스페라투]는 영화사상 최초로 흡혈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다. 그리고 [뱀파이어의 그림자]는 [노스페라투]에 흡혈귀를 연기한 막스 쉬렉이 진짜 흡혈귀였다고 가정한 발칙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립영화다.

데포는 마치 무성 영화 속의 인물처럼 과장된 연기로 일관하는데, 그 과장된 연기가 기괴한 복고풍 흡혈귀 분장과 놀라운 시너지를 만든다. 그의 연기는 코믹하면서 으스스한 영화의 정서를 지배한다. 데포는 이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후보에 다시 오른다.


5. [스파이더맨] (2002)

영화 [스파이더맨]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에서 데포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의 최대 강점인 표정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와 고갯짓만으로도 표정연기 이상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냈고, 심지어 그린 고블린의 호버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액션을 펼치는 연기도 대부분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영화 [스파이더맨]

특히, 노만과 그린 고블린의 자아가 서로를 차지하려고 처절하게 다투는 거울 독백 장면은 별다른 특수효과나 연출기교 없이, 오직 윌렘 데포의 연기력으로 만들어 낸 명장면이다. 선과 악을 넘나들며, 호흡과 발성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신기에 가까운 연기였다. 데포는 이 역할로 그해 MTV 무비어워드 베스트 빌런상을 받았다.


6. [존 윅] (2014)

영화 [존 윅]

윌렘 데포가 연기한 마커스는 존 윅에게 청부살인업계의 불문율과 생존 요령, 인생의 원칙 같은 것을 가르쳐준 멘토이자 믿음직한 친구다. 그는 존 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이 모시던 보스를 배신하고 존 윅을 구한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보스에게 살해당하면서도 끝까지 의리와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윌렘 데포는 비극을 과장하는 법 없이 담백하고 현실적인 연기로 영화의 ‘쿨’한 정서를 만들었다. 롤링스톤스의 영화평론가 피터 트래버스는 “그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7.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키스미 모텔은 규정상 장기투숙이 금지되어 있지만, 지배인 ‘바비’는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봐준다. 엄마가 돈을 벌러 간 사이 여섯 살 난 딸 무니와 친구들의 놀이터는 모텔 안팎이다. 그리고 온 종일 모텔을 지켜야 하는 바비는 투숙객 아이들의 장난에 자주 당한다.

바비는 무니와 아이들을 귀찮아하는 듯 하지만 각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리고 보통의 ‘츤데레’ 캐릭터와는 달리 섬세하고, 꾸밈 없고, 사실적인 연기로 이를 표현한다. 키보드를 치는 어설픈 손끝 모양 하나, 사람들의 진지한 대화를 듣다가도 잠깐 딴생각을 하고 돌아오는 표정 하나까지, 어쩌면 바비는 그가 그동안 보여준 디테일 연기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해 윌렘 데포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2018년 아카데미 영화제, 골든글로브, BAFTA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8. [앳 이터니티스 게이트](2018)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

이번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아를에서 보낸 생애 마지막 나날을 그린 영화다. 윌렘 데포는 당연히 주인공 반 고흐 역으로 수상했다. 윌렘 데포의 독특한 얼굴은 세상 누구와도 닮지 않아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엔 단점일 수 있다. 심지어 반 고흐는 37세에 죽었고 이 작품에 출연할 때의 윌렘 데포는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그럼에도 그의 연기는 화가가 다시 살아온 듯 생생했다.

윌렘 데포Willem Dafoe
수상
2018.02.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명예금곰상 외 7건
작품
아쿠아맨(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월요일이 사라졌다(2017),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 저스티스 리그(2017), 그레이트 월(2016), 아웃 오브 더 퍼니스(2013), 존 윅(2014), 오드 토머스(2013), 안녕, 헤이즐(2014), 모스트 원티드 맨(2014), 님포매니악 볼륨 2(2013), 님포매니악 볼륨 1(201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더 헌터(2011), 반딧불이 정원(2008),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2012), 안티크라이스트(2009), 데이브레이커스(2009), 판타스틱 Mr. 폭스(2009),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2007), 만덜레이(2005), 사랑해, 파리(2006), 인사이드 맨(2006), 트리플 X 2: 넥스트 레벨(2005), 에비에이터(2004), 클리어링(2004), 스파이더맨 2(2004), 파빌리온(200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2003), 니모를 찾아서(2003), 스파이더맨(2002), 예수의 마지막 유혹(1988), 아메리칸 사이코(2000), 분닥 세인트(1999), 엑시스텐즈(1999), 바스키아(1996), 스피드 2(1997),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 긴급 명령(1994), 화이트 샌드(1992), 광란의 사랑(1990), 7월 4일생(1989), 트라이엄프(1989), 사이공(1988), 플래툰(1986),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1984), 뉴 로즈 호텔(1998), 최후의 출격(1991), 사랑의 눈물(1990), 어플릭션(1997), 사랑없는 사람들(1983), 애니멀 팩토리(2000), 빅토리(1995), 오토 포커스(2002), 레코닝(2003), 아메리칸 드림즈(2006), 워커(2007), 미시시피 버닝(1988), 쉐도우 오브 더 뱀파이어(2000), 악마의 키스(1983), 늑대의 거리(1985), 육체의 증거(1993), 엣지 오브 더 로드(2001), 룰루 온 더 브릿지(1998),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2004), 고 고 테일즈(2007), 애덤 레져렉티드(2008), 아나모프(2007), 먼지의 시간(2008), 틴에이지 뱀파이어(2009), 리플리 언더 그라운드(2005), 아들아, 아들아 너는 무엇을 했느냐?(2009), 페어웰(2009), 분닥 세인트 2 : 올 세인트 데이(2009), 미랄(2010), 우먼(2010), 디어 아메리카: 레터스 홈 프롬 베트남(1987), 4:44 지구 최후의 날(2011), 컨트롤(2004), 밥 윌슨스 라이프 & 데스 오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2012), 투모로우 유아 곤(2012), 불파이터(2000), 파솔리니(2014), 배드 컨트리(2014), 먹거나 먹히거나(2016), 타임 투게더(2016), 마이 힌두 프렌드(2015), 탐 앤 비브(1994), 줄리앙 슈나벨: 어 프라이빗 포트레이트(2017), 데스노트(2017), 라이트 슬리퍼(1992),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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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기성몽]